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허훈 “얼굴이 반쪽 됐대요”…치열했던 ‘형제 대결’ 뒷이야기

고봉준 2024. 5. 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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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KT 허훈이 1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프로농구 수원 KT의 주전 가드 허훈(29)은 지난 5일 KBL 챔피언결정전이 끝나자마자 그대로 앓아누웠다. 심한 몸살감기가 찾아와 링거 주사를 몇 번이나 맞았고, 이후 며칠간 집밖으로도 나오지 못했다. 구단 납회식에도 참석하지 못할 만큼 몸 상태가 좋지 다행히 차츰 회복하며 일상으로 돌아왔다.

승자만큼 뜨거운 박수를 받았던 허훈을 1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열흘 사이 몰라보게 홀쭉해진 허훈은 “주위에서 다들 깜짝 놀라셨다. 얼굴이 반쪽이 됐다고 하더라.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몸무게가 5㎏ 가까이 빠졌다”고 멋쩍게 웃었다.

허훈이 속한 KT는 지난 챔피언결정전에서 부산 KCC와 치열한 혈투를 펼쳤다. 1차전과 2차전을 주고받으며 비등하게 다퉜다. 그러나 승부처였던 3차전에서 KCC가 승리를 거두면서 판세가 넘어갔고, 남은 4차전과 5차전도 잡으면서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최종 승자는 KCC였지만, 농구팬들은 허훈에게도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MVP급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허훈은 5경기 동안 평균 36분36초를 뛰며 26.6점 6어시스트 2.6리바운드 3점슛 3.6개를 기록했다. MVP를 차지한 친형 허웅의 성적이 5경기 18.8점 5.4어시스트 2.4리바운드 3점슛 2.6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우수선수로 꼽혀도 이상할 점이 없는 활약상이었다.

1998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을 하고도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MVP가 된 아버지 허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몸살 기운을 이겨내며 코트를 누빈 허훈은 “안 그래도 아버지께서 ‘챔피언결정전이 6차전까지만 갔어도 MVP를 탔겠다’고 하시더라”며 웃고는 “사실 5차전 당일 아침에는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몸이 아팠다. 말 그대로 ‘악으로 깡으로’ 뛰었다. 그 여파가 모든 경기가 끝난 뒤 찾아왔다”고 했다.

KBL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KCC 허웅(오른쪽)과 이를 바라보는 KT 허훈. 가운데는 KCC 송교창. 뉴스1

허훈은 그동안 ‘철부지 막내’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통해서 카리스마형 리더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료와 후배들을 강하게 다그치는 순간도 많았고, 필요할 때면 코칭스태프에게도 해야 할 말을 꺼냈다. 허훈은 “이 자리에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감독님과 작은 마찰도 있었고, 하루는 내가 라커룸에서 과도하게 불만을 표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선수로서 선은 넘으면 안 되겠지만,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의 리더가 돼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허씨 형제’ 허웅과 허훈의 맞대결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허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 트로피는 KCC가 가져갔고, MVP의 영광은 맏형인 허웅에게 돌아갔다. 허훈은 “형이 잘했다기보다는 KCC의 멤버가 좋았다”며 농담을 하면서도 “형이 장신 가드로서 정말 잘하더라. 특히 결정적일 때 중요한 슛을 넣어주면서 KCC가 흐름을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형에게 칭찬을 보냈다.

KT 허훈. 김종호 기자

이처럼 허웅과 허훈은 코트에선 치열하게 싸웠지만, 경기장 밖에선 다시 우애 좋은 형제로 돌아갔다. 최근에는 함께 골프도 치면서 챔피언결정전 뒤풀이를 했다. 골프 입문 4년째로 평균 스코어가 90타 안팎이라는 허훈은 “원래는 내가 형보다 훨씬 잘 치는데 오래 쉬어서인지 소위 뱀샷만 하고 왔다. 비거리도 많이 줄어서 비시즌 동안 연습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웃었다.

이어 “당분간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살도 다시 찌워야 한다. 올해 우승을 하지 못한 만큼 다음 시즌 정상 등극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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