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장모 오늘 가석방, 현직 대통령 처음…YS·DJ 아들 풀려난 때는
14일 10시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77)씨가 가석방된다. 지난 8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적격’ 판단을 내리면서다. 헌법상 대통령의 권리로 단행하는 사면·감형·복권과는 다른 내·외부 전문가들의 결정이지만, 현직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실형을 선고받은 친인척이 가석방되는 건 처음이다. 과거엔 정권이 바뀐 후 후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의 친인척을 가석방 또는 사면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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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노건평, 노무현은 김홍업 사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0년 8·15 특별사면에 포함됐다. 노씨는 농협중앙회의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세종증권으로부터 약 23억~24억원을 받아 농협에 대한 청탁 자금으로 쓴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알선수재)로 2008년 12월 구속기소됐다. 2010년 1월 대법원은 징역 2년6개월을 확정했고, 노씨는 구속 1년8개월 후인 2010년 8월 14일 오전 창원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통합민주당 의원 역시 다음 대통령인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2005년 6월) 가석방됐다. 김씨는 2002년 7월 기업인 등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가 2003년 5월 대법원에서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김 전 의원은 가석방 2개월 후인 2005년 광복60주년 특사에서 동생 김홍걸씨와 함께 사면·복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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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씨도 DJ 때…이상득은 사면 못 받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역시 차기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1999년 8·15 특사에서 잔여 형기를 면제(사면)받고, 이듬해엔 복권됐다. 김씨는 1997년 6월 알선수재와 특정범죄가중법상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1999년 6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성호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 50억원을 맡겨놓고 이자조로 12억5000만원을 받은 것과,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돈에 대한 세금을 탈루했다는 혐의가 대부분 인정됐다.
당사자의 항소에 따라 사면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17대 대선 직전인 2007년 10월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12년 10월 구속기소됐다. 이 전 의원은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사면인 2013년 2월 설 특별사면 직전 항소장을 제출해 사면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사면되려면 형이 확정돼야 해서다. 이 전 의원은 항소·상고를 거쳐 2014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2개월을 확정받았다. 이 전 의원은 재판중 형기를 마쳤다.
사면·가석방마다 논란…대법, “기준 공개”
대통령 친인척의 사면·가석방은 시기를 떠나 늘 특혜 의혹의 대상이 돼왔다. 2년의 형기 중 1년6개월을 면제받은 김현철씨와 관련해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1999년 9월 법무부장관에게 사면관련 건의서나 사면심의 관련 국무회의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요청은 법무부 거부에 따라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으로 이어졌고 2006년 12월 대법원이 최종 공개하라고 확정했다.
김홍업 전 의원 사면과 관련해선 “일반 범죄자들의 가석방이나 사면이 어려운 현실에 비춰 권력을 이용한 부패사범에 대한 가석방은 보통 사람들을 좌철케 한다”는 비판이, 노건평씨 사면 당시엔 “이런 사면이 사회통합으로 이어진다는 근거가 무엇인가”라는 비판이 나왔었다.
최은순씨 석방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 수사가 미진한 상황인 데다 대통령이 현직 때 장모를 풀어주는 모양새라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사면을 검토한단 소식이 들렸을 때 “부패한 정치권력이 임기 말에 권력을 남용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발행하는 파렴치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 것과 유사한 구도다.
가석방심사 업무를 잘 아는 관계자는 그러나 “최씨의 경우 형기의 82%가 도과했고, 나이도 70대 후반”이라며 “대통령 장모라는 개인적 위치 등을 고려하면 더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는 것 같지만, 이 경우 반대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0년 12월 자녀 입시비리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형기의 약 78%를 채우고 가석방된 걸 고려하면 복역 기간이 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그러나 “4·10 총선 결과로 미뤄보면 국민들은 최씨의 가석방을 부정적으로 보고있을 것”며 “정치적으로는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상 가석방 판단 기준은 수형자의 나이·범죄동기·죄명·교정성적·건강상태·가석방후생계능력·생활환경·재범위험성 등으로 정해진 만큼, 법무부는 최씨 본인이 보인 복역 의지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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