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 치질의 가장 큰 위험 요인"

신소영 기자 2024. 5.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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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치질 명의' 서울송도병원 황도연 병원장

현대인에게 매우 흔한 질환인 동시에 치료를 가장 꺼리는 질환이 있다. 바로 ‘치질’이다. 치질은 50세 이상에서 적어도 50%가 앓는다고 알려졌으며, 젊은 남녀에게도, 심지어 어린아이에게도 발생한다. 하지만 치질은 기본적으로 생명과 직결되는 병은 아니며, 부끄럽다는 생각 때문에 병원 가기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모든 병이 그렇듯 치질 역시 방치하다간 병이 악화돼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특히 치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치핵은 안 좋은 배변 습관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시 말해, 습관을 고치면 예방할 수 있단 뜻이다. 서울송도병원 황도연 원장에게 치질의 원인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서울송도병원 황도연 원장./사진=서울송도병원 제공
- 치질이란 무엇이며,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나?
치질의 용어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치질은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통틀어 말한다. 치핵, 치열, 치루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이 중 치핵이 치질의 약 80%를 차지해 치질은 치핵을 대변하는 말처럼 쓰인다. 치핵은 항문 안쪽의 살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으로, 그 정도에 따라 다른 증상을 보인다. 치열은 대변을 볼 때 항문이 찢어지고 피가 나고 아픈 질환을 말한다. 치루는 항문에 누관이 형성돼 고름이나 방귀, 변 등이 새어나올 수 있는 질환이다. 통증이 있고, 분비물이 나오는 게 주 증상이다.

- 치핵이 매우 흔한데… 원인, 위험 인자가 따로 있나?
치핵은 사실 나이가 들수록 많이 생긴다. 대변보는 횟수와 비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변을 오랫동안 보면 항문도 노화하기 때문에 그만큼 치핵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생기는 이유는 배변 습관의 영향이 크다. 만성적인 변비나 설사, 그리고 대변 볼 때 변기에 오래 앉아있는 습관이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도 좋지 않다. 매운 성분은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배에 섞여 내려가 장 점막이나 항문 쪽 혈관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직업적인 요인도 있다. 작가나 운전기사 등 오래 앉아 있는 사람들이 치핵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항문 혈관 안에 피가 고이게 해 혈관을 늘어나게 하는 탓이다.

- 치질에도 단계가 있다던데?
우선 치핵은 치핵이 빠져나온 정도에 따라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대변을 볼 때 피는 나지만 치핵은 빠져나오지 않은 상태다. 2단계는 대변을 볼 때 피도 나고,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오지만 일어나면 곧바로 들어가는 상태다. 3단계 때는 항문 밖으로 치핵이 나와 일부러 집어 넣어줘야 하는 상태다. 4단계에서는 대변을 보지 않을 때도 치핵이 항상 항문 밖으로 나와 있고, 손으로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다. 보통 2단계까지는 약물치료 등 간단한 치료로 개선될 수 있지만, 3단계부터는 수술을 고려한다.

치열의 경우는 급성치열과 만성치열로 나뉜다. 급성치열은 항문이 찢어진 깊이가 깊지 않고 기간이 오래되지 않았을 때로, 보통 약물치료를 한다. 급성치열이 약 두 달 이상 오래 진행되거나 반복적으로 생기면 만성치열이 된다. 이땐 통증이 심하고 오랫동안 찢어지다 보니 주위 살이 늘어나게 된다. 형태가 바뀌었기 때문에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치루는 치루 길이 괄약근을 얼마나 많이 차지했느냐에 따라서 크게 단순치루와 복잡치루로 나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치루는 무조건 수술이 필요한 병이다. 단순치루는 항문 기능에 큰 문제 없이 수술까지 갈 수 있지만, 복잡치루는 괄약근을 많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술 후 항문 기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세밀한 치료가 필요하다.

- 치핵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무엇이 있나?
주 증상은 변을 볼 때 선홍색 피가 나고, 치핵(덩어리)이 빠져나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치핵은 아프지 않다. 항상 나와 있는 살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통증이 없고, 치핵이 아주 심하게 빠졌을 때야 조금 뻐근한 통증이 동반된다. 이외에 치핵이 통증을 유발할 때는 아주 특수한 경우다. 바로 ‘붓는 치핵’이다. 오래 앉아있거나, 피곤하거나, 술을 마시는 등 갑작스럽게 항문에 무리가 됐을 때 치핵이 기존보다 갑자기 확 부을 때가 있다. 이때는 많이 아프다.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속에서 정체되면서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 어린아이들도 치질에 걸릴 수 있다고?
그렇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변기에 앉아 있으면 치핵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 적어도 사춘기가 넘어가기 전까지는 대부분 수술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항문은 너무 여려서다. 또한 치핵을 잡아당기고 있는 항문의 지지 섬유가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힘을 쓰면 아이들의 약한 항문이 어른들의 항문에 비해서 더 잘 뒤집어질 수 있다. 따라서 어른들처럼 성숙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 치질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병력을 잘 듣고, 항문을 살피고 만져보기만 해도 진단이 가능하다. 모양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괄약근 안쪽을 살피는 항문경 검사를 한다. 그런데 항문경도 종류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짧은 항문경의 경우 치핵은 잘 보이지만, 깊이 들어가 있는 벽면을 볼 수가 없다. 치핵은 피가 나는 것 등이 직장암의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감별하려면 깊게까지 볼 수 있는 항문경 검사를 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치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애매한 경우에는 병원 내 검사용 화장실에서 영상 항문경 검사를 한다. 이곳은 실제 화장실 환경으로 만들어져, 평소 대변 보는 자세로 있으면 된다. 밑에 카메라가 있어서 치핵이 얼마나 빠지는지를 보고 진단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환자들도 실제로 자신의 치핵이 얼마나 빠지는지를 보고 더욱 이해하기 쉽다.
(좌)골반의 단면과 (우)항문의 단면 모습./사진=신소영 기자
- 항문에서 피가 난다고 다 치질이 아니라던데? 
치핵이나 치열일 수도 있지만, 요즘 늘어나는 궤양성대장염일 수도 있고, 대장암의 위험도 있다. 따라서 항문에서 피가 났다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한다. 피가 났다는 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50세 이상부터 5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 검사를, 매년 분변잠혈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분변잠혈검사는 변에 숨어 있는 피가 있는지를 보는 검사로, 양성이 나오면 정밀 검사나 대장내시경을 하게끔 한다. 하지만 문제는 분변잠혈검사에서 음성이라고 나와도, 이는 단지 변에 피가 섞여 있지 않다는 것이지 무조건 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암이 있어도 그 순간에 피가 안 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변잠혈 검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꼭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 초기 단계의 치핵은 어떻게 치료하나?
1~2단계의 치핵이라면 지혈제, 말초순환혈액개선제 등 약물치료를 한다.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불과 며칠만 약을 먹어도 항문 출혈이 없어질 수 있다. 변비 유무를 먼저 점검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변비가 있다면 원인에 따라 식이섬유 등을 많이 쓰는 등 변비를 먼저 치료해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게끔 한다. 변비가 심한 환자라면 수술할 때도 대변을 잘 보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수술해야 재발이 적다.

- 3도 이상 치핵의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수술은 치핵의 모양에 따라 방법을 달리한다. 가장 전통적인 수술 방법은 항문 밖으로 나온 치핵 덩어리를 제거하는 ‘치핵절제술’이다. 최근에는 ‘원형문합기’라는 기구를 사용하는 수술법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탈출한 점막 부분을 항문 안으로 끌어 올린 뒤, 늘어난 부분의 조직을 절제하고 봉합하는 방법이다. 항문을 원래 모습대로 잘 복원시켜주고, 재발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마취 후 치핵의 모양과 상태를 살펴본 뒤에, 바깥쪽 치핵이 크면 떼어내는 치핵절제술로 진행하고, 안쪽 치핵이 크면 원협문합기 수술로 진행한다. 따로따로 구별되어 있는 경우엔 두 기술을 다 쓰기도 한다.

- 수술 후에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변기에 오래 앉아있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치핵은 완치가 가능하며, 재발해 다시 내원하는 환자도 극히 드물다. 하지만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으면 무조건 재발할 수 있다. 수술 후 통증 완화에는 좌욕을 추천한다. 항문 쪽은 변이 스치는 상처라 염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염증이 서서히 사라지며 아무는 단계로 가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 상처가 쌓여 또 수술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빨리 아물 수 있도록 열심히 좌욕을 하는 게 좋다. 좌욕은 40도 정도(온탕 온도)로 약 5분간 하면 된다. 또한, 상처가 아물 때 가운데가 뚫린 치질 방석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상처 압박을 막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다만, 치료 후에는 오히려 하중이 가해지면 좋지 않아 방석을 빼도록 한다.

- 치질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나?
대변 보는 시간은 무조건 짧게 한다. 편한 좌식 변기에 오랜 시간 앉아서 책이나 휴대폰을 보는 사람이 많은데, 좋지 않다. 5분 이내로 해결하고 바로 일어나도록 한다. 변기는 가운데가 뚫려 있어 일반 의자에 앉아있을 때보다 항문에 더 많은 하중이 가해지기 때문에 치질을 악화시킨다. 변비나 설사도 미리 치료해야 한다. 바쁜 현대인들은 끼니를 거르는 것은 물론, 물도 자주 안 마신다.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매일 1.5L 이상의 물을 마시고, 식이섬유가 많이 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 게 좋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한다. 또한, 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술과 백해무익한 담배 역시 끊어야 한다. 치열은 스트레스도 주원인이므로 술이 아닌 건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좋다. 한편, 치루는 항문샘이 곪아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 치질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빨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좋겠다. 내원을 주저하는 이유가 보통 통증에 대해 지레 겁을 먹거나, 치핵 수술 후 혹시 대변이 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26년째 치핵 수술을 해오면서 수술 후에 대변이 새는 일은 본 적이 없다. 치열, 치루와 달리 치핵은 괄약근에 손상을 주는 일이 전혀 없는 수술이다. 치열과 치루 수술은 그런 일이 안 생기게끔 조절해 수술을 진행한다. 또한, 과거에 비해 수술이 많이 발달하고 단순화된 만큼 통증에 대한 부분도 많이 완화됐다. 좋은 약들도 많이 도입됐기 때문에 잘 관리한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치질을 빨리 치료하지 않고 버티다 보면 그만큼 악화하고, 더 많은 치핵을 떼어내기 때문에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빨리 내원하면 더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으며, 심하지 않으면 입원할 필요도 없다. 
서울송도병원 황도연 원장./사진=서울송도병원 제공​
- 황도연 원장은…
전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송도병원 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대장항문외과와 항문질환클리닉에서 진료하고 있다. 항문질환클리닉 센터장, 진료부장도 역임했다. 현재 한림대 의대 외래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황도연 원장은 서울송도병원에서 쌓은 수많은 진료·수술 경험과 여러 해외 연수를 통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항문 건강 챙김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EBS 명의’ 프로그램에 변비와 치질 명의로 출연한 바 있다. 황 원장은 학술 활동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임원직을 맡았으며, 치질 등 항문질환과 관련한 수십 개의 논문을 작성해 왔다. 그는 앞으로도 ‘신뢰와 믿음을 주기 위한 묵묵한 섬김’의 마음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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