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와 우려 함께…'범죄도시' 시리즈의 과제 ['범죄도시4' 천만③]

류지윤 2024. 5. 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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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범죄도시4'는 통했다. '범죄도시4'는 개봉 22일째인 15일 오전 7시 30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범죄도시' 시리즈는 극장가 '구원투수'라는 수식어를 또 한 번 입증했다.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은커녕 100만 관객수를 넘기기 힘든 상황에서 '범죄도시' 2,3,4편의 트리플 남다른 의미가 있다.

‘범죄도시4’가 2, 3편에 이어 세 번째로 천만을 넘어선 것은 이제 '범죄도시' 시리즈의 세계관이 관객들에게 익숙해졌다는 걸 의미한다. '범죄도시' 시리즈에게 대단한 서사나 반전과 작품성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할리우드의 액션 프랜차이즈처럼 믿고 보는 브랜드가 됐다.

◆ "좌석 점유율 85% 이상" 스크린 독과점 문제 쏘아 올렸다

한국 영화의 흥행력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범죄도시4'는 박수 받아 마땅하지만, 올해는 쉽게 웃을 수가 없다.스크린 독점으로 만들어진 흥행이라는 의견이 제기 돼 영화계 뜨거운 감자가 됐다. '범죄도시4'의 좌석 점유율(전체 좌석 중 배정된 좌석)은 개봉 첫 주 85.3%였다. 올해 첫 천만 영화였던 '파묘'의 개봉 첫 주 좌석 점유율은 50%대, 지난해 11월 개봉했던 '서울의 봄'이 60%였던 것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아졌다. 영화관을 가도 '범죄도시4' 말고는 볼 수 있는 영화가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현실은 '범죄도시4'만의 문제는 아니다. '범죄도시4'와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다른 영화들이 개봉을 피하는 것이 언제부턴가 암묵적인 규칙이 됐다. 지난 달 24일 '범죄도시4'가 개봉한 이후 개봉한 영화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챌린져스', '악마와의 토크쇼', '스턴트맨' 등 외화가 대부분이었다.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이 이어지면, 다른 영화 제작·배급사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창구와 기회가 줄어든다. 관객 역시 골라 볼 수 있는 선택권이 제한된다.

전문가들은 '범죄도시4' 한국 영화의 건강한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면서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한국 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제작사 하하필름스의 이하영 대표는 "극장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려고 한 결과다"라고 지적했으며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도 "독과점 문제를 논의한 지 10년이 넘었으나 달라진 게 없다"며 "영화계 합의 단위에서 극장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영화산업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이 '범죄도시4'가 촉발시키면서 시리즈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고민거리를 안고 가게 됐다.

◆ 8편까지 기획, '아는 맛', 언제까지 통할까

'범죄도시' 시리즈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1편을 제외한 나머지 시리즈는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린다. 형사 마석도가 정의를 위해 범죄자를 맨주먹으로 제압하는 줄거리가 반복되면서 시리즈의 확장성에 대한 우려가 매 편 제기 되고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기획과 주연을 맡은 마동석은 '범죄도시'는 매번 재미를 주기 위해 영화를 작업하고 있다고 보이지만, 마석도의 주먹, 재미에만 기대기에는 '범죄도시4'는 8편까지 기획돼 있다.

총 8편 중 4편까지 온 '범죄도시' 시리즈. 익숙한 재미는 물론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변주가 숙제로 남아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극장 위기의 시대에 트리플 천만이라는 흥행 사례를 만들어낸 것은 한국 영화계 성취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지 않고 프랜차이즈 영화로서의 질적 향상이 숙제로 남았다.

다만 이번 편에서 건져낸 희망은 2편과 3편에서 약해진 빌런의 존재감이 다시 개성과 함께 살아났으며, 정의를 구현하려는 마석도의 고민이 깊어지며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도 영화의 작품성을 두고 관객들의 여러 가지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흥행의 영광과 함께 마동석의 고민이 또 한 번 깊어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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