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증원” vs “27년 방치”…일본식 증원 두고 엇갈리는 해석

장주영 2024. 5. 15. 17: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며 사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내년 의대증원 여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정부와 의사단체가 각각 일본식 증원모델을 근거로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의사단체는 일본은 17년간 점진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려왔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급격한 증원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일본처럼 꾸준히 증원을 해야 했지만, 의사 단체의 반발로 27년동안 단 1명도 증원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최근 서울고등법원에 일본 의사수급분과회 회의록과 일본 의사 증원 결정 과정 자료 등을 번역해 제출했다. 서울고법은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이번주 내에 결정을 내린다.

일본이 의대 증원 논의에 본격 나선 것은 2006년이다. 임산부가 이송 중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후생노동성은 이를 계기로 2006년 신의사확보대책을 내놓았고 이듬해 긴급의사확보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의대 증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따라 2007년 7625명이던 의대 정원은 2019년에 9420명까지 점진적으로 늘어났다. 올해 정원은 9403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2019년보단 소폭 감소했지만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의사들은 일본이 17년간 1778명을 점진적으로 증원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부가 한해에 2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나선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또 일본 정부가 증원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것도 지적한다. 지난 13일 의료계 기자회견에 나선 김종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정부는 2000명 증원을 결정한 회의록을 제출하지 않았는데 일본의 경우 모든 회의자료와 논의 결과가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공개된다”고 주장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맨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전의교협, 대한의학회 주최로 열린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단체의 주장을 정부는 조목조목 반박한다. 정부도 일본처럼 점진적 증원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지난 27년간 그런 시도가 의사단체에 의해 번번히 막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2006년까지 의대 정원을 감축했으며 의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27년간 의대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며 "우리도 일본과 같이 2006년부터 의사를 점진적으로 늘렸다면 2035년에 1만명이 부족한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의료 종사자 수급에 관한 검토회' 산하에 의사수급분과회를 두고 증원과 감원을 결정한다. 여기에서 논의된 내용은 회의록과 참고자료로 공개된다. 실제로 의사수급분과회는 2015년 1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40회 이상 개최한 회의 내용을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모두 올려뒀다. 의대증원 관련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법원의 요청으로 제출한 정부와는 대비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증원 이후에는 고령화 추이, 감염병 상황, 의료기술 발전 등 의료환경의 변화와 국민의 의료 이용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급을 조정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한 거버넌스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