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플랫폼 제국’ 꿈꿨지만…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4. 5. 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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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반목…‘사일로’ 전락한 멀티 레이블
지나친 분권·CEO 과신 빚어낸 합작품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 간 갈등이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 경영 시험대에 섰다. 수평적 다각화 기반 멀티 레이블 시스템 구축은 유니버설뮤직 등 세계 유수 엔터 기업의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어도어와 극심한 내홍으로 영역 불문 ‘IP 플랫폼 제국’을 일구겠다는 방시혁 이사회 의장의 초반 구상에도 흠이 갔다. 전문가들은 하이브가 멀티 레이블 고도화를 이루기까지 험로를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멀티 레이블은 무엇

M&A 기반 수평적 다각화

멀티 레이블 전략은 독립적인 IP 기반 자회사를 선단식으로 여럿 두는 방식이다. 제조업에 비유하자면 여러 자동차 브랜드를 인수한 뒤 경쟁과 내부 자원 활용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과 비슷하다. 지난 수년간 세계 음반 시장에서는 인수합병을 통한 수평적 다각화로 시장 집중화가 가팔랐고 그 결과 유니버설뮤직 같은 초거대 엔터 플랫폼 기업이 탄생했다.

멀티 레이블 체제 강점은 명확하다. 정체성이 겹치지 않고 상호 독립적인 여러 아티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므로 경영진 입장에서는 손익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정 아티스트의 군입대 등에 따른 매출 공백이 발생할 우려를 낮출 수 있어서다. 개별 레이블에서 상호 경쟁하며 각자 아티스트를 키워내는 만큼 양질의 IP를 다수 확보할 수도 있다. 앨범 출시 주기도 짧아진다. 정규 앨범보다 미니 앨범 위주로 활동하는 최근 엔터 업계 트렌드가 이런 예다.

과거에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 정착이 쉽지 않았다. 이수만(SM), 양현석(YG), 박진영(JYP) 등 영향력 강한 아티스트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형식적으로 멀티 레이블 체제를 도입해도 정체성이 중복되지 않고 상호 독립적인 IP 양성이 힘들었다. 제한된 시장 규모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국내로 국한된 시장 규모에서는 멀티 레이블 체제로 여러 아티스트를 배출하더라도 점유율 출혈 경쟁과 ‘카니발라이제이션(제 살 깎기)’ 등 부작용만 반복됐다.

BTS 출현 등으로 K팝 시장 외연이 대폭 확장되면서 제대로 된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시도할 만한 여건이 마련됐다는 게 다수 전문가 시각이다. 그 중심에 BTS라는 슈퍼스타를 앞세운 하이브가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상장으로 조달한 막강한 자본력을 지렛대 삼아 하이브는 국내외 엔터 시장에서 공격적인 다각화로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 구현을 노렸다. 기존 레이블 지분 매입과 신규 레이블 설립, 지분 투자 등이 숨 가쁘게 이뤄졌다. 세부적으로 ‘방탄소년단’은 빅히트뮤직, ‘세븐틴’은 플레디스, ‘르세라핌’은 쏘스뮤직, ‘뉴진스’는 어도어에 각각 속해 있다. 하이브는 미국·일본 아티스트용 레이블도 따로 뒀다. 세계적인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와 저스틴 비버가 소속된 이타카홀딩스도 하이브 완전 자회사 하이브아메리카 소속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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