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박장식의 환승센터]

박장식 2024. 5. 16.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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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이용객 1만 명도 안돼... 보완 없으면 12월 개통 구간도 '적신호'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기자말>

[박장식 기자]

 개통 45일을 넘긴 GTX-A 노선의 성적표가 심상치 않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1만 명 가량에 미친다는 보도가 나오고, 평일 이용객보다 주말 이용객이 많다는 보도도 뒤따른다.
ⓒ 박장식
 
'수도권 교통 혁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개통한 GTX-A의 성적표가 예상보다 너무 저조하다. 지난 3월 동탄역과 수서역을 잇는 노선으로 첫 번째 개통 소식을 알렸지만, 승차객이 하루 평균 1만 명도 채 되지 않아 적자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사실 이용객이 예상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긴 했다.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지하철 2호선과 연결되는 삼성역이 아직 완공되지 않았고, 서울역 등 도심을 연결하는 것도 삼성역에서 추진되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공사로 인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애초 하루 2만 명 이상 이용할 것이라 예측한 터라, 하루 평균 1만 명에도 못 미치는 이용객 수치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 때문에 '적자'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보도도 뒤따른다. GTX-A,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비싸도 너무 비싸... 광역버스보다 비싼데 입석, 더 귀찮기까지

일단 비싸다. 해당 노선을 이용해 동탄역에서 수서역까지 가는 비용은 4450원 정도다. 정기권도 없어 K-패스에 의존해야만 20% 남짓을 겨우 할인받을 수 있다. 반면 동탄신도시의 구석구석에서 출발하는 광역버스는 동탄신도시에서 강남역까지 2800원(광역급행버스는 3000원)이면 된다. 

동탄신도시에선 좌석버스며 출퇴근 맞춤버스 등 다양한 버스가 동탄순환대로, 동탄대로 등 주요 도로의 정류장은 물론 물론 아파트단지 바로 앞에 정차한 뒤 서울 도심으로, 강남으로 향한다. 집 앞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좌석버스'를 탈 수 있고,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리면 어느새 도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GTX-A는 동탄역까지 나가야 탈 수 있다. 오랫동안 걷거나 자전거를 타야 역에 닿거나, 마을버스로 역까지 가서 갈아타야 한다.

GTX-A와 마을버스 모두 배차간격이 긴 데다, 마을버스의 동탄역 접근성이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 10분에서 15분을 기다려 마을버스를 타고 신도시를 가로질러 동탄역에 닿으면, 역시 15분에서 20분마다 한 대씩 다니는 GTX를 타러 가야 한다. 시간대가 맞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서 30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GTX-A는 귀찮기까지 하다. 마을버스나 시내버스에서 GTX로 갈아타려면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 걸어가야 하고, 수서역에서도 지하철로 갈아타기 위해서도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든 광역버스는 집 앞에서 가장 번화한 곳까지 '모셔다 준다'. 출근 시간 체력 소모를 고려한다면 GTX는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광역버스와 비교했을 때 GTX-A가 지닌 치명적인 단점은 '가성비가 나쁘다'는 데 있다. GTX-A는 기본적으로 전철이다. 광역버스와 달리, 운이 나쁘면 앉아가기는커녕 내내 서서 가야 한다. '조금 빨리' 가기 위해 5천원 가까운 돈을 내고도, 자리에 앉아 눈을 감을 여유조차 가질 수 없는 것이다. 

GTX, 타러 가는 길이 번잡하다... 환승 연계 '패착'
 
 동탄역 앞을 지나는 마을버스들. 노선 상의 모든 정류소에 정차하는 마을버스의 한계는 GTX-A 노선의 흥행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 박장식
 
GTX-A 노선이 외면받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출발지나 목적지에서 GTX를 타러 가는 길이 번잡하다는 데 있다. 이미 개통한 3개 역이 모두 그렇다. 대표적으로 성남역은 분당 지역의 대수요 노선인 분당선·신분당선과 연계되지도 않고, 분당의 시내버스 대다수가 모이는 성남대로와도 떨어져 있다. 

수서역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수서역에서 GTX를 내려 수요가 집중되는 강남역·삼성역으로 가는 직통 교통편이 없다. 서울 도심인 시청역·광화문역 등으로 가려면 환승을 해야 한다. 3호선과 분당선이 주요 수요처를 모두 빗겨나가기 때문이다.

동탄역은 동탄신도시의 중심상업지구에 있으니 괜찮을 법도 하지만, 이쪽은 연계교통이 빈약하다. 동탄신도시 내 어지간한 아파트단지에서 동탄역을 가려면 중간에 모든 정류장을 다 서는 시내버스나 마을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마저도 배차간격이 길다.

예를 들어, 동탄2신도시 동부에 위치한 목동중학교에서 바로 동탄역으로 간다고 해보자. 최단거리로 이용할 수 있는 노선은 단 하나, H18번 뿐이다. 그마저도 배차간격이 40분 내지 1시간 30분으로 길다. 물론 동탄역에 인접한 동탄대로의 정류장으로 가는 버스가 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동탄역까지 300m 가량 지하통로를 걸어가야만 한다.

결국 현재까지 개통된 역들은 지하철 환승 연계가 잘 안 돼 있거나(수서역), 번화가 등 대수요처나 고수요 노선과의 환승 지점을 절묘하게 빗겨갔거나(성남역), 교통의 중심지라고 할 만한 곳에 역을 배치했음에도 지역 내 연계 교통수단이 빈약하다는(동탄역)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 개 역만 단점을 안고 있어도 수요 유치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광역철도인데, 개통한 모든 역이 종합선물세트마냥 단점을 하나씩 갖고 있으니 이용 저조는 어쩌면 당연할 것일 수 있다. 소요시간 단축에 힘을 쓴 것은 좋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외에 힘을 쓰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GTX, 신분당선보다도 아쉬운 이유는
 
 GTX 성남역. 성남역은 분당선·신분당선 등 이미 많은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노선 대신 경강선과 환승되는 점이 아쉽다.
ⓒ 박장식
 
'수도권 교통 혁명'이라는 별칭을 GTX-A보다 먼저 가져간 노선의 선례를 참고할 만 하다. 비싼 요금으로 인해 '민자 철도의 단점'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붙었지만, 서울 강남과 분당·수지·광교 등 수도권 남부의 신도시를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신분당선의 실험은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신분당선은 2023년 국토교통부 자료 기준으로 매일 60만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신분당선은 최고 속도가 GTX-A의 절반에 불과한 90km/h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신분당선은 수요처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가장 많은 수요가 집중되는 지점, 환승을 유도하기 쉬운 곳에 역을 개설했다. 최초 개통 구간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서울은 강남역·양재역 등 강남대로를 중심으로 한 번화가에서 출발했고, 분당에서는 판교역·정자역 등 기존 교통 수단과의 환승이 편리한 지역의 중심지로 도착했다.

특히 수원·용인을 타깃으로 한 2단계 개통 구간에서는 노선에 굴곡이 생기긴 했지만, 지역 수요를 확실히 잡는 전략을 택했다. 용인 수지지구의 중심격 위치에 수지구청역을 설치했고, 광교신도시에서는 가장 번화한 지역에 광교중앙역과 환승센터를 함께 개설해 톡톡히 효과를 봤다.

반면 GTX-A 노선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성남의 중심지인 모란역, 판교신도시의 중심지인 판교역을 700m 가량 빗겨 지나간다. 분당신도시의 정자역·오리역 등 많은 출퇴근객이 지나는 전철역도 500m 차이로 빗겨간다. 용인에서도 백화점이 영업하고 환승센터가 형성되어 있는 죽전역을 그냥 통과한다.

오는 12월 개통될 GTX-A의 북부 구간도 '검증된' 대수요처를 상당수 통과한다. 일산신도시 구간의 경우 번화한 마두역을 지나는 대신 킨텍스역과 대곡역이 개통되고, 운정역의 경우 이미 운정신도시의 모든 마을버스가 종착하는 경의중앙선 운정·야당역과 3km나 떨어져 있다. 대책을 미리 짜지 않는다면 결과가 '불보듯 뻔하다'는 의미다.

물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새로운 택지 개발을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이미 이용객이 많은 곳 대신 다른 역에 GTX 역을 설치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하려면 연계 교통을 충실하게 보강하고, 이용객이 새로운 선택을 하기 쉽게끔 유인했어야 했다. GTX-A는 그렇지 않았고, 그 성적표가 나왔을 뿐이다.

'빠른 소요시간' 집중보다 유인책 마련하길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하루 이용객 39명'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KTX 운행이 중단되었던 경남 함안역의 모습. KTX 운행 중단 이후에도 'KTX 타는 곳' 표시가 한동안 붙어 있었다.
ⓒ 박장식
 
GTX-A 노선의 개통 당시 모든 이들은 동탄역과 수서역 사이 소요시간이 짧아진 것에만 집중했다. 180km/h에 달하는 속도에 모든 관심을 쏟아부은 결과는 예상 외의 성적표를 안겼다. 하지만 똑같은 원인 때문에 이보다 더 처참한 성적표를 이미 다른 곳에서 받아본 적이 있는데, 바로 고속철도에서다.

2014년 경전선 전철화와 함께 서울과 진주를 잇는 KTX가 정차한 경남 함안역은 당초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시속 300km의 속도로 서울로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새 역사가 함안군의 중심에 있었던 구 역사와 3km 이상 떨어져 있었고, 읍내와 새 역을 잇는 연계 교통도 빈약해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함안역은 '열차 이용객 하루 39명'이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채 소리소문없이 KTX의 운행을 중단했다. 물론 GTX-A 노선과 이용객 수는 200배나 차이 나지만, 결국 GTX-A의 이용객 부족 문제 본질은 똑같다. 

'교통 혁명'이라던 노선을, 노선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애물단지로 만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GTX의 이용객을 늘리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이미 광역버스보다 현저하게 비싼 요금을 현실적으로 손보는 것도 필요하다. 전구간 개통 때까지 '한시적 할인'이라는 유인책을 써서라도 GTX 이용객을 늘리고, 이에 만족하는 시민들이 나오게끔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GTX-A의 수요 부족 문제는 허투루 볼 수 없다. GTX-A의 성공 여부는 향후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광역급행철도의 추진 동력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이지 못한 외부 요인이라는 작은 화분 속에 갇힌 GTX-A 노선을 위해 분갈이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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