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장엄한 조각적 공간, 아잔타 석굴사원

2024. 5. 1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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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기원전 560년 무렵 인도의 카필라바스투에서 태어난 싯다르타는 29세에 ‘위대한 포기’, 곧 출가를 감행했다. 35세에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 후 북인도 각지를 다니며 수많은 이들에게 불법을 전했다. 당시에는 큰 나무 밑 같은 야외 설법장이 곧 사원이었다. 그러나 81세로 열반한 후에 제자들은 고정된 수행처가 필요했고, 신도들은 영원한 예배소가 필요하게 되었다.

오랜 시행착오 후 드디어 석굴사원이라는 영구불변하는 건축형식을 얻게 되었다.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중인도 데칸고원은 굴착하기에 유리해 1000여 개의 석굴사원이 조성됐다. 그 가운데 벽화로 이름 높은 아잔타 석굴군이 가장 대표적이다. 와구르강이 흐르는 U자형 협곡, 75m 높이 절벽에 36개의 석굴을 굴착했다. 대부분 기원전 2세기경 조성되었다가 기원후 460년경 중창 보완되었다.

공간과 공감

석굴 형식은 두 가지다. 내부에 불탑(스투파)를 봉안한 예배굴(챠이트야)와 승려들의 수도원인 승원굴(비하라)이다. 아잔타의 경우 4개의 예배굴과 30여 개의 승원굴로 구성되었다. 승원굴은 큰 사각형 홀을 뚫고 그 주변에 20여 개의 개별 승방들이 에워싼, 소박한 형식이다. 예배굴은 말굽형의 깊숙한 굴을 파서 내부 중심에 스투파를 봉안하고, 열주로 이루어진 탑돌이 길을 만들었다. 예배굴의 출입구는 화려한 조각들로 장식하고 그 위의 고창을 통해 자연광이 내부로 들어온다.

예배굴은 기둥과 서까래와 조각물을 남긴 채 바위를 뚫어내 공간을 만들었다. 지상에 세운 건물을 반대로 음각한 모양이다. 세우고 쌓는 건축이 아니라 파내고 갉아낸 조각품이다. 오로지 정과 망치에 의존해 무량한 손질로 성취한 위대한 장소다. ‘건식 프레스코’ 벽화는 부처의 생애와 본생담(本生譚, 석가의 전생을 묘사한 설화)이 주제인데, 등장인물로 수 없는 미녀들과 외국인이 눈길을 끈다. 사실적인 묘사, 입체적인 화법, 생생한 색채들로 세계 최고의 고대 회화다. 부처와 더불어 아잔타도 인류의 영원한 보배가 되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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