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저출생대응기획부,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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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이행의 계곡'이 아니라 '이행의 늪'만 있을 뿐입니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저출생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저출생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저출생대응 부처 설립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만큼 더욱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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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육아 병행 워킹맘 발탁 등
대통령실, 인선 물밑작업
흩어진 업무 조정·배분 시급
"한국에는 '이행의 계곡'이 아니라 '이행의 늪'만 있을 뿐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사회학자는 탄식했다. 서유럽 복지국가를 보면 여성 고용률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다가, 어느 순간 바닥을 친 출산율이 고용률 증가와 함께 증가하는 현상인 '이행의 계곡(the valley of transition)'이 나타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 고용률이 증가할수록 출산율은 지속해서 감소하는 '이행의 늪'만 있다. 국가와 사회의 방치 속에 출산·육아와 경력 갈림길에서 경력을 택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꼴찌다. 분기 출산율은 지난해 4분기 0.65명으로 첫 0.6명대로 주저앉았다. 매년·분기마다 최저치를 경신하는 숫자가 낯설지 않을 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초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저출생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저출생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인구 정책 '컨트롤타워'를 자처했지만 예산·집행권이 없다 보니 자문위원회에 그치고만 저고위로는 국가 비상사태라 할 수 있는 현 위기를 타파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컸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실에도 저출생수석실을 만들고, 윤 대통령이 초대 저출생수석으로 '워킹맘 발탁'을 지시하면서 인선을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모친인 최성자 전 이화여대 교수가 육아로 교수직을 그만둔 사례를 참모진에게 언급한 윤 대통령은 일·육아를 병행한 워킹맘이 현실을 직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조직설계안 없이 전담 부처 설치만 앞세우다간 부처 간 업무 중복과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에 직면할 수 있다. 핵심은 보건·복지, 교육, 고용 등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업무를 조정·배분하는 일이다. 인구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대통령 공약으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여성가족부, 지역 균형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등 업무의 효율적인 재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협업의 책무가 없고, 각 과제 단위로 세부 정책이 집행돼 부처 간 역할과 책임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현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법령도 정비가 불가피하다.
저출생대응 부처 설립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만큼 더욱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저출산을 고민한 일본은 지난해 새 부처인 '아동가정청'을 설립해 저출산과 고령화 담당 부처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의 명칭과 기능을 1995년부터 유지하되 적극적인 가족정책 전환으로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저출생 대응만큼은 여야가 공통된 문제의식을 갖는 만큼 전담 부처 설치가 심각한 인구 위기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저출생수석실 인선은 그 시작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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