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도 보호…'학부모 맘대로 톡·전화' 거부할 수 있다

이수기 2024. 5.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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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보육교직원 권익보호 4대 지원방안' 발표

서울의 한 어린이집 10년차 보육교사인 A씨는 지난해 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동료교사와 갈등으로 힘든 데다 매달 행사와 업무로 몸과 마음이 지쳤던 탓이다. 아침마다 달려와 안기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참으려 했지만, ‘결국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좌절감만 느꼈다. 하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병원에 갈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다.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서울시가 보육교사를 위해 운영하는 ‘찾아가는 심리상담버스’였다. 그는 상담을 통해 위로를 받고 어느 정도 자존감도 회복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보육교사의 심리상담을 위해 운영 중인 '찾아가는 심리상담버스'. 올해 운행을 지난해의 2배가량인 75회로 늘린다. 사진 서울시

찾아가는 심리상담버스, 올해 1000명 만난다

서울시가 보육교사를 위한 ‘찾아가는 심리상담버스’ 운행 횟수를 2배로 늘리고, 보육교사 1인당 돌봄 아동 수를 줄이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보육교직원 권익보호 4대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13일 밝혔다. 보육교사 등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교직원을 ‘보육전문가’로 존중하고 과중한 업무ㆍ감정노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선 전문 상담사가 어린이집을 찾아가 보육교사의 스트레스 진단과 상담을 해주는 ‘찾아가는 심리상담버스’는 올해 75회 차례 운행한다. 이를 통해 보육교사 1000명을 상담할 계획이다. 깊이 있는 상담이 필요하면 전문 심리상담도 지원한다. 이 사업은 지난해 시범 도입해 30차례 운행, 519명을 상담했다.

자료: 서울시(단위:명)

교사가 담당하는 아동 수를 줄이는 사업도 실시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돌봄 아동 수를 줄인 어린이집에 월 39만4000~140만원을 지원한다. 시범사업은 그간 0세반, 3세반, 국공립 어린이집만을 대상으로 했다. 올해부터는 0~3세반 전체, 민간ㆍ가정 어린이집까지 폭을 넓혔다. 지원 대상 반도 지난해 말 400곳에서 올해 1150곳으로 늘린다.

서울시는 또 보육교사가 아동을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보조교사·보육도우미 등 보조인력 1만2000명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 어린이집 당 보조인력은 2.6명 선이다. 시는 보육교사의 보수교육ㆍ휴가 등을 보장하기 위해 대체 교사도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최대 15일간 대체교사를 파견받거나, 대체 교사를 직접 채용하면 인건비를 받는다. 서울시는 지난해 보조교사를 2만7519차례 파견했다. 어린이집이 1만3820명을 채용한 것에 대해 인건비도 제공했다.


학부모의 무리한 상담 요청 거부 가능해져


서울시는 최근 학부모의 부당한 요구 등으로부터 보육교사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서울시 보육사업안내 지침’도 개정했다. 개정 지침에 따르면 보육교사는 근무시간ㆍ직무범위 외 상담은 거부할 수 있고, 방문ㆍ유선 상담은 최소 1일 전 예약해야 한다. 종전에는 어린이집에서 학부모가 무리한 상담 요구를 해도 거부할 근거가 없었다. 폭언ㆍ협박 시에는 상담을 즉시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보육교사의 심리상담을 위해 운영 중인 '찾아가는 심리상담버스'. 올해 운행을 지난해의 2배가량인 75회로 늘린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또 시내 모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보육교직원 형사보험' 단체가입을 지원한다. 지금까지는 보육 업무와 관련해 보육교직원 대상 소송 등이 발생하면 보육교직원 개인이 대응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어린이집에서는 부모와 다름없는 ‘보육교사’가 행복해야 아이가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며 “전문가로서 최상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육교사 권익 보호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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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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