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일 하면서 민주화운동 하셨다니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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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 기자]
▲ 목포여자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박지원 학생. 박 양은 지난 5월 7일 목포여중 3학년 전체 학생과 함께 ‘목포 오월길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
ⓒ 이돈삼 |
"안철 선생님과 동아약국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약국과 민주화운동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약사 일을 하면서 민주화운동을 하셨다고 해서 더 인상 깊었습니다. 허름하고 평범해 보이는 건물이 민주화운동의 산실이었다는 것도 놀랐습니다."
'목포 오월길' 탐방을 마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사적지나 인물을 물은 데 대한 박지원 양의 대답이다. 박 양은 목포여중 3학년에 다니고 있다. 박 양은 지난 5월 7일 목포여중 3학년 전체 학생과 함께 '목포 오월길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 지난 5월 7일 전남서부보훈지청 주관 '목포 오월길' 걷기에 참가한 목포여중 학생들이 목포근대역사관 2관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 나건호 |
탐방은 유달산 자락에 자리한 목포여중을 출발해 목포근대역사관 2관, 동아약국 옛터, 목포중앙교회 옛터, 중앙공설시장 옛터, 목포역광장을 돌아보는 순으로 진행됐다. 박 양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꼽은 동아약국은 80년 당시 재야인사들의 모임 장소로 자주 쓰였다. 70∼80년대 민주인사들이 수시로 모여 시국을 논의했던 곳이다.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당시 목포3해역사령부 헌병대가 자리했다. 붙잡혀 온 민주인사들이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 갇혀 지낸 헌병대 영창이 여기에 있었다. 목포중앙교회는 재야인사와 목사들이 모여 목포시민민주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시민 결의문을 채택하며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한 공간이다. 이 자리에서 약사 안철이 위원장으로 추대돼 목포의 5월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
▲ 80년 5월 목포역광장에 모인 목포시민들. 목포의 시위는 광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
ⓒ 목포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
목포여중 학생 50여 명 가운데 해설사의 사적지 설명에 큰 관심을 보인 박지원 학생을 탐방 직후 만났다.
- 당시 이준규 목포경찰서장은, 민주화운동을 강하게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서장에서 쫓겨나고, 고문을 받고, 온갖 고초를 겪은 후유증으로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이 서장은 어떤 생각으로 그랬을까요?
"이준규 경찰서장님은 우리 국민과 시민을 가족으로 여긴 것 같습니다. 경찰서장님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강경 진압 명령은 같은 가족을 때리고 죽이라는 말과 같이 들렸을 것입니다. 그래서 거부했다고 생각합니다."
- 학생이 당시 경찰서장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저도 당연히, 제 가족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면 거부했을 것입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마땅히 그랬을 것 같습니다."
▲ 광주 5.18민주묘지에 있는 안철의 묘. '목포 오월길' 걷기에 참여한 박지원 학생이 가장 인상 깊게 만난 목포의 민주인사이다. |
ⓒ 이돈삼 |
- 만약 학생이 당시에 대학생이나 어른이었다면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을까?
"참여했을 겁니다. 평소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나 내용이 나올 때마다 생각해 봤는데, 제 생각은 확고합니다."
-그러면 어떤 일을 했을까?
"저는 겁이 많은 편입니다. 총칼 앞에 나설 용기는 솔직히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성격도 아닙니다. 관련 포스터를 붙이고, 저항하고 싸워야 한다는 글을 써서 나누고, 비폭력적이고 비교적 덜 위험한 운동을 했을 것 같습니다."
▲ 5월 7일 '목포 오월길' 걷기에 참가한 목포여중 학생들이 목포중앙교회 옛터에 세워진 5.18사적지 표지석 앞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박지원 학생이 해설사 바로 앞에 서 있다. |
ⓒ 나건호 |
- 학생의 인식이 남다른데, 오월길 걷기 행사 좋았어요?
"아주 좋았고, 만족했습니다. 우리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질문과 함께, 사적지를 찾아다니는 체험 형식의 활동이어서 흥미롭게 참여했습니다. 사건이 아니고 사적지나 인물 중심으로,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내용을 알게 돼서 유익했습니다."
- 답사 전,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이 역사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도 그분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중학교에서도 우리 역사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도 봤습니다. 전두환의 쿠데타에 누가 참여했고, 무슨 일을 했는지, 또 누가 어떤 도움을 줬는지 알게 됐습니다. 흥미롭게 봤습니다."
- 목포와 무안·영암 등 전남지역에서도 광주와 함께 민주화운동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겠는데?
▲ 5월 7일 '목포 오월길' 걷기에 참가한 목포여중 학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목포역광장에 새겨진 표지석을 보고 있다. |
ⓒ 나건호 |
- 오늘의 민주주의가 있기까지 많은 시민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기억하고 행동할 생각인지?
"앞으로도 관심을 많이 가질 생각입니다. 학교에서 또 다른 데서도 배울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공부도 하겠습니다. 그것이 쌓이면 자연스레 잊지 않고 기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학교 친구와 후배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나중에 안 사실, 박 양은 목포여중 학생회장을 맡고 있었다).
- 끝으로 관심 분야, 아니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궁금한데?
▲ '목포 오월길' 걷기에 참가한 목포여중 학생들이 목포중앙교회 옛터를 돌아나오고 있다. 지난 5월 7일이다. |
ⓒ 나건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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