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수술 후 시즌 OUT' 최악 가능성까지…2018년 초인적 회복력 보여줄까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어깨 상태에 한미 야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경우 시즌 아웃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이정후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1번타자 및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1회초 외야 수비 중 부상을 당하면서 한 타석도 소화하지 못한 채 교체됐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미국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어깨 상태에 대해 "좋지 않다(Not Great). 일단 내일(5월 14일) MRI 검진을 해봐야겠지만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이날 샌프란시스코가 0-0으로 팽팽히 맞선 1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신시내티 타자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홈런성 타구를 쫓아가 공을 잡으려고 점프했다. 하지만 포구하지 못한 채 펜스에 강하게 부딪힌 뒤 쓰러졌다.
이정후는 어깨 통증을 호소하면서 더는 게임을 뛸 수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도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이정후를 곧바로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어깨를 '분리된(separated)' 것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구단 관계자가 '탈구된(dislocated)' 어깨라고 명확하게 표현하면서 단순 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이정후는 일단 MRI 검진을 받아야 정확한 왼쪽 어깨 상태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왼쪽 발등을 맞아 사흘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가운데 회복 후 복귀와 동시에 더 큰 부상을 당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이정후는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 샌프란시스코 구단 스석 트레이너 데이브 그로슈너에게 부축을 받을 때 왼팔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정후는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2017-2023)에도 왼쪽 어깨 부상으로 고생했던 전례가 있다. 2년차였던 2018 시즌 6월 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왼쪽 어깨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았다. 주루 중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과정에서 부상을 입으면서 1개월 동안 1군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정후는 이후 2018 시즌 11월 포스트시즌 기간 또 한 번 왼쪽 어깨 부상으로 신음했다.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외야 수비 중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왼쪽 어깨를 다쳤다.
이정후는 결국 2018년 11월 7일 왼쪽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 봉합수술을 받았다. 키움은 이정후의 이탈 속에서도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 이글스를 3승 1패로 제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정후의 공백을 실감하면서 2승 3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이정후는 2018년 11월 수술 직후 재활 기간이 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키움 구단은 당초 이정후의 복귀 시점을 2019년 5월로 설정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엄청난 회복 속도를 보였다.
이정후는 재활 기간을 무려 2개월이나 단축했다. 2019년 3월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성공적으로 돌아온 뒤 맹타를 휘두르며 소속팀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이정후는 2019 시즌부터 2022 시즌까지 큰 부상 없이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다. 한국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3 시즌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왼쪽 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인 신전지대 봉합수술을 받기는 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정후는 빠른 회복세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1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고척스카이돔 경기에서 1타석을 소화했다. 키움팬들을 위한 작별 인사 성격이 강하기는 했지만 초인적인 회복력을 또 한 번 과시했다.
다만 이정후의 이번 부상은 6년 전 수술을 했던 왼쪽 어깨라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만약 MRI 검진에서 수술 소견이 나온다면 정규시즌 잔여 경기 출전이 어려울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표현대로 '탈구'가 맞다면 이정후의 팔뼈가 왼쪽 어깨 관절에서 빠져나온 심각한 부상이다. 부상 정도가 크지 않다면 수술 없이 몇주간의 휴식과 재활로 복귀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라면 회전근개 손상도 의심해 봐야 한다.
이정후는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 후 36경기에 출전해 145타수 38안타 타율 0.262 2홈런 8타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41을 기록 중이었다.
이정후는 특히 지난 4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부터 6경기 연속 안타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5월 성적만 놓고 보면 37타수 10안타 타율 0.270 1타점으로 준수했다. 빅리그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에도 유독 5월부터 방망이가 뜨거워졌다. 정규시즌 초반보다 게임을 치를수록 몸이 완벽하게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한국에서 통산 5월 성적은 161경기 615타수 220안타 타율 0.358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당분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2024 시즌 전력의 핵심으로 여겼던 이정후의 부상이 엄청난 타격일 수밖에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부상병동'이다.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가 오른쪽 허벅지 뒤 근육 부상, 포수 패트릭 베일리는 바이러스성 질병, 외야수 호르헤 솔레르는 오른쪽 어깨 염좌, 포수 톰 머피는 왼쪽 무릎 염좌, 내야수 닉 아메드는 왼쪽 손목 염좌, 외야수 오스틴 슬레이터 뇌진탕 등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정후까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시즌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사진=AFP/AP/USA 투데이 스포츠/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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