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전 세계로…글로벌 콜마 이끌 승부사 [CEO LOUNGE]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5.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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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콜마홀딩스 신임 대표

국내 뷰티업계를 선도하는 콜마그룹이 올해 큼직한 변화를 맞았다. 지난 4월 그룹 내 지주사 사명을 기존 ‘한국콜마홀딩스’에서 ‘콜마홀딩스’로 변경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콜마를 이끈다는 확장의 의미를 담았다.

최근 또 하나의 변화가 있었다. 콜마홀딩스는 지난 5월 2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윤상현 부회장(50)의 대표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안병준 전 대표이사가 일신상 사유로 사임하면서 윤 부회장이 이사회 추대를 받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동안 대표이사 직함 없이 부회장으로서 그룹 경영을 이끈 윤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지주사 수장으로 선임되며 새로운 콜마의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1974년생/ 서울대 농경제학과/ 런던정치경제대 경제학 석사/ 스탠퍼드대 경영공학 석사/ 베인앤드컴퍼니 이사/ 2009년 한국콜마 입사/ 2019년 콜마그룹 부회장/ 2024년 콜마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현)
굵직한 M&A 성사 성과

HK이노엔·연우 인수 등

콜마그룹은 최근 몇 년간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콜마 원조 기업인 ‘미국콜마’로부터 ‘콜마(KOLMAR)’ 글로벌 상표권을 100% 인수했다. 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업계 역사상 한국 기업이 글로벌 본사 브랜드 상표권을 인수한 첫 사례다. 콜마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콜마’ 브랜드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되면서 상표권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최근 사명에서 ‘한국’을 뗀 이유도 콜마라는 통합 브랜드로 콜마그룹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당시 윤 부회장은 창립 32주년 기념사를 통해 “100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콜마 브랜드의 새 주인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뀌었다”며 “한국콜마가 전 세계 콜마의 중심이 됐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콜마 합류 후 글로벌 확장을 위해 차곡차곡 준비해왔다. 덕분에 회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시장 확대에 윤 부회장이 적임자라는 평가다.

베인앤드컴퍼니 등 컨설팅 회사를 거친 윤 부회장은 2009년 한국콜마 상무로 입사했다. 이후 다수의 M&A를 성사시키며 회사 몸집을 키웠다. 콜마USA(옛 PTP)와 콜마캐나다(옛 CSR) 인수가 대표적이다. 윤 부회장은 북미 시장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2016년 미국과 캐나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인 PTP와 CSR을 인수해 글로벌 확장 토대를 마련했다. 북미 진출은 유럽과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제안이 가능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이후로도 윤 부회장은 콜마의 미래 성장축을 키우기 위한 글로벌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뉴저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를 개관하고 미국 영업망을 확대했다. 연구소이자 북미 지역 마케팅과 영업을 맡는 센터다. 한국에서 교육을 마친 직원을 현지에 파견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에는 미국 제2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색조 화장품이 주력인 1공장과 달리, 2공장에서는 기초 스킨케어와 선케어 제품을 생산한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모든 품목의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북미 외에 베트남과 필리핀, 싱가포르 등에도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 부회장은 시장 확대뿐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018년 윤 부회장이 주도한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 인수가 대표 사례다.

당시 인수 가격 1조31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M&A였다. 중견기업이 대기업 계열사를 인수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일부 우려도 제기했다. 그럼에도 윤 부회장은 M&A를 과감히 밀어붙여 2021년 기업공개(IPO)까지 성공시켰다. 이후 HK이노엔은 아시아 전역은 물론, 북미와 중남미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하며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실적도 나날이 개선되며 콜마그룹의 중추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HK이노엔 매출은 2021년 5984억원에서 2023년 8289억원으로 증가했다. KH이노엔 실적이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그룹 실적도 좋아졌다. HK이노엔 지분 43%를 보유한 한국콜마는 2021~2023년 연결 매출이 1조5863억원에서 2조1557억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콜마그룹 전사 매출도 2조4136억원에서 2조9055억원으로 증가했다. 윤 부회장의 공격적 M&A 성과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부회장이 주도해 2022년 인수한 연우는 아직 그룹 실적에 뚜렷한 기여는 못하고 있지만, 그룹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M&A라는 평가다. 글로벌 화장품 패키징 전문 기업 연우 인수를 통해 화장품 사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화장품 용기 시장점유율 1위 연우는 자체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콜마그룹은 연우 인수를 통해 한국콜마가 기존에 선보이던 연구개발(R&D)과 제조 기술력에 패키징 경쟁력을 더해 토털 ODM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연우 수익성 개선 과제

미국 인디 브랜드 수주 확대 주력

물론 윤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수두룩하다.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경쟁사들이 미국에서 서서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콜마그룹은 수익성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145억원)보다는 손실 규모가 축소됐지만, 여전히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영업손실 95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이 두드러진다. 올해도 북미 시장에서는 61억원의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797억원)은 물론 중국(97억원)에서도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실적이다. 다만 북미기술영업센터가 문을 연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연우의 수익성 개선도 시급하다. 한국콜마가 연우를 인수한 2022년 연우는 영업손실 5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대형 브랜드 수주를 많이 받던 연우지만, 중국 시장이 침체되며 적자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다행히 지난해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지만, 이익 규모를 키워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일본콜마와 관계 정립도 윤 부회장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한국콜마의 초기 투자자인 일본콜마는 지난해 말 기준 한국콜마 지분 12%를 보유 중이다. 한국콜마가 돈을 벌면, 그중 일부가 일본콜마로 유입되는 구조다. 문제는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부딪힐 여지가 있다는 점. 특히 최근 일본콜마가 중국 쑤저우 공장을 증설하며 경쟁 심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콜마 입장에서 일본콜마와 비교가 불편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콜마그룹은 경쟁사와 비교해 미국 시장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미국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고, 회사가 미국 인디 브랜드 수주를 따내는 데 주력하고 있어 앞으로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 일본콜마와 관계는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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