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多聞 擇其善者而從之(다문 택기선자이종지)
2024. 5. 16. 00:20
공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제자들을 향해 “나는 알지 못하면서 새로운 일을 창작하는 일이 없었다. 많이 듣고서 그중 좋은 것을 골라 따르려고 했으며, 많이 보고서 기억하는 것을 지식을 넓히는 방법으로 삼았다”고 하였다. 공자는 무모한 창작을 경계하고, 남의 말을 진중하게 들으며, 남의 행동을 진지하게 살핌으로써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넓혀나간 것이다. ‘만세(萬世)의 사표(師表)’ 즉 ‘영원한 스승의 표상’으로 추앙받는 공자도 이처럼 어설피 창작하기보다는 남의 사례를 듣고 보기를 중시했으니 하물며 보통사람에 있어서야!
요즈음 우리 사회 지도자 중에는 심지어 무식·무능하다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앞세우는 인물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얇은 지식으로 새로운 ‘깜짝 쇼’를 벌이려 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갖지 않고 자기 말만 앞세우는 일방적 독주로 인해 분열과 갈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 당호(堂號, 거처하는 집 이름)를 하나 지어주고 싶다. 귀이헌(貴耳軒: 귀할 귀, 귀 이, 집 헌). 말하는 입보다는 듣는 ‘귀를 귀하게 여기는 집’이라는 뜻이다. ‘귀이헌’에 살면서 ‘귀이헌(귀헌=귀한)’인물로 거듭나기를 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망했다? 290억 받고 떴다…강남 우래옥 폐업의 진실 | 중앙일보
- "비위 약한 분 보지 말라"…집 앞의 변, CCTV속 충격 진실 | 중앙일보
- 고양이 밥 챙기고 떠난 남자, 동생엔 유서 한 장 안 남겼다 | 중앙일보
- "세계서 가장 섹시한 운동선수"…그녀가 파리올림픽에 뜬다 | 중앙일보
- 도박 빠진 엄마, 톱배우 딸에게 "누드 찍어"…주말 막장드라마 | 중앙일보
- "매일 12시간 피아노 친다? 잘못 봤다" 임윤찬 향한 착각 | 중앙일보
- 김호중 사고, 앞바퀴 들릴 정도 '쿵'…"안 내리고 풀악셀 밟아" | 중앙일보
- "아내랑 꽃 구분 안 돼요" 남편 인터뷰에 아내 '경악' 표정 화제 | 중앙일보
- '벤츠 영업왕' 된 가수 김민우, 사별 7년 만에 재혼…신부 누구 | 중앙일보
- 폭행당한 전 여친 숨졌는데…가해자 부모 "내놓은 자식, 마음대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