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열광하는 ‘민희진 신드롬’의 실체 [‘할말 안할말’…장지호의 ‘도발’]

2024. 5. 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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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민희진 대표. (연합뉴스)
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이 화제다. 마실 가는 듯한 복장, 거침없는 반말, 스스럼없는 욕설과 비속어, 분노와 눈물이 여과 없이 뒤섞여 사태의 본질을 덮을 만큼 큰 이슈다. 논쟁의 핵심은 하이브와의 경영권 다툼이니, 시시비비는 이사회나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다만 많은 이들이 K팝의 대모라는 그녀의 공적 태도에 놀라고 있다.

세계적인 그룹의 책임자가 공개적인 기자회견 장소에서 서슴없이 보여준 날 것 그대로의 낯선 모습에 기성세대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MZ세대는 힙하다고 찬사를 보내며 공감을 표시했다. 직장에서 꼰대 상사에 대한 좌절과 절망을 겪어본 MZ세대는 민 대표의 막말에 동병상련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주 언급되는 MZ세대의 특징은 워라밸을 우선시해 경력과 승진을 기피하고, 소비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를 놀이처럼 한다는 점이다. 업무가 남아 있는데도 정시 퇴근을 한다거나 협업보다는 개별 업무에만 집중하는 MZ 직장인은 업무 중 무선 이어폰을 꽂고 일하는 모습으로 개그의 단골 소재가 된다. 오죽하면 보수적인 법조계에서도 MZ 판사들은 업무량을 확대하자는 부장판사 요청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런 MZ세대 전형들은 1990년대 초반 X세대가 등장할 때의 반응과 유사하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표되는 대중문화는 화려한 취향과 파격적인 사고방식을 불러왔고, 자기만의 개성을 중요시하던 X세대는 이전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신(新)세대’ ‘신인류’로 여겨졌다. 직장 소속감이 약하고, 조직 성장보다는 자기계발을 앞세우고, 회식이나 야근을 불필요한 관행으로 거부하는 X세대 특징을 열거하노라면 MZ와 무슨 큰 차이가 있는지 헷갈린다.

그렇지만 MZ세대는 다르다. 고용이 극도로 제한적인 요즘의 현실에서 학자금 대출 상환은 남아 있고, 물가와 집값은 손에 잡히지 않게 오른다. 결혼과 연애, 출산을 포기할 정도로 희망을 버린 삶이 힘들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처럼 극심한 경쟁의 토너먼트를 치러온 그들은 불투명한 평가와 불공정한 보상을 용납할 수 없다.

노력과 성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중요한 MZ세대에게 SM 공채로 시작해 레이블 대표까지 오른 민 대표의 정당성은 그녀가 손대는 아이돌마다 성공했다는 성과로 입증된다. 오히려 뉴진스의 독창성을 베낀 것으로 지목받는 하이브의 전략은 불공정한 반칙으로 의심되고, ‘개저씨’로 지칭되는 일방적인 의사 결정은 불투명한 갑질로 분노케 한다.

마우로 기옌 와튼스쿨 교수는 이 시대를 ‘포스트제너레이션 혁명(postgenerational revolution·탈세대 혁명)’으로 전망한다. 높아진 기대 수명과 급속한 기술 발전에 기반한 지식의 노후화가 사람들을 과거의 틀에 박힌 인생 경로에서 벗어나게 해, 여러 세대가 함께 배우고 일하고 소비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밝힌다. 조직이나 사회 곳곳이 다세대 간 융합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기에 세대 간 차이와 갈등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이 우선돼야 한다. 적어도 MZ세대에게는 공정한 보상만큼이나 보상을 결정하는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함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기업이나 사회가 힘써야 한다. 숫자에만 매몰돼 이를 등한시하는 조직은 결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매출 2조원이 넘는 세계적 K팝 기업이 된 하이브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장지호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총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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