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믹스견만 콕 집은 이경규... 앞으로가 정말 걱정이다"

유지영 2024. 5. 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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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유튜브 '르크크 이경규' 입마개 논란... 구낙현 귤엔터 대표 "견종 편견 강화, 입양 어려워질까 걱정"

[유지영 기자]

 영상 '존중냉장고'의 한 장면. 방송인 이경규씨가 출연했다.
ⓒ 르크크 이경규 유튜브 캡처
"펫티켓(펫+에티켓)을 진정 바꾸고 싶다면 산책하는 진도믹스견을 보면서 평가할 게 아니라...." - 구낙현 귤엔터 대표

유튜브 채널 '르크크 이경규'에 지난 10일 올라온 '[존중냉장고] 반려견 산책 시 존중을 잘 하는 사람을 찾아서'라는 영상이 산책하는 반려견과 보호자를 무단으로 촬영하고 진도믹스견에 대한 편견을 부추겼다는 논란에 직면했다.

영상에서 방송인 이경규는 진도믹스견들에게는 "입마개를 안했다"라고 지적하면서도 또 다른 대형견인 사모예드나 말라뮤트가 나왔을 때는 입마개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씨는 "진돗개는 입마개를 안 해도 법적으로 괜찮다. 그러나 다른 분들이 봤을 때 좀 위협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입마개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존중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텐포드셔테리어, 스태포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가 외출 시에는 목줄과 입마개가 필수이며 위반 시 100만 원 이상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진도견 혹은 진도믹스견은 입마개 필수가 아닌데도 위협적인 견종처럼 묘사한 것과 견주에게 촬영 동의를 받지 않은 점 등이 알려지자 "영상 내리고 견주들에게 사과하라"는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로 잘 알려진 수의사 설채현씨도 14일 개인 인스타그램에 "입마개를 안 해도 되는 개가 입마개를 안 한 것과 동의도 받지 않고 촬영해 다수가 보는 영상에서 평가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14일 해당 채널은 댓글로 "이번 영상의 반려견 입마개 착용과 관련한 내용으로 진돗개 견주만을 좁혀 보여드려 많은 반려인 분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앞으로 저희 제작진은 시청자 분들의 다양한 관점과 정서를 고려하여 더욱 신중을 기해 공감 받는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하겠다"라는 짧은 사과문을 남겼지만 영상은 삭제하지 않았다. 

"사지 않고 입양한 진도믹스견 견주들, 산책 때마다 편견에"
 
 '귤엔터' 구낙현 대표. 책 <우리는 귤멍멍이 유기견 아이돌>의 저자.
ⓒ 구낙현 제공
유기견 입양을 조력하는 단체인 '귤엔터'의 구낙현 대표는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저희처럼 시골개를 구조해서 입양보내거나 임시보호 하는 사람들이 이번 영상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은 편견을 가지게 돼 앞으로 입양이 더 힘들어질까봐 걱정하는 상황에 놓였다"라고 착잡해 했다.

진도믹스견은 우리나라 동물 보호소에서 가장 쉽게 발견되는 견종이다. 그는 "제주도의 경우 유기동물 앱 '포인핸드'에 올라오는 동물 중 96%가 진도믹스견이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어도 공고가 끝나면 바로 안락사되곤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진도믹스견을 반려하는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 있는 개를 구조하거나 입양하신 분들로 볼 수 있다"며 "사지 않고 입양하며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를 적극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임에도 산책 시에 많은 사람들의 편견과도 마주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진도믹스견 보호자들은 산책을 나갈 때마다 행인들로부터 종이 무엇인지, 입마개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왜 이런 개를 밖에 데리고 다니는지를 끊임없이 듣기 때문에 사전에 반려견 입양 신청자들에게 이런 상황을 계속 고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 번은 소형견이랑만 산 입양자가 진도믹스견을 입양해 길에서 입마개 시비를 겪고 울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 겪는다고 말한 적도 있다"라고 했다. 

그는 "어떤 환경에 놓이고 무엇을 경험했느냐에 따라 개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데, 오직 진돗개는 사납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개를 구매하거나 유기한 사람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또 "아직 개를 먹는 문화가 남아있어서, 진도믹스견과 산책하다 보면 실내에서 지낼 거라고 상상하지 못하고 '두고 잡아먹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라고 언급했다. 

또 구 대표는 영상 '존중냉장고'에 대해 "남의 사생활을 찍어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1990년대 기획에서 전혀 발전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이렇게 사과문을 올리고 끝날 일이 아니라 영상의 원래 취지대로 펫티켓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유기견 입양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의 말을 듣거나 품종견 불법 번식장 실태를 고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어땠을까"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유기견 보호소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도 많고 열악한 환경이니 보호소를 찾아가 냉장고라도 주면서 반려 문화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면 너무 좋은 기획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앱 '포인핸드' 캡처본. 포메라니안과 진도믹스의 희비가 엇갈린다. 포메라니안은 비교적 입양을 쉽게 갈 수 있으나 대부분의 진도믹스는 보호소에서 안락사된다. '완료'는 입양이 됐거나 집으로 돌아간 경우, '공고중'은 아직 보호소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 포인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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