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대외관계, 제로섬 아니다" 中왕이 "간섭 배제하자"

신경진, 박현주 2024. 5. 1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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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조태열(왼쪽) 외교부 장관이 왕이(오른쪽) 중국 중앙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특파원단 공동 취재단

13일 조태열 외교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베이징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한국 외교부 장관이 베이징을 단독 방문하는 건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년 11월 강경화 전 장관 이후 6년여만이다.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회담 모두발언에서 조 장관은 관계 개선 의지와 함께 대중 관계의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방문을 위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양국 간 엉켜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한중관계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대외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그렇게 관리하지도 않는다”며 “민주주의 국가로서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바탕으로 사안별, 분야별로 균형 감각을 갖고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관계를 강화한다고 한중관계에 소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왕 위원은 모두 발언에서 양국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이 늘었다면서 양국이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우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2008년 일찍이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양국 관계) 지위를 정했고, 이는 상대방에 대한 관계를 각자의 외교에서 더 중요한 위치에 놓았다는 의미"라며 "이 과정에서 양국은 서로 공동 발전을 성취했고, 지역의 평화·번영 촉진에 힘을 보탰다"고 말했다.

최근 양국 관계를 두고 “중·한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은 현저하게 늘었다”며 “이는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중국이 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왕 위원은 “한국과 중국이 함께 수교 초심을 지키고, 선린우호 방향을 견지하며, 호혜협력의 목표를 지키고, 간섭을 배제하며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13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12호각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태열 장관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베이징특파원단 공동 취재단

조 장관은 왕 위원과 회담한 뒤 만찬을 함께 한다. 다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예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3월 방중한 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은 왕 위원 외에도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후닝(王滬寧), 차이치(蔡奇)와 별도로 회동했지만 시 주석 예방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회담에 앞서 조 장관은 중국에 진출한 기업인을 만나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중 간 높은 상호 의존성은 그간 양국 경제가 동반 성장하고 번영하는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위험을 안고 있다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양국 경제 관계가 과거의 상호보완적인 파트너 사이에서 이제 경쟁하는 관계로 바뀌면서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조 장관은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강제북송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우리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기하고 중국 측의 의견도 듣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껄끄러워하며 거리를 두고 있는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해서도 “지역, 국제 정세에 관한 토의를 할 때 제기될 문제”라며 회담 테이블에 올릴 의사를 밝혔다. 북핵 문제 전반에 대해 조 장관은 “중국이 어떻게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을 통해 오는 26~27일로 추진되는 한·일·중 정상회의 일정을 공식적으로 못 박을 수 있을지, 시 주석의 방한이나 윤 대통령의 방중 등 정상급 교류 문제가 논의될 지도 주목된다. 최근 미국의 동맹·우방국들과 외교적 협의를 강화하는 중국의 기류 변화에 따라 한·중 관계 역시 다소의 분위기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2022년 장관급에서 약속만 하고 열리지 않은 2+2(외교·국방) 차관급 대화, 같은 해 시 주석이 윤 대통령에게 먼저 제안한 ‘1.5 트랙’ 대화 등 고위급 소통이 물꼬를 틀지도 관심사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박현주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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