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아닌 문신 시술 불법"…국민참여재판 통해 결론 나왔다

백경서 2024. 5. 1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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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눈썹문신시술 의료법 위반 여부 관련 국민참여재판 무죄 촉구 집회'에 참가한 문신사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의료인(의사)이 아닌 사람이 눈썹 문신 시술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나왔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어재원)는 14일 의료인 자격이 없는 데도 고객에게 눈썹 문신 시술을 한 혐의(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진 A씨(24)에게 배심원단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에서 문신시술업을 금하는 것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최근 판단과 눈썹 문신이 체계적이고 통일적인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눈썹 문신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눈썹 문신 시술의 불법 여부를 가리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대구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이 문제를 놓고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문신 시술 양성화를 놓고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인 또는 문신술사와 일반 국민인 배심원 의견을 듣기 위해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배심원단은 법조·의료계 종사자를 제외한 일반 국민 7명으로 구성됐다. 배심원들은 이틀 동안 모두 진술, 증인신문 등을 거쳐 평의와 양형 토의 등을 진행했다. 이후 배심원단 7명 중 4명은 A씨에게 유죄 의견을, 나머지 3명은 무죄 의견을 냈다. 배심원들은 또 눈썹 문신 시술 관련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 9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눈썹문신시술 의료법 위반 여부 관련 국민참여재판 무죄 촉구 집회'에 참가한 문신사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지법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구 중구 피부미용업소에서 문신 시술용 기기와 색소, 마취 크림 등을 사용해 총 419차례에 걸쳐 불특정 다수에게 눈썹 문신 시술을 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눈썹 문신 시술 한 차례 당 13만~14만원씩 총 5164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공중위생관리법에는 ‘미용업 자가 문신 등 이와 유사한 의료행위를 한 경우 6월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은 A씨가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한 관련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2022년 11월 약식 기소했다. 이후 법원이 A씨에게 벌금형을 명령했으나 A씨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날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2년과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대구지법. 연합뉴스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본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비의료인 문신 시술은 불법으로 처벌돼왔다. 또 헌법재판소도 최근까지 문신 시술을 의료인에게만 허용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최근 일부 하급심에서 미용 목적의 눈썹 문신은 의료행위가 아니라며 무죄 판결을 내리는 사례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눈썹 문신에 대한 의학적·보건학적 위험성과 일반적인 국민의 시각, 이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 국내의 법 제·개정 진행 상황, 외국의 입법론 등에 대해 검사와 변호인이 찬반 의견을 개진하고 배심원들이 오랜 시간 숙고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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