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세사기, 선 구제 후 회수"…박상우 국토장관 "동의 못해"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를 예고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무장관으로서 입 닫고 있을 수 없다”면서 “전세사기 피해자 보상에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박 장관은 “야당이 이달 28일 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하는데, 집행이 굉장히 어려운 법을 통과시켜놓으면 오히려 혼선이 빚어져 피해자들이 더 고통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선(先)구제 후(後)회수’가 골자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의 일부를 우선 정부가 돌려주고, 정부는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비용을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인데, 이때 재원을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확보한다. 채권 매입 가격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 보증금 비율(지역별로 다르나 주택 가격의 평균 30%가량)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박 장관은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이 내 집 마련 위해 가입한 청약통장을 기반으로 하며 언젠가는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할 부채성 자금”이라며 “개정안을 따르면 적어도 1조원 이상의 기금 손실이 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후회수’라는 말꼬리 뒤에는 (투입한 자금을) 100% 회수할 수 있을 것 같은 뉘앙스가 있지만, 실제 얼마가 될지는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장관은 민주당이 제시한 채권 매입 가격을 산정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그는 “채권 가격 평가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데다 산출한 가격을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당초 이날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강화방안'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 “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장관의 입장 설명으로 대신했다. 이날 박 장관이 밝힌 피해자 지원방안은 ‘선(先)주거안정 후(後)구제’에 가깝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살던 집에서 내몰리지 않도록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주택 사업자가 경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피해 주택을 낙찰받아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등 안정적 주거환경제공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후 경매를 거쳐 채권액이 확정되면 지원 방법이나 규모 등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 논의해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추가적인 법 개정 없이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는 임차인이 경매에서 LH에 우선매수권을 양도할 경우 공공임대로 전환된 기존 주택에서 장기간 거주를 보장하는 기존 대책과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피해 주택이 경매에 갔을 때 LH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빌라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더 늘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 장관은 “다양한 대안을 준비 중으로 다음 주 내 주택공급활성화방안과 함께 전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세사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에 대해서는 “원상복구가 맞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용역 결과를 일부 반영해 전세 대책에 담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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