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심리안정실이라는데.... 울부짖고 오줌 싸는 아이들 [류승연의 특수교육 A to Z]

류승연 2024. 5. 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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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연의 특수교육 A to Z] 분리와 배제의 공간이 된 심리안정실

발달장애인의 부모로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막막하고 힘들지만 이 삶을 사는 기쁨 또한 있기 마련이지요. 장애 진단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특수교육대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짚어가 봅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조금 덜 힘들고 조금 더 웃을 수 있길 바라면서요. <기자말>

[류승연 기자]

특수학교에는 심리안정실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이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되었을 때 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별도의 공간인데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심리안정실에 대한 학부모 신뢰는 크지 않아 보입니다.

'심리 안정'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 '배제의 공간' '격리의 공간'으로 사용되는 사례를 자주 접하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해야 심리안정실이 본래의 취지를 잘 살리는 공간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 봤습니다.

쿠션 덧댄 1~2평 공간에 빈백 의자
 
 빈백. 자료사진.
ⓒ 픽사베이
 
모든 특수학교에 심리안정실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대다수 특수학교엔 심리안정실이 있습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평범한 심리안정실 모습을 그려보라면 이런 모습일 것 같아요.

1~2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 바닥과 벽에는 자해로부터 충격을 완화할 쿠션이 덧대있을 것이고 공간 안엔 편안히 누울 수 있는 빈백 의자가 놓여있을 겁니다. 방석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겠네요.

요즘에는 스노즐렌실 형태로 고급화된 심리안정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스노즐렌은 다양한 감각적 자극을 통해 정서적 이완을 꾀하는 환경중재방법이랍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심리치료를 받았었는데요. 그때 아들은 병원에 마련된 스노즐렌실에서 매주 수업을 받았어요.

기억 속 스노즐렌실은 일단 어두웠어요. 안정감을 주는 어두운 조명에 여기저기서 불빛이 번쩍거리고 찰랑거리는 각종 도구가 있었고요. 물과 관련한 도구였던가 인테리어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편하게 몸을 뉠 수 있도록 공간 구성도 돼 있었고요.

어쨌든 똑같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 설명이면 평범한 보통의 심리안정실보단 조금 더 고급화된 스노즐렌식 형태의 심리안정실 모습이 그려졌기를 바랍니다.

벽에 머리를 박고, 오줌을 싸버리고

아마 특수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특수교육대상자의 부모라면 심리안정실과 관련한 에피소드 한두 개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문제는 심리안정실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미담'이 아닌 '괴담'처럼 들려온다는 것입니다.

어느 학교에서는 아이가 심리안정실에 들어가 있는 동안 혼자서 머리를 쾅쾅 박았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집에서 머리가 부풀어 오른 걸 보고 부모가 알게 됐다더라. 어느 학교에서는 아이가 심리안정실에 갇혀있는 동안 같이 들어가 있는 지원인력한테 맞았다더라. 어느 학교에서는 아이가 혼자서 울부짖다가 바지에 오줌을 싸버렸다더라. 어떤 아이는 꽉 막힌 공간에서 불안감이 극에 달해 머리를 죄다 뽑았다더라.

"심리안정실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은 덕분에 아이가 학교생활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라는 얘기는, 애석하게도 아직까진 들어본 사례가 없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왜 심리안정실과 관련해선 부정적인 얘기가 주를 이루는 것일까요. 그건 심리안정실의 태생적 한계 때문일 겁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이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랄까요.

툭 까놓고 이야기해 봅니다. 특수학교에서 학생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는 건 어떤 상태를 말할까요. 많은 경우 분노발작(텐트럼) 상태를 뜻할 겁니다. 자해든 타해든 도전적행동(문제행동)이 심한 상황 말입니다. 교사 훈육만으로 상황이 종결되는, 도전적 행동이 미약한 상태에선 굳이 심리안정실을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끌려가는' 학생 입장에선
 
 교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심리안정실의 본래 목적은 '심리적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심리안정실의 위치성으로 인해 이런 목적은 그 본래의 기능을 상실해 버리고 맙니다. 모든 특수학교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특수학교의 심리안정실은 주로 한 곳에 나란히 모여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전 층에 걸쳐 고루 분포해 있는데 말이죠.

만약 학교 5층에서 한 학생이 텐트럼을 일으켜 학생 주변에 교사와 지원 인력이 모여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극도의 흥분 상태에 있는 이 학생을 심리안정실에 보내기 위해선 3층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비장애 학생처럼 말로 어르며 안내하면 텐트럼 터진 학생이 "네 선생님"하고 잘 따라갈까요. 아니요. 어른 서넛이 들러붙어 씨름해야 할 겁니다. 비명과 고함을 지르고 있는 학생을 3층까지 이동시키기 위해 주변 어른들은 해당 학생을 사실상 끌어내다시피 해야 할 겁니다. 학생 입장에선 끌려가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죠.

학교에선 학생에게 심리적 안정을 취하도록 돕기 위해 심리안정실로 안내했지만 해당 학생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까요.

당사자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어른들에게 끌려가 독방 같은 공간에 갇혔다고 생각할 겁니다. 해당 학생은 '심리 안정'이라는 단어의 뜻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에 그 공간이 자신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도 못 할 겁니다. 

쾅쾅쾅. 벽을 치고 문을 발로 차며 나가려 하겠지만 밖에서 잠긴 문은 열리지 않겠지요. 갇혔다고 생각한 학생은 분노와 공포가 극에 달해 이리저리 벽에 몸을 부딪히고 목이 쉴 때까지 소리를 지르며 울어댈 겁니다.

그래도 결국은 잠잠해집니다. 심리 안정을 취한 덕분에 잠잠해졌나요? 아니요. 진이 빠져서요. 진이 빠져서 녹다운 된 겁니다. 찰칵. 녹다운 되고 나니 잠겼던 문이 열리고 드디어 교실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 학생은 심리안정실에서 심리안정을 취한 것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격리와 분리가 되었던 것일까요.

근거리, 각 층마다 위치

심리안정실이 본래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선 근거리에, 각 층마다 위치해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먼 거리로 '끌려가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깐 옆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학교 전 층에 걸쳐 심리안정실이 마련돼 있어야 합니다.

공간 구성도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공간에서 주는 느낌이란 게 있으니까요. 1~2평 남짓한 삭막한 공간에 덜렁 빈백 의자 하나, 또는 빈백 의자마저 없는 텅 빈 공간은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 입장에선 처벌을 위한 독방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락하고 편안한 넓은 공간에 온갖 자극이 가득한 스노즐렌식 형태로 심리안정실을 꾸미면 되는 걸까요. 글쎄요. 그 또한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 심리안정실을 처음으로 도입했던 특수교사를 만나 얘기를 들었는데요. 심리안정실 구성에서 학생들이 너무 편한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심리안정실이 딱딱한 교실, 지루한 수업을 벗어나고 싶을 때 수시로 도망칠 수 있는 탈출구 역할을 해버리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교실 밖으로의 분리' 조항에 따라
 
 자료사진
ⓒ 픽사베이
 
그렇다면 심리안정실 이용과 관련해선 어떤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을까요. 놀랍게도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차원의 규정이 없습니다. 심리안정실 설치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특수학교별로 심리안정실 이용 지침이 마련된 학교도 있고 없는 학교도 있습니다.

특별한 지침이 없는 학교일 경우엔 교육부 고시안(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을 따른다고 합니다. 제3장(생활지도의 방식) 제12조(훈육) 6항 '분리'에 관해 명시한 항목 말이죠.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생이 교육활동을 방해하여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방법에 따라 해당 학생을 분리할 수 있다. 다만, 제3호 및 제4호에 따른 분리 장소·시간 및 학습지원 방법 등의 세부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

물론 고시안 제4장(기타) 제15조(특수교육대상자의 생활지도) 1항 "학교의 장과 교원은 특수교육대상자의 특성을 고려한 생활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항목 덕분에 발달장애 학생의 심리안정실 이용이 비장애 학생의 분리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교실이 아닌 심리안정실에 가는 행위 자체가 '교실 밖으로의 분리'임에는 맞기 때문에 이 조항을 따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학교별 천차만별 이용 수칙

그렇다면 심리안정실 이용과 관련해선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명백해 보입니다. 많은 특수학교에 이미 심리안정실이 들어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교육청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게 우선되어야 할 겁니다.

현재 심리안정실 이용 수칙과 관련해선 학교별로 차이가 큽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심리안정실에 어른(특수교사 및 특수교육지원인력) 1명이 함께 들어가기도 하고,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 혼자 들어가기도 합니다. 밖에서 문을 잠그는 경우도 있고 문을 잠그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리안정실 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모든 심리안정실마다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어떤 학교에는 CCTV가 없습니다. CCTV가 없는 경우는 심리안정실을 특별실, 즉 교실의 개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데요. 현재 특수학교에서 각 교실은 CCTV 설치 구역이 아닙니다.

교육청의 가이드라인(이용 수칙)이 마련되면 공간 구성 및 위치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깊은 연구가 뒤따라야 할 듯합니다.

발달장애 학생의 특성을 고려해 만든 심리안정실이지만 실제로는 격리의 공간으로 사용되거나 처벌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고려해 본래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접근성, 구조적 재구성 등에 힘을 쏟아야 할 듯합니다.

교사와 학부모 전수조사를 통해 심리안정실을 폐쇄하고 그 역할을 대신할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방식이든 심리안정실 이용과 관련해선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야 심리안정실 '괴담'도 더는 들려오지 않을 듯합니다. 

류승연 작가 scalet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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