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1970년대 무기' 재고 넘긴 北, 개량형 개발에 골몰
전시를 대비해 비축했던 구형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한 북한이 재래식 무기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낙후된 기존 재래식 무기체계를 개편하는 동시에 추가 무기수출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12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한 무기 가운데 1970년대 북한에서 제작된 122mm 다연장로켓포가 포함된 정황이 있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방-122'란 글자가 적힌 다연장 로켓 포탄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보내는 북한산 무기를 선박에서 몰수한 것이었다. 서방 군사전문 매체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촬영한 포탄 사진에는 '방-122', '파지' 등의 한글 표기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포탄을 북한이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사용했던 122mm 방사포용 로켓탄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방'은 다연장 로켓의 북한식 표현인 방사포를 뜻하는 표식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 군 당국도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하는 무기·장비류는 ▶상호 호환이 가능한 122㎜ 방사포탄·152㎜ 포탄 ▶방사포·야포·소총·기관총·박격포 ▶휴대용 대공미사일·대전차미사일 등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미루어 볼 때 북한은 선입선출 방식으로 치장물자(전시 편제 소요 충당을 위해 저장·관리하는 평시 운용량 초과분의 물자)를 러시아에 보내고 대량 생산으로 이를 충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낙후된 재래식 전력을 보강하기 위한 기술 개량에도 골몰하는 분위기다.
앞서 11일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기술갱신된 240㎜ 방사포 무기체계를 파악하고 해당 무기의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240mm 방사포는 한국 수도권을 겨냥한 무기로 북한이 '서울 불바다' 위협을 제기할 때마다 거론되곤 한다.
신문은 "기동성과 화력집중력이 높은 갱신형 방사포 무기에는 자동사격 종합지휘체계가 도입됐다"며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북한군 부대에 교체 장비하게 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기본 방사포탄에 유도 기능을 탑재해 운용 속도와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기술 개량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미 CNN은 지난 2월 영국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회수된 북한제 탄도 미사일의 잔해 290개를 조사한 결과 미사일 부품의 75%가 미국산, 16%는 유럽, 9%는 아시아 회사 제품이었다"고 보도했다. CAR의 분석이 맞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해외 부품을 조달해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위기 고조에 편승해 구형 무기를 소진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통해 낙후된 재래식 무기의 개량·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국정원은 "러·북 간 군사협력 제반 사항에 대해 지속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에 이어 한국보다 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재래식 무기 기술까지 개량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전문가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능 개량을 통해 대남 위협을 배가하는 동시에 재래식 무기의 수출까지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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