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구조조정 본격화' 수급불안 우려에 채권시장도 초긴장

임정수 2024. 5.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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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여전채 발행량 폭증
'LCR규제+PF부실' 대비 유동성 확보 목적
채권시장 수급악화 우려 확대

금융당국발(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채권시장도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금융회사들이 PF 충당금을 쌓기 위해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공급 물량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채와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채권) 순(純)발행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채권시장 수급 상황이 다시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채·여전채, 4·5월에만 16조 순발행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들은 5월 들어 지난 14일까지 4조52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발행했다. 추세대로라면 5월에만 약 10조원의 은행채가 순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지난달 10조5000억원의 채권을 순발행한 데 이어 2개월간 만기 물량보다 20조원 많은 은행채를 발행하게 된다.

은행들이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선 이유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맞추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은행에 적용되는 LCR을 100%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은행 LCR 비율을 95%에서 100%로 상향 조정하려다가 금융시장 불안을 반영해 기존 95% 적용을 올해 6월까지로 1년간 유예했다.

LCR은 ‘은행이 30일간의 현금 순유출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즉시 현금화 가능한 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뜻한다. 규제 비율이 상향 조정되면 은행들은 현금을 포함한 유동성 자산의 보유량 부족액을 채워야 한다. 또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면서 밀려 있던 은행채 발행도 봇물이 터지듯 하고 있다.

은행채에 더해 여전사(신용카드사, 캐피탈사)가 발행하는 기타금융채 공급 물량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기타금융채는 5월 보름 동안에만 1조4083억원어치 순발행됐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의 여전채 순발행액은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5월 2주간 발행된 기타금융채 순발행액이 4개월간의 기타금융채 순발행액을 넘어선다.

여전사들의 채권 순발행 증가는 PF 구조조정과 연관성이 높다. 특히 캐피털사들이 PF 관련 충당금을 쌓기 위해 채권 발행을 본격화 하면서 여전채 발행액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폭등했던 여전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채권 발행 여건이 개선된 것도 자금 조달을 늘리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금융채 발행 더 늘어날라 ‘수급불안’ 우려

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금융사들의 채권 발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새로운 사업성 분류 기준을 적용해 부실 우려가 큰 PF 사업장에 대해 재구조화와 자율매각을 유도하고 부실이 거의 확정적인 PF 채권에 대해서는 상각, 경·공매 절차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핵심 골자다.

PF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추가 충당금 적립은 불가피해진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현행 사업장 중 등급이 가장 낮은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가량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했는데, 새 기준에서는 가장 낮은 '부실우려' 사업장의 경우 충당금을 75% 수준으로 쌓아야 한다.

'부실우려' 등급뿐만 아니라 PF 여신의 각 부실 단계별로도 충당금 부담이 커진다. 부실 단계에 따라 충당금 부담이 2배 이상 커질 수 있다. 캐피털사 관계자는 "2분기부터 증권사와, 여전사, 저축은행 등의 충당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채권의 만기 부담도 적지 않다. 은행채는 6월부터 12월까지 월평균 18조원 규모의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여전사들은 월평균 약 7조원의 만기를 맞는다. 은행과 여전사만 향후 5개월간 125조원의 채권 만기에 대응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PF 충당금 적립을 위해 필요한 순발행 물량을 고려하면 채권 수급 부담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 공사채와 회사채 발행 물량이 줄면서 은행채와 금융채 순발행 물량이 아직 채권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금융채 공급 확대 기조가 지속되면 채권 시장에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순위나 후순위 브리지론 익스포저가 많은 2금융권의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주로 여전사의 채권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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