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쓰고 9% 남겨주려는 윤석열 정부... 기막힌 상황
<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윤석열 정부 2년을 집중 진단합니다. 윤정부 2년의 역사적 퇴행을 바로잡고 정책을 복원하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이며, 이 글은 그 다섯 번째로 '기후퇴행'입니다. <편집자말>
[사의재 기후환경특별위원회]
▲ 한국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묻는 기후소송의 첫 공개변론이 열릴 4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소송 원고 단체와 공동대리인단 등 시민들이 “한국 정부의 기후 대응 목표가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준이고, 기후 위기 속에서 살아남아야 할 세대에 대한 차별이다”며 “헌법재판소에 명확하고 빠른 판결을 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 유성호 |
인류의 역사는 어린이, 여성, 사회약자, 소수자 등의 권리를 빼앗고 침해하는 것에 저항하며 이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의 기록'이다. 그리고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날개를 통해 발전해 온 민주주의는 이들의 권리를 누구도 함부로 침해하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갖춰 왔다.
이러한 판결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지는 2024년이 기후 소송에서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월 23일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환경권과 생명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청소년단체 등이 낸 헌법소원 4건을 병합해 본격 심리에 들어갔다.
입법·사법·행정 중 가장 신중하게 판단하는 사법부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판결로 기후 위기 해법의 올바른 방향성을 내오기 위해 노력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수장으로 있는 행정부는 이러한 전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윤 정부의 기후분야 역사 퇴행과 정책 후퇴를 하나하나 짚고자 한다.
기후위기 공론장과 거버넌스의 부재
기후 위기로 발생하는 위험의 강도는 취약계층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나며 국가 간, 세대 간, 계층 간 편차도 크다. 따라서 한 국가 안에서도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공식적인 논의 틀을 갖추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같은 이유로 1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아래 탄녹위)는 산업계, 노동계, 농어민, 시민사회, 청년, 지방정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와 '탄소중립시민회의'를 두어 사회약자와 소수자, 노동자 등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틀을 갖췄으며 국민참여분과를 포함한 8개의 분과를 운영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4.10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하여 '나만 옳다'는 제왕적 리더십을 버리고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회복해야 한다. 기후분야에서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거버넌스 구조 복원'과 '숙의 공론장 형성'이 그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방치, 묵과할 수 없는 대표적 에너지 정책 실패 사례
세계 여러 나라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각국의 실정에 맞게 다양한 에너지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으나, 공통된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제로화하고 필요한 에너지 사용은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마지막으로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가는 거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탄소중립 실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사실에 그 어느 국가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상수로 두면서, 재생에너지의 불확실성과 변동성(간헐성)으로 인한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과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오는 것이 기후위기 해법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기본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달 전문가는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며 세계적 추세와 달리 한국적 특수 상황에서 에너지원의 하나로 거론되는 원자력발전만 고집하며 CF100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제적 합의를 내오기는 힘든 실정이다. 원자력발전이 이미 해외에서는 경쟁력을 잃은 상황이고, 원전을 세울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나라도 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CF100을 외치며 재생에너지 정책을 포기하다시피 하는 동안 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영리단체와 기업들의 자발적 캠페인인 RE100 참여 기업들(BMW, 애플, 구글 등)이 협력사들에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재생에너지 조달 및 탄소 배출량 관리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RE100은 세계 시민사회의 거센 요구를 기업들이 수용하며 만든 자발적 캠페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왈가왈부할 일은 없다. 다만 세계 시장의 장벽 중 하나로 RE100이 생겼으니, 우리 기업이 그 장벽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RE100 실현의 토대가 되는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대한 지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
우선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목표치를 축소하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의 목표치는 전체 전력생산 설비 중 30.2%를 차지하도록 잡았는데, 윤 정부가 들어서면서 21.6%로 8.6%p 후퇴하였다. 2021년 전 세계 전력생산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 24.7%다. 윤 정부는 2021년 전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치를 2030년 목표로 삼은 것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여파로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설비 시장이 눈에 띄게 후퇴했다. 글로벌 태양광 설비 생산 기업인 한화큐셀은 음성공장 가동을 중단하였고(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 6.2GW에서 2.7GW로 축소), 2023년 3분기 시점으로 내수 매출이 약 206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663억 원) 대비 43.7% 급감했다. 중견기업인 신성이엔지의 지난 3분기 기준 태양광 제품 매출은 4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4억 원)보다 47.6% 감소했으며, 태양광 모듈 수주액도 같은 기간 302억 원에서 101억 원으로 1/3로 줄어들었다.
탄소중립을 위한 또 다른 축, 순환경제도 빨간불
이렇듯 세계가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시행을 유예하거나 백지화하며 세계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회용품 규제 강화를 바라보며 그 대체 시장을 준비해 온 다회용 용기 대여 업체, 종이 빨대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윤석열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0년까지 현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탄소예산 45억 톤 중 91%(41억 톤)를 소진하고 남은 9%(4억 톤)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놓이는 것이라고 그린피스는 경고한다.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일들을 유예하고 다음 정부로 미룬다면, 우리에게는 암담한 미래만이 있을 뿐이다. 미래가 잿빛 세상인 현실에선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해법 없이 저출생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 기후위기 해결,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기후위기와 순환경제를 풀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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