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전처 멀린다, 17조원 받고 ‘게이츠 재단’ 떠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전처이자 세계 최대 규모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재단’의 공동 의장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게이츠재단을 떠난다.
프렌치 게이츠는 13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신중하게 숙고한 끝에 나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재단’의 공동 의장직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다”며 별도의 자선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프렌치 게이츠의 발표는 이혼 후 3년 만이다.
프렌치 게이츠는 게이츠재단이 현재의 훌륭한 경영진·이사회와 함께 중요한 업무를 지속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내가 자선사업의 다음 장으로 나아갈 적절한 때”라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미국과 전 세계의 여성과 소녀들에게 중요한 순간이고, 성평등을 보호하고 진전시키려 싸우는 이들에게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빌과의 합의 조건에 따라 재단을 떠나면서 여성과 가족을 위한 활동에 125억 달러(약 17조938억원)를 추가로 확보해 투입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2021년 5월 이혼 당시 이들은 프렌치 게이츠가 재단을 떠날 경우 빌 게이츠에게서 추가로 별도의 자선사업을 위한 자금을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앞서 이들은 1994년 결혼한 뒤 2000년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자선 재단인 게이츠재단을 공동으로 설립했다. 게이츠재단의 올해 예산은 86억 달러(약 11조7605억원)에 달한다.
이 재단은 그동안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퇴치와 인도·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 등 전 세계 빈곤 퇴치와 보건 개선 활동에 주력해 왔다.
빌 게이츠는 별도의 성명에서 “멀린다는 공동 설립자이자 공동 의장으로서 재단의 전략과 추진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멀린다를 떠나보내게 돼 아쉽지만, 그가 자신의 미래 자선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프렌치 게이츠는 2015년 여성과 소수자들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법인 피보털 벤처스(Pivotal Ventures)를 설립해 이끌어왔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1526억 달러(약 208조6805억원)를 보유한 세계 5위 부자이며, 프렌치 게이츠는 133억 달러(약 18조1878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두 사람은 지난 2021년 27년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이혼했다. 당시 일각에선 빌 게이츠와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에 프렌치 게이츠가 불쾌감을 드러냈고 2년 전부터 이혼을 준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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