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처방 의사 "유아인, 심각한 우울증 호소…죽음 생각도"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의 재판에서 "유씨가 만성적인 우울감을 느껴 불안을 조절하는 약을 처방했다"는 의사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씨의 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유씨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 두 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의사 오모씨는 유씨가 2021년 6월 29일 자신의 병원에 처음 내원했다며 '지속적으로 사망 사고를 포함한 우울감 호소함'이라고 직접 적은 당시의 진료 기록을 소개했다.
오씨에 따르면 유씨는 이틀 뒤인 7월 1일 두 번째로 오씨 병원에 내원했으며, 이어 7월 6일에도 병원을 찾았다. 7월 6일 진료기록에도 '사망 사고를 포함한 우울감 호소함'이라는 같은 진료 기록이 쓰였다.
오씨는 이듬해 유씨의 증상이 더 심해졌다며 "유씨가 오랜만에 내원한 날(2022년 4월 29일) 체중이 엄청 빠져있는 상태였다"며 "특히 '안절부절 못 하겠다', '불안하다', '집중이 안 된다' 등의 말을 해 차트에 기록했고, 그런 증상때문에 불안을 조절하는 약을 드렸던 걸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어 "유씨가 수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만성적인 우울감을 느끼며 사람들을 만날 때 심장 두근거림이나 답답함이 있다고 했다"며 "촬영 현장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말을 했으며, 죽음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오씨는 또 "유씨 외 다른 유명인이나 연예인들도 내원하고 있다"며 "다른 연예인들은 '수면만 조절해달라' 등 약물 처방 위주로 얘기하는 것에 비해 유씨는 1~2시간 동안 상담하며 우울감을 표현했고 증상이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을 만난 유씨는 '지인에게 마약을 권한 것이 사실이냐' 등 질문에 "사실과 다르다"는 짧은 답을 내놓았다.
유씨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181차례에 걸쳐 의료용 프로포폴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유씨는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4차례 타인 명의로 수면제 1100여정을 불법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받는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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