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대한 팔레스타인 유엔 가입…韓은 왜 찬성했을까?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가입을 지지하는 유엔 총회의 결의안에 한국이 찬성했다. 과거 팔레스타인의 옵서버(참관국) 인정 표결 때 기권했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미국이 반대한 사안에 한국이 찬성한 것도 이례적이란 평가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유엔 총회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가입을 긍정적으로 재고하라"는 권고를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한국을 포함해 전체 193개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인 143개국이 찬성했다. 미국·이스라엘 등 9개국이 반대했고, 25개국은 기권했다.
결의안에 따르면 다수 회원국이 "유엔 헌장에 따라 팔레스타인이 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봤다. 이번 결의안에선 팔레스타인에 유엔 총회 회의나 각종 유엔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예외적인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 유엔대표부 외교관이 유엔 총회 산하 각종 위원회에서 선출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권리도 갖게 됐다.
이는 회원국과 같은 투표권까진 아니지만 최소한의 발언권을 보장하겠단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옵서버 국가인 팔레스타인의 유엔 내 지위를 앞으로 승격시키겠단 의지로도 읽힌다.
이번 결의안은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성격이 짙다. 팔레스타인의 회원국 가입을 유엔 총회에 추천하는 결의안이 지난달 18일 안보리 표결에서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유엔 회원국이 되려면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최소 9개국이 찬성하고, 5개 상임이사국(미·러·중·영·프) 중 한 국가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이후 유엔 총회에서 전체 회원국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결의안에 한국이 찬성한 것과 관련해 “미래 적절한 시점에 팔레스타인이 정회원국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고 우리도 고심을 거듭했다”며 “중동의 항구적 평화 달성을 위한 함의와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으로 불리는 국제사회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방식에 한국도 동의한다는 의미다.
무려 48년 만에 유엔에 가입했던 경험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역사 속에서 같은 열망을 공유했던 국가로서 공감대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민감한 사안에 미국과 이견을 보이는 건 부담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런 외교적 리스크를 상쇄할 만한 실리가 이번 선택에 담겼다"고 풀이했다.
외교부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 가교 역할’을 언급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 또는 비동맹 진영 국가를 일컫는데, 이들 국가와 미래 협력을 염두에 둬야 했다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표결도 알제리가 아랍그룹 및 비동맹그룹 등을 대표해 결의안 상정과 표결을 주도했다”며 “우리의 찬성 투표는 이들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관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에 예전만큼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외교가에선 한국의 원칙 외교가 진정성을 인정받고 실리 외교로 나아가기 위해선 앞으로 일관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국은 유엔 총회가 2012년 팔레스타인을 옵서버 국가로 지정할 때 기권표를 던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주유엔 한국 대표부는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이런 방식이 평화협상에 도움이 안된다는 인식과 우방인 미국 등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은 팔레스타인의 옵서버 자격 부여와 이번 총회 결의안 모두에 찬성표를 냈다.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국제사회가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박현주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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