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을 응원해야 한다니…'우승 도전' 아스널 팬들 "이런 일은 처음이야"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아스널 팬들도 이런 일은 처음일 것이다.
아스널 팬들은 다음 경기에서 라이벌 토트넘 홋스퍼가 승리하길 바라면서 토트넘에 응원을 보내야 한다. 토트넘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승리해야 아스널의 리그 우승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오는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맨시티와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7라운드를 치른다. 현재 토트넘은 승점 63점으로 리그 5위, 맨시티는 승점 85점으로 리그 2위에 위치해 있다.
두 팀 모두 목적이 뚜렷한 경기다. 번리전에서 페드로 포로의 동점골과 미키 판더펜의 역전골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4연패에서 탈출한 토트넘은 마지막까지 4위 진출의 희망을 놓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만약 애스턴 빌라가 리버풀에 패하고 토트넘이 맨시티를 잡는다면 토트넘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더불어 맨시티전은 토트넘의 이번 시즌 마지막 홈경기이기 때문에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하면서 시즌을 끝낼 수 있다는 점도 동기부여가 된다.
맨시티 역시 토트넘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전무후무한 PL 4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맨시티는 시즌 막바지까지 아스널과 선두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 중이다.
앞서 아스널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며 다시 선두로 올라섰기 때문에 맨시티는 토트넘전에서 승리해 순위를 다시 뒤집어야 한다. 현재 두 팀의 승점 차는 단 1점에 불과한데, 득실차에서도 아스널이 앞서고 있기 때문에 맨시티가 선두 자리를 탈환하려면 승리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 경기를 지켜보는 아스널 팬들도 피가 말린다. 토트넘이 승리할 경우 아스널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맨시티가 승리한다면 그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맨시티가 토트넘에 패배하고 아스널이 리그 최종 라운드 에버턴전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다. 하지만 맨시티가 토트넘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얻을 시에는 마지막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한 뒤 맨시티가 최종전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 패배하길 기대해야 한다.
때문에 아스널 팬들은 자신들의 최대 라이벌인 토트넘이 맨시티를 꺾도록 응원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평생 원수처럼 지냈던 라이벌이지만 20년 만의 우승이라는 숙원을 풀어내려면 토트넘을 응원해야 하는 게 현 아스널 팬들의 상황이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만 12골 6도움을 기록하며 아스널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카이 하베르츠도 토트넘과 맨시티의 경기가 열리는 단 하루만큼은 토트넘의 팬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맨유전 승리 이후 인터뷰에서 "이날만큼은 토트넘의 열렬한 팬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럴 것이다"라며 아스널의 모든 구성원들과 팬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아스널 출신으로 현재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폴 머슨도 "모든 아스널 팬들은 토트넘이 승리하기 위해 빌라를 기대하고 있다. 빌라가 리버풀전에서 승리한다면 (토트넘이 맨시티를 상대로 결과를 얻을) 방법은 없다"라고 했다.
빌라가 리버풀전에서 승리하면 토트넘은 향후 두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좌절되기 때문에 맨시티전에 임하는 원동력도 사라질 거라는 이야기였다.
머슨은 이어 "그들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들은 아스널이 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맨시티가 득점하면 토트넘 팬들이 환호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친정팀인 아스널의 우승을 바라며 토트넘이 맨시티를 이긴다면 몸에 문신을 새길 것이라고 공약을 밝히기도 했다.
아스널은 토트넘의 맨시티전 홈경기 무패 기록을 믿어본다. 토트넘은 지난 2019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개장된 이후 리그에서 맨시티를 만나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유일한 패배조차 지난 1월 잉글랜드 축구협회컵(FA컵)이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득실차로 우승 여부가 갈리려면 우리가 비기고 아스널이 이겨야만 가능하다. 아스널이 빌라에 패배했던 순간부터 운명은 우리가 쥐고 있었다. 이게 우리가 원하던 바다"라며 우승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과르디올라 감독은 "FA컵을 제외하면 우린 토트넘을 상대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토트넘 원정은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토트넘 원정 리그 무승 기록을 반드시 깨겠다고 다짐했다.
아스널이 응원해야 할 토트넘의 키 플레이어는 캡틴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맨시티를 상대로 치른 18경기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한 명실상부 '맨시티 킬러'다.
손흥민은 지난 4시즌 동안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치른 모든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당장 지난해 12월 열린 이번 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손흥민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맨시티 원정 3-3 무승부를 이끌었다.
게다가 이번 시즌 리그에서만 17골 9도움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고, 직전 경기였던 번리전 활약도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소파 스코어', '폿몹' 등 축구 통계 매체들에 따르면 손흥민은 번리전에서 총 5회의 찬스를 만들었다. 그중 한 번은 빅 찬스였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찬스를 만들었지만 정작 도움을 기록하지 못한 손흥민이다.
다만 동료들의 결정력이 따르지 않으면서 손흥민은 어시스트에 실패, 더불어 '10골-10도움' 달성에도 실패했다. 한 개의 도움만 더 쌓으면 되는 상황에서 손흥민이 맹활약을 했기에 더욱 아쉬운 실패였다.
아스널 팬들은 아스널이 20년 만에 P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려면 자신들의 라이벌인 토트넘, 그것도 그 라이벌 팀의 주장인 손흥민을 응원해야 하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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