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갈라파고스 일본과 '라인야후 사태'

김동표 2024. 5. 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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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IT산업의 갈라파고스'라 불렸다.

챗GPT가 촉발한 AI 시대, 일본은 이때야말로 갈라파고스에서 탈출할 마지막 기회라 보는 듯하다.

일본 정부의 네이버 지분 조정 등 요구로 촉발된 '라인 사태'는 이런 흐름 속에서 일어났다.

이번 사태를 주도하는 일본 관료가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라는 지적, 일본에 항의하기 위해 독도를 찾겠다는 행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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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IT산업의 갈라파고스’라 불렸다. 이메일과 전자서명·카드결제보다 팩스와 도장·현금이 익숙하다. 정부행정 서비스의 디지털화도 더뎠다. 코로나19 유행 때 그 대가를 크게 치렀다. 재난지원금 수령은 온라인보다 우편 신청이 더 빨랐다. 원활한 백신 접종을 위한 정보시스템, 감염 정보 공유체계는 수시로 먹통을 빚었다. 일본 내각에서 "디지털 패전"이라는 개탄이 터져 나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아시아 첫 거점으로 낙점한 곳은 바로 그 일본이었다. 챗GPT가 촉발한 AI 시대, 일본은 이때야말로 갈라파고스에서 탈출할 마지막 기회라 보는 듯하다. AI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반도체 원판(웨이퍼) 등 각종 소재·부품·장비에서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거점까지 확보했다. 자국산 AI 칩, 자국산 생성형 AI, 슈퍼컴퓨터 등을 예고했다.

AI 생태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핵심축은 데이터센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미에 맞춰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앞으로 2년간 29억달러(4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아마존은 2027년까지 2조2600억엔(약 20조22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도 올해부터 10년간 8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을 일본에 투자해 데이터 센터를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AI 기술과 서비스는 모두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상호 의존적 디지털 체계를 이룬다. 데이터를 흔히 ‘새로운 원유(Data is the new oil)’라고 한다. 산업혁명이 석탄과 석유를 동력으로 삼았다면, AI 시대는 데이터가 동력이자 부의 원천이다.

<이미지출처=DALL·E3>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의 데이터가 외부에서 수집되는 것을 제한했다. 그는 다른 기업들이 X의 게시물을 무단으로 수집해 AI 학습에 쓰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3월 미국 SNS 기업 레딧의 상장 대박도 이와 관련이 있다. 레딧은 수많은 주제의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떠들고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AI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가 쌓여있는 보고다. 레딧의 젠 웡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지 인터뷰에서 "레딧이 보유한 정보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주요국들은 AI 개발·서비스에 데이터나 개인정보를 해외로 반출하지 않고 자국 내에서 보관·처리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데이터 주권’에 대한 강조다. 유럽연합(EU)은 일반데이터보호규칙(GDPR)이라는 강력한 지침을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개인 데이터의 이전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의 틱톡 때리기 또한 개인정보보호가 명분이다.

일본 정부의 네이버 지분 조정 등 요구로 촉발된 ‘라인 사태’는 이런 흐름 속에서 일어났다. 이번 사태를 주도하는 일본 관료가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라는 지적, 일본에 항의하기 위해 독도를 찾겠다는 행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지금 필요한 건 ‘제2의 노재팬(NO JAPAN)’ 같은 감정적 선동이 아니라 수면 위로 올라온 AI 전쟁을 직시하는 일이다. AI 생태계 구축에서 한국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 죽창(竹槍)으론 AI 시대를 이겨낼 수 없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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