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운전자가 사라진다...中 ‘14억 실험실’의 자율주행 경쟁 [이도성의 본 차이나]

이도성 2024. 5.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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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T기업 바이두(百度·Baidu)가 운영 중인 자율주행 택시 뤄보콰이파오(蘿卜快跑·영문명 Apollo Go)의 외부 모습. 이도성 특파원

" "안전띠를 매고 출발 버튼은 눌러주세요." " 지난달 23일 중국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서 중국 IT기업 바이두(百度)가 운영 중인 자율주행 택시에 탑승했다, 이른바 ‘로보택시(Robotaxi)’에 타자마자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여성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안전상의 이유로 착석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아 뒷자리에 올랐다. 안전띠를 착용하자 운전석 뒤편에 설치된 스크린에 띄워진 ‘출발’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버튼을 꾹 누르니 곧바로 로보택시에 시동이 걸렸다.

바이두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의 상품명은 '뤄보콰이파오(蘿卜快跑)'다. 영어 로보(Robo)와 발음이 비슷한 '뤄보'에 빠르게 달린다는 의미의 ‘콰이파오’를 붙였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로보택시는 바이두의 자율주행 차 연구개발 기지인 ‘아폴로 파크’에서 출발했다. 정문 바로 옆 불법 주차된 승용차를 피해 큰 각도로 우회전하면서 길거리로 나섰다.

중국 IT기업 바이두(百度·Baidu)의 자율주행 택시 뤄보콰이파오(蘿卜快?·영문명 Apollo Go)가 운행 중인 내부 모습. 운전석은 비었지만 핸들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다. 이도성 특파원


스스로 움직이는 택시


텅 빈 운전석에 설치된 핸들은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교통신호와 주변 차량을 명확하게 인식했다. 우측에서 끼어든 차량과 중앙선을 넘어 무단횡단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피했다. 직선 도로에선 최대 시속 68km까지 달렸다. 차선 변경도 자연스러웠고, 변경 전엔 항상 깜빡이를 켜는 ‘매너 있는’ 주행이었다. 로보택시에 탑승하는 내내 안정감이 느껴졌다.

승객은 로보택시가 사방을 카메라·라이다(빛으로 주변 탐지)·레이더(전파로 탐지)로 인식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 시스탬은 스스로 인식한 차량·사람·건물 등을 2대의 스크린에 띄웠다. 주요 지점의 신호등, CCTV 등 교통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계해 정보를 교환한다. 바이두 관계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모니터링 요원이 24시간 로보택시를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전에 설정된 코스 약 13km를 완주하는 데 40분 정도가 걸렸다.

뤄보콰이파오는 현재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중국 11개 주요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총 시험 주행거리는 지난달 1억 km를 넘겼다. 바이두는 2030년까지 100개 도시로 운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운전석이 없는 6세대 로보택시 아폴로 RT6도 이미 개발돼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중국 IT업체 바이두가 개발한 6세대 로보택시 RT의 내부 모습. 자율주행용으로 개발돼 운전석과 운전대가 없다. 이도성 특파원


IT기업도 완성차업체도 ‘자율주행’ 몰두


통신 장비·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도 자율주행 시스템의 강자다. 직접 차를 판매하는 건 아니지만 설계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자동차 제조업체와 합을 맞추고 있다. 자율주행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도 공급한다. 화웨이는 지난달 베이징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새로운 전기차 자율주행 시스템 ‘첸쿤(乾坤) ADS 3.0’을 공개했다. 화웨이는 연말까지 자동차 50만 대에 첸쿤을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전기차 제조업체인 샤오펑도 자율주행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3월 출시한 샤오펑의 XNGP (XPeng Navigation Guided Pilot)는 현재 243개 도시에서 사용할 수 있다. 2025년 전 세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엔 유럽 최대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과 지분 거래를 하고 전기차 공동 개발에 나섰다. 폭스바겐 로고를 달고 샤오펑의 소프트웨어를 담은 전기차가 2026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리오토, 샤오미, BYD(비야디) 등도 자체적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자율주행 시스템을 공개한 중국 업체는 10곳이 넘는다.

화웨이 차량


테슬라도 뛰어든 ‘14억의 실험실’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 중인 기업들에 인구 14억명의 중국은 거대한 실험실이나 다름 없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2020년 후난성에 차량과 차량, 차량과 도로 사이 통신을 원활하게 잇는 ‘5세대(5G) 자율주행 스마트 고속도로’ 개통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 기준 시범도로가 전국적으로 1만 5000km 넘게 깔렸다.

미국 테슬라도 뛰어들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테슬라가 중국에서 자사의 로보택시를 테스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8일 보도했다. 지난달 말 중국을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 자사의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 기술을 중국 내 택시에 탑재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기가팩토리가 위치한 상하이에서 테스트 진행을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올해 초 머스크는 오는 8월 8일 로보택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머스크의 방중 기간에 맞춰 테슬라 모델3와 모델Y는 중국 당국의 데이터 안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외자 기업으로서는 최초다. FSD를 중국 시장에서 출시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을 치운 셈이다. 테슬라는 2020년 FSD 베타버전1을 출시한 뒤 현재 레벨3 단계인 버전 12.3까지 발전해왔다.

28일 리창(오른쪽) 중국 총리가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회견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진정한 완전 자율주행 위해선 현실적 한계 넘어야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완전 자율주행의 상용화에 가장 가까워진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안전요원 없는 ‘완전 무인’ 시범 서비스가 도입됐다. 미국은 2022년에 이미 도로교통안전국이 완전 자율주행 차에 수동제어 장치 장착 의무화 규정을 삭제했다.

운전석도 운전자도 없는 자동차를 타는 세상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그중 하나가 자율주행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다. 미국에선 지난해부터 자율주행 차량이 연이어 인사사고를 냈다. 시민들이 로보택시에 불을 지르는 등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에 온전히 모든 것을 맡기는 시스템으로 사이버 공격이나 해킹으로부터 안전하게 차량을 지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심리학자인 개리 마커스 뉴욕대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 AI에 딥러닝을 시키는 건 일종의 암기”라면서 “변수가 무한대에 가까운 도로 위의 상황을 모두 대처하는 건 이론적으로 구현 불가능하다”며 완전한 자율주행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lee.dos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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