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 대응, '통화정책'으론 한계…해법은?[Why&Next]

박재현 2024. 5. 1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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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기후 환경에도 생산량 유지할 수 있는 대안 필요
스마트팜, 농산물 안정적 공급 가능한 대안으로 꼽혀
국내 스마트팜 대다수 1세대에 머물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상 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에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뛰면서 CJ제일제당, 샘표 등 국내 식품업체도 최근 소비자용 올리브유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이 감소하고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한 해법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기관들은 기후변화발(發) 인플레이션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방안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IMF는 4월 워킹페이퍼 '통화정책과 기후의 연결고리'를 통해 부정적인 기후 환경에서는 통화정책만으로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강수량이 적고 기온이 높은 부정적인 기후 환경에서는 기준금리를 1%포인트(100bp·1bp=1%포인트)) 올린다 해도 향후 2년간 물가상승률은 0.6%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후가 개선될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물가상승률은 1%포인트 내려가고 2년간 5%포인트까지 낮아질 수 있다. 즉 기후충격발 인플레이션을 기후 환경 개선 없이 통화정책으로만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단 것이다. 보고서는 부정적인 기후충격이 올 때, 작황 부진으로 소비자물가(CPI)에 포함되는 식료품들의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긴축적 통화정책만으로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KDI는 지난 9일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은 기후 변화에 의한 것이라 짚었다. 그러면서 기온, 강수량 등 날씨 충격으로 인한 식품 가격 급등이 단기적으론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지만, 중기적인 물가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기후 변화로 인한 일시적인 가격 변동에 통화정책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두 보고서는 통화정책이 기후변화로 인한 물가 급등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단 점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동시에 기후 변화에 대응할 다른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MF 보고서는 부정적인 기후환경에서도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이나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등 통화정책 외의 정책이 필요하단 점을 시사했다. KDI 보고서는 국지적인 날씨 충격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농산물 수입 확대나 기후 변화에 맞는 품종 개량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기후변화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물가 상승을 통화·재정 정책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기후변화가 심할 때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할 것인지, 수입 등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라며 보조금 외의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수입은 단기적 해결책…'스마트팜'이 대안으로 거론돼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수입'의 경우 단기적으론 물가를 낮출지언정 장기적으론 국내 재배 농가를 위축시키고 식량자급률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사과는 기후 변화로 사과 공급량이 예상보다 더욱 줄었기 때문에 발생했는데,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기후위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수입은 단기적인 해법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팜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농가 환경 개선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등에 4차 산업혁명기술을 접목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리하는 농장을 말한다. 스마트팜은 의사결정과 제어를 누가 하는가에 따라 1~3세대로 구분하는데 1세대 스마트팜은 '원격 시설제어'가 주요 기능으로 사람이 의사결정과 제어 모두 담당한다. 반면 2세대는 정밀 생육관리가 주요 기능으로,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고 컴퓨터가 제어한다. 3세대는 자동 관리가 핵심으로 컴퓨터가 의사결정하고, 로봇이 제어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설원예농업은 전반적으로 1세대에 해당한다. 이 중 일부 선진농가가 2세대 장비를 도입 중이고, 3세대는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시험운영 중이다.

이정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감시키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선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며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스마트팜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스마트팜은 운영 과정에서 화석연료 등 상당량의 에너지가 소요될 수 있어, 온실가스 절감 취지에 반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후 변화를 시장메커니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단 주장도 제기된다. 나승호 한은 지속가능성장실장은 최근 한은 소식지 칼럼을 통해 기후 변화를 글로벌 대응 차원에서 제시된 해법인 환경세(탄소배출권), 기후 관련 공시 의무화, 글로벌 기후클럽 조성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 실장은 칼럼에서 환경문제가 경제학에서 효율적인 자원배분에 실패한 소위 '시장실패'의 영역이라고 진단하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는 그것이 음모론이든 과학자들의 섣부른 가설이든, 선진국의 또 다른 무역장벽의 핑계이든지 상관없이 이미 글로벌 차원의 대응이 시작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경제적 장벽"이라고 강조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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