에레디아 호쾌한 스윙에 SSG 팬들은 '에헤라디아'

김효경 2024. 5. 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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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인천 롯데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치고 환호하는 SSG 랜더스 기예르모 에레디아. 연합뉴스

기예르모 에레디아(33·쿠바)의 호쾌한 스윙에 SSG 랜더스 팬들은 '에헤라디야'를 외친다. KBO리그 2년차를 맞이한 에레디아가 타격 1위를 질주중이다.

에레디아의 타율은 15일 기준 0.392다. 두산 베어스 허경민(0.382)과 삼성 데이비드 맥키넌(0.357)이 추격했지만 5월 이후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타율만 좋은 게 아니다. OPS(장타율+출루율·1.013)과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스포츠투아이 기준·2.06)도 1위다. 찬스에서도 강해 득점권 타율은 무려 5할이다. 어깨도 강하고 발도 빨라 수비도 잘 한다. '복덩이'란 말로도 부족하다.

SSG 외야수 에레디아. 사진 SSG 랜더스


에레디아는 KBO리그 2년차다. 지난해에도 타율 0.323, 12홈런 76타점의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선수로선 파워가 아쉽지만 팀에 꼭 맞는 선수다. SSG는 최정, 한유섬 등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숭용 신임 SSG 감독은 구단에 에레디아의 재계약을 요청했고, 외국인 타자 중 최고액(150만달러)에 사인했다. 에레디아는 더 좋은 성적을 내며 구단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에레디아는 "리그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내고 있어 만족한다. 비시즌에 많은 준비를 했는데, 기록으로써 그간 노력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면서도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안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레디아의 강점은 빠른 몸통 회전이다. 홈런을 노리고 크게 휘두르는 대신 강하고 빠른 타구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한다. 에레디아는 "지난해와 비교해 타격 메커니즘이 달라진 건 아니다. 다만 좋았을 때의 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몸의 빠른 회전이 강점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스트라이크 존 안의 공을 몸쪽/바깥쪽 구분 없이 공략할 수 있었다. 올해는 초반부터 몸 컨디션을 차차 끌어올려 장타도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SSG 외야수 에레디아. 사진 SSG 랜더스


또다른 장점은 타구를 고르게 보내는 '스프레이 히터'라는 거다. 우타자 에레디아는 지난해 잡아당겨 왼쪽으로 날린 타구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중앙과 오른쪽으로 날아간 비율이 높아졌다. 상대 수비가 대응하기 힘들다. 에레디아는 "상대팀이 나에 대한 전력분석을 하면서 최근에 내게 내게 바깥쪽 공을 많이 던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 타격 폼은 밀어치는데도 잘 맞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했다.

에레디아의 응원가 가사엔 흥에 겨울 때 쓰는 감탄사 '에헤라디아'가 들어가 있다. 에레디아는 "통역에게 대략적인 뜻을 전해 들었는데, 내 이름과 비슷해서 재미있었다"고 웃었다. 그는 "KBO리그에만 있는 응원 문화인데 처음 들었을 때 매우 인상 깊었고 긍정적이었다. 가끔 경기가 끝나고 팬들 앞에서 인터뷰할 때 따라 부르기도 하는데, 많은 사람이 나를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는 건 특별한 일"이라며 좋아했다.

4월 16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에서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는 에레디아. 연합뉴스


평소 성격도 에너지가 넘친다. 입단 첫해 전지훈련 때 이미 선수들과 농담을 하고 장난을 칠 정도로 친화력이 좋다. 메이저리그에서 7시즌이나 뛰었지만 한국 문화를 존중한다. 최고참 추신수를 비롯한 선배 선수들에게 고개를 숙일 정도로 잘 적응했다. 미국 플로리다 전지훈련에서 그가 첫 번째 했던 말도 "나는 팀에 헌신할 수 있는 선수"였다.

KBO리그 사상 외국인 타격왕은 두 명 뿐이다. 2004년 클리프 브룸바(현대 유니콘스)와 2015년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밖에 없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지금의 흐름이라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지난해엔 외야수 보살 1위(10개)에 오르며 신설된 KBO 수비상을 받기도 했다.

SSG 외야수 에레디아. 사진 SSG 랜더스


에레디아는 "지난해 수비상을 받아 영광이었다. 올해 다시 한국에 와서 트로피를 받았는데 뿌듯했다"면서도 "야구를 하면서 특정한 목표를 두지는 않는다. 오로지 내가 생각하는 것은 항상 부상 없이 아프지 않고 야구를 하는 것이다. 개인 타이틀보다는 팀이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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