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히잡 안씌웠다고 징역형…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감독 망명

이지영 2024. 5. 1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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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 AFP=연합뉴스


여배우에게 히잡을 씌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란 유명 영화감독 모하마드 라술로프(52)가 조국을 탈출해 유럽으로 망명했다.

14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라술로프 감독은 13일 SNS에 눈 덮인 산 봉우리를 담은 영상을 올리고 “안전한 장소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통치자들을 향해 “당신들의 탄압과 만행 탓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당신들과 당신들의 탄압 기구를 깊은 역사 속으로 묻어버리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이란 망명자 대열에 합류했다”고 했다.

라술로프 감독은 대변인을 통해 배포된 별도의 성명을 통해 “길고 복잡한 여행 끝에 유럽에 도착했다”며 “감옥과 망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망명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당한 최근 판결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하지만 이란 사법부는 잔인하고 이상한 판결을 너무 많이 내렸기 때문에 내가 받은 형량을 불평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한 라술로프 감독은 “탄압의 범위와 강도는 (이란) 정부가 또 다른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를 사람들이 매일 기대할 정도로 잔혹한 지점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의 새 영화 ‘더 시드 오브 더 세이크리드 피그’는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개봉한다. 하지만, 라풀로프 감독의 영화제 참석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그의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라술로프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거나 히잡 없이 촬영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8년 형에 태형, 벌금형, 재산몰수형을 함께 선고받았다고 최근 그의 변호사인 바바크 카프니아가 알린 바 있다.

라술로프 감독은 2020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데어 이즈 노 이블’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았지만, 이란 당국의 출국금지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이란 당국의 탄압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0년 당국 허가 없이 영화를 촬영했다는 이유로 징역 6년 형을 선고받은 뒤 1년으로 감형받았고, 2017년 뇌물 상납을 거부하다 박해당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집념의 남자’로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을 받았으나 여권을 몰수당했다.

2022년 7월에는 아바단 쇼핑몰 붕괴 사고에 대한 당국의 대응을 비판했다가 악명높은 에윈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고, 이후 건강이 악화해 지난해 2월 석방됐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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