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청구하자 ‘애 못 만나게 했다’ 거짓말도” 험난한 소송

박선영 2024. 5. 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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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양육비 증액청구 소송의 청구인 A씨가 초조한 걸음으로 법정 앞 대기석에 들어섰다.

이혼 후 아들을 찾지도 않던 상대방이 양육비 증액 청구 소송을 시작하자 "A씨가 아이를 보여주지 않아서 만나지 못했다"며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A씨는 이번 증액 청구 소송에서 양육비를 월 3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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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관리원 변호사가 법률 조언 큰 힘
“양육비 선지급제 함께 이뤄져야”
지난 10일 양육비이행관리원 유민희(왼쪽) 변호사가 양육비 증액 소송을 청구한 A씨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박선영 기자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양육비 증액청구 소송의 청구인 A씨가 초조한 걸음으로 법정 앞 대기석에 들어섰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A씨를 다독인 사람은 양육비이행관리원 소속 유민희 변호사였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소송으로 이미 여러 번 재판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A씨지만, 아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 상대방을 마주할 때마다 불안감이 찾아왔다고 한다.

A씨는 열 살짜리 아들을 생각하며 애써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A씨는 법정에 들어서기 전 2년 연속 학급 반장을 맡은 아들의 임명장도 챙겼다. 배움에 욕심이 많고 음악과 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나타내는 아들을 보며, 양육비를 받아 부모로서 역할을 다 해주고 싶다는 점을 재판부에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A씨가 증액청구 소송을 나선 이유이기도 했다. A씨는 이름이 호명되자 유 변호사와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15분만에 짧은 재판이 끝나고 법정 밖으로 나온 A씨는 분을 삼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혼 후 아들을 찾지도 않던 상대방이 양육비 증액 청구 소송을 시작하자 “A씨가 아이를 보여주지 않아서 만나지 못했다”며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양육비를 올려주기도 어렵다고 했다. A씨가 크게 실망하자, 유 변호사는 “상대방의 주장은 허점이 많으니 크게 걱정할 것 없다”며 위로했다.

A씨는 2018년에 남편과 이혼했다. 이혼하며 양육비 지급을 약속했지만, 전 남편이 준 돈은 2년 동안 600만원에 불과했다. 그것도 달라고 사정할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받아낸 돈이었다.

그러다 2020년 지인의 소개로 처음 이행관리원의 지원을 받고 양육비 청구를 결심했다. 그때도 1년에 걸친 소송 끝에 아이의 아버지에게서 일종의 판결문인 양육비 집행권원을 받아냈다. 그렇게 월 30만원씩 양육비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홀로 미용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A씨에게 월 30만원의 양육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아이가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고 한다. A씨는 이번 증액 청구 소송에서 양육비를 월 3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양육비 지급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 아버지로서 아이가 잘 클 수 있도록 쓰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지급해줬으면 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13일 이행원에 따르면 A씨의 사례처럼 양육비 재판은 보통 1심 판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소요된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이미 감정이 상한 전 배우자를 다시 봐야 하는 부담감도 크다. 무엇보다 양육 부·모를 힘들게 하는 것은 양육비를 받지 못해 생겨나는 생활의 어려움이다.

양육과 생업을 무리하게 병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사연도 많다. 유 변호사는 “기초수급생활을 하던 양육자는 이행관리원을 찾기 전 양육비 지급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자녀의 수학여행 비용을 벌고자 퇴근 후 물류센터 아르바이트에 나섰다”며 “하루 3~4시간만 자며 일했음에도 가정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아이는 수학여행을 포기해야 했다며 상담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2015년 출범한 이행관리원은 양육부·모의 신청을 받아 비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양육비 선지급제’와 같은 제도 강화와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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