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공격시, 美 무기지원 중단"...바이든, 석달 전 첫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미 석달 전에 이스라엘에 "라파에서 전면전을 벌일 경우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11일 이스라엘에 미국 정부의 정책 변경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라파에서 지상전을 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들(이스라엘)이 라파로 치고 들어간다면, 무기들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공식화한 이달 8일보다 석 달 앞선 시점이다. 또한 미국이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위협한 순간으로, 백악관은 양국 정상의 통화 후 배포한 공식 성명에서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비밀에 부쳤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나는 그것(라파 지상전 만류)을 지지할 수 없다. 그것은 엉망이 될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꺾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2월 1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라파에 대한 침공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약 3개월 뒤, 이스라엘로 향할 예정이었던 폭탄 3500개의 선적을 중단시킨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라파 지상전이 벌어지면 다른 무기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과 분석가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며 이스라엘의 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한 수개월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전쟁 발발 후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의 공격 방식에 대한 우려와 지도부에 대한 좌절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한 모금 행사에서는 이스라엘이 '무차별적인 폭격'을 자행했다고 말했고, 같은 달 23일에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를 끊으면서 "할 만큼 했다(I'm done)"며 전화기를 세게 내려놓기도 했다.
지난 2월 8일에는 기자들에게 가자지구 공격이 '도를 넘었다'면서 이스라엘을 비판했고, 3월 15일에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네타냐후 총리의 사임을 제안하는 연설을 하자 "좋은 연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무기 지원 중단 경고가 나온 후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전면적 공격을 자제하고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표적 공격 등 미국이 선호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몇 가지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우리는 라파에서 작전을 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우리가 그들(이스라엘)에게 말해 온 것은 방식이 중요하며, 우리는 라파를 박살 내는 지상전과 침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 작전을 벌이더라도 영국이 무기 지원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의 무기 수출 방식을 바꾼다고 단순 발표한다면 하마스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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