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생이 식판 던지고 욕설…이렇게 교사 1133명 맞았다

최민지 2024. 5.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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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초등교사노조가 지난 1월25일 오후 경남 김해시 한 초등학교 앞에서 '김해 모 선생님 교권회복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제주도 한 고교의 학생부장 교사가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사복을 입고 등교한 이 학교 학생. 교사가 복장을 지적하자 학생이 욕설을 퍼붓고 손으로 밀쳤다고 한다. 당시 사건과 관련해 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가해 학생은 평소에도 흡연 등 교칙 위반 행위를 반복적 해왔다”고 말했다.

피해 교사의 고소로 가해 학생은 폭행과 모욕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스승의날을 1주일 앞둔 지난 9일,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는 가해 학생에게 출석 정지 열흘과 심리치료 처분을 결정했다. 피해 교사는 사건이 알려진 뒤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폐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김주원 기자

제주도 사건과 비슷한 교사들의 상해·폭행 피해가 5년간 1000건 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해·폭행을 포함한 교권침해 피해는 같은 기간 1만건이 넘었다. 교육부가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14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학교에 설치된 교보위가 심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1만1617건이었다. 2018년 2454건, 2019년 2662건이던 교권 침해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된 2020년 1197건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으로 반등했다.

교사를 상대로 상해·폭행을 가한 사례는 5년간 1133건 발생했다. 2018년 172건(7%)에서 2022년 361건(11.9%)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교사가 폭행을 당하더라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이번에 제출한 자료는 서울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교권 침해가 논란이 된 지난해와 그 이후 심의 건수는 아직 집계 전인 것이어서 최근의 추이는 더 증가세일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김주원 기자

가장 많은 교권침해 유형은 모욕·명예훼손으로 매년 사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교원에 대한 정보를 불법 유통한 사례는 2018년 16건에서 2022년 56건으로 3배 가까이가 됐다. 2022년 2학기 추가된 교원의 영상 무단 합성 및 배포 7건으로 집계됐다. 성적 혐오감이나 모욕감을 주는 성폭력 유형도 2018년 187건에서 2022년 331건으로 증가했다. 학생들 교권침해가 디지털 범죄와 성폭력 등의 유형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가해 학생·학부모도 불이익받아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를 비롯한 교사들이 지난해 7월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교권보호 대책 마련 촉구 및 교권침해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교권침해로 인한 교원의 특별휴가 사용 건수는 최근 3년간 1664회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교권침해 피해를 본 교원에게 5일의 특별휴가를 주고 있다. 2020년 284회 발생한 특별휴가는 2021년 584건, 2022년 796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374회), 서울(219회), 충남(122회) 순으로 휴가 사용이 많았다.

교권침해 피해 교원은 대부분 병가나 휴직을 냈다. 최근 3년간 조치 현황을 보면 일반 병가가 717건으로 공무상 휴직(11건), 공무상 병가(389건)보다 많았다. 다른 학교로 전보를 하는 경우도 58건 있었다.

교육계에서는 가해 학생이나 학부모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급식 시간 질서를 지키라고 한 교사를 밀치며 식판을 던지고 욕설을 한 학생이 출석정지 10일을 받고, 전화나 메시지를 통해 반복적인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가 재발 방지 권고를 받는 데 그치는 식이라는 것이다. 정경희 의원은 “교사가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교육청 차원에서 학부모의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를 무고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반드시 처벌받도록 하는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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