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강' 모습 되찾은 금강에 왜 다시... 환경부는 멈춰라

유진수 2024. 5. 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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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좀비보'의 민낯] 세종보를 해체해야 하는 이유... 금강 수질과 수생태 모니터링 결과

[유진수 기자]

▲ 한두리대교에서 내려다본 세종보 모습 한두리대교에서 내려다본 세종보 모습, 보 완전 개방 후 모래톱과 식생대가 살아나는 가운데, 콘크리트 고정보 뒤편으로 모래가 쌓여 물웅덩이가 생긴 모습(2019. 7. 10)
ⓒ 금강유역환경회의 제공
지난 6년간 개방됐던 세종보의 재가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오는 6월부터 이를 실행할 계획인데, 이로 인해 금강의 자연성 회복이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다. 

사실 4대강 보는 공사가 끝나자마자 우려했던 대로 많은 문제를 발생시켰다. 금강 3개 보 구간에서 녹조 현상이 증가했고, 강물에 녹아있는 산소 양이 수생생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준까지 감소하는 빈산소 현상이 발생했다. 세종보는 수시로 고장났고, 매년 장마와 집중강우 한 번에 파묻혔다가 물이 빠지면 다시 고치느라 세금이 낭비됐다. 

그런데도 환경부를 '환경파괴부'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선 한화진 장관은 구체적인 근거도 내놓지도 않은 채 4대강 16개 보 존치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보를 해체해야 하는 과학적인 근거는 차고 넘친다.

우선 윤석열 환경부가 묵살한 보 개방 이후의 모니터링 결과를 한 번 살펴보자. 환경부는 2017년 6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4년 6개월에 걸쳐 이뤄진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2019년 2월 8일부터 2022년 5월까지 6개월마다 데이터를 더해가면서 7차례 발표했다. 환경부가 공개한 '4대강 보 개방·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이다.

4대강 보 수문개방 전과 후... '죽은 강'과 '산 강의 귀환
 
▲ 한두리대교에서 내려다본 세종보 한두리대교에서 내려다본 세종보, 보 재가동을 벌목과 강바닥 긁어내기, 물길 방향을 트는 공사, 수변지대 벌목작업으로 황폐화된 모습(2024. 3. 11)
ⓒ 금강유역환경회의 제공
 
환경부는 보가 개방된 2017년 6월 1일부터 상시개방에 따른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환경부의 보 개방 모니터링은 수질, 수생태계, 육상생태계, 퇴적물, 경관, 어패류 구제, 수리·수문, 지하수, 물 이용, 농·어업, 하천시설, 구조물, 지류하천, 보 활용 등 14개 분야에 걸쳐서 이뤄졌다. 모니터링 기관은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물자원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8개 전문기관이었으며, 환경부가 모니터링 계획 수립 및 결과를 총괄했다.

금강은 공주보부터 시작해서 같은 해 11월 13일부터 세종보, 백제보가 추가 확대 개방되면서, 보활용 분야가 모니터링 항목에 추가되었다. 보 개방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 수계별, 보별로 농민, 어민,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 관계 행정기관, 지역 전문가 등으로 모니터링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였다. 민관협의체는 보 현장 중심의 모니터링 및 의견수렴 창구로 활용하였다.

2018년 6월 29일 정부합동으로 보 개방 모니터링 중간 결과를 최초로 발표하였다. 예상은 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의 모니터링 결과만으로도 매우 놀라운 변화를 접할 수 있었다. '보 개방으로 물흐름을 회복하여 조류 농도 감소, 모래톱 형성 등 4대강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확인하였다'는 게 골자였다. 4년 6개월에 걸친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결과는 세종보 해체 등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 제시안이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결정이었음을 보여주는 근거였다.
 
▲ 금강 보 개방 현황 금강 보 개방 현황,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환경부가 2022년 5월 공개한 위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6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기간 중에도 4년 6개월 동안 보가 개방되면서 금강의 물리적 환경이 변화했고, 그에 따라 수질 분야, 생태계 분야에서 자연성이 회복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보를 개방하자마자 금강이 빠르게 되살아난 것이다. 

거대한 보로 막혀있던 호수가 흐르는 강물로 회복되면서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물리적 환경 변화였다. 상류 보인 세종보, 공주보는 전 구간이 유수성이 회복됐다. 세종보는 보 상류 구간 8km 전체가 정수성에서 유수성 구간으로 바뀌었다. 공주보는 세종보와 공주보 사이 18.7km 구간 전체가 유수성 구간으로 바뀌었다. 하류 백제보는 공주보와 백제보 사이 23.4km 구간 중에서 금강 하굿둑 수위 영향을 받는 백제보에서 상류 탄천면 대학리까지 약 10km 구간을 제외한 57% 구간인 13.4km만 유수성이 회복되었다.

유속은 최대 281% 높아지자, 녹조 줄어들어

물흐름도 좋아졌다. 세종보는 보에 강물이 가로막혔을 때보다 체류시간이 최대 86% 감소하였고, 공주보는 최대 88%, 백제보도 64% 감소하였다. 물이 고여있는 시간이 줄어들자, 유속은 세종보 78%, 공주보 최대 232%, 백제보 최대 281%로 개선되었다. 보 개방폭이 클수록 체류시간 감소율이 컸으며 개방폭이 클수록 유속 증가율이 커졌다.

수질 분야도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보 완전개방 이후 물 흐름이 개선되면서 녹조와 독성을 띤 유해남조류가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섰다. 강물이 흐르자, 상류와 지류하천 등에서 유입되는 유기물과 영양물질, 오염물질의 증감에 따라 보 구간의 유기물·영양물질 농도도 변화를 보였다.

2018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7월 초부터 월 중순까지 폭염이 지속되자 금강은 녹조 발생에 매우 유리한 조건 형성되었다. 완전 개방한 세종보는 미호강 유입 영향으로 유해남조류가 증가하였으나, 상류 및 지류 유입량을 고려할 때 보 구간 내부에서의 증가는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되었다. 당시 제시된 근거는 세종보에 유입된 유해남조류세포수 산정값(2299 cells/mL, 금강 대청댐 하류, 갑천, 미호강 말단에서 2018년 여름철 평균 유량과 유해남조류세포수로부터 산정)과 세종보 대표지점에서 실제 관측된 값(2273 cells/mL)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이었다. 

공주보는 예년 대비 14% 감소를 나타내기도 하였고, 부분 개방한 백제보는 8월 초 폭염과 비가 내리지 않은 영향으로 예년 대비 유해남조류 세포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8월 2주차 유해남조류 세포수(cells/mL)가 2013∼2017년 평균값(20,638 cells/mL)보다 약 13배나 큰 값(265,485 cells/mL)으로 측정되었다.
 
▲ 보별 최대개방시기의 체류시간 및 유속변화 보별 최대개방시기의 체류시간 및 유속변화,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보가 완전 개방되고 빗물이 자유롭게 흐르자, 강물이 상류와 하류, 수심이 깊은 곳까지 뒤섞였다. 보 담수 초기 민물고기 대량 폐사가 발생하였던 백제보 상류 구간에선 강물 속 밑바닥의 빈산소가 더 이상 관측되지 않았다. 완전개방이 길어질수록 세종보와 공주보 상류와 하류 구간의 강바닥 퇴적물 내 모래비율이 증가하고 유기·영양 물질 함량이 감소했다.

모래강으로 돌아온 금강... 축구장 면적 188배 크기 모래톱

보 수문이 완전 개방 후 금강은 또 한 번 변신했다. 모래강이었던 비단강, 금강의 본모습을 되찾기 시작하였다. 축구장 면적의 약 188배 크기의 모래톱이 생겨났고, 강변은 축구장 면적 약 299배 크기의 수변공간이 물 밖으로 드러났다. 세종보는 축구장 면적 약 41배의 모래톱과 약 67배의 수변공간이 증가하였다.  

강물의 흐름이 회복되고 모래톱과 수변구역이 확장되면서 생태계도 다양해졌다. 완전개방한 보 구간에서 강물 속 물흐름이 빨라지고 낮은 곳에 여울이 형성됐다. 수리·수문 환경이 변화된 것이다. 이는 민물고기와 수서곤충, 조개를 비롯하여 수생생물의 서식 환경이 다양해졌다는 걸 의미했다. 각 서식공간에 사는 생물종이 증가하고, 먹이사슬을 따라서 장기적으로 생물다양성이 증가하면 수생태계가 건강해진다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다.
 
▲ 금강 수계 보 개방 전·후 하상재료 변화 금강 수계 보 개방 전·후 하상재료 변화,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 금강 수계 세종보 수문 완전개방 전후 전경 금강 수계 세종보 수문 완전개방 전후 전경,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 금강 수계 공주보 수문 완전개방 전후 전경 금강 수계 공주보 수문 완전개방 전후 전경,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 금강 수계 백제보 수문 완전개방 전후 전경 금강 수계 백제보 수문 완전개방 전후 전경,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17.6 ~ ’21.12)
ⓒ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
 
위에 예시된 모니터링 결과는 모두 한화진 장관의 밑에서 일하는 공무원들과 산하기관의 전문 연구원 등이 발표한 수치들이다. 수년간 이를 연구하고 조사하는 데에도 막대한 세금이 들어갔다. 그런데 한화진 장관은 이에 대한 반박 근거를 내놓지도 않고 송두리째 뒤집었다. 우리나라 환경의 최후 보루여야 할 환경부와 환경부장관이 환경 파괴가 불보듯한 보 재가동 결정을 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4.10 총선 투표 용지의 인주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수많은 과학적 근거와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강행되고 있는 세종보 담수. 그들은 총선에서 준엄하게 현 정부를 심판한 국민이 여전히 두렵지 않은 모양이다. 만약 세종보를 재가동한다면, 제2, 제3의 심판도 각오해야 한다. 오는 6월, 수문을 닫는다면 올 여름 녹조가 창궐할 금강이 온몸으로 보여줄 것이다. 강은 흘러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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