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보내며 아카시아 떡을 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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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 기자]
기다림은 늘 그리움을 동반한다.
사람마다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봄이 오면 즐기는 놀이가 있어 봄을 기다린다. 계절을 맞이하는 방법은 오랜 차 생활을 하면서 스승님에게 배웠다. 계절을 맞이하는 음식 놀이, 자연을 즐기고 살아가는 방법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지 배우고 난 후 지금까지 실천을 해 오고 있다.
삶이란 지극히 단순하고 소박한 곳에 행복이 숨어 있음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작은 일에 만족하는 삶이 중요하다. 젊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으면 이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할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젊어서는 부지런히 생산적인 일을 해서 생활을 안정하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물질이 행복의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봄은 놀이터
봄은 나에게는 놀이터다. 어린 새싹이 나오는 걸 보노라면 생명의 환희를 느끼고 봄나물은 우리 생명의 먹거리를 선물처럼 건네준다. 찻잎이 나오면 찻잎을 사다가 차도 만들고 쑥이 나오면 쑥 버무리를 하고 진달래가 피면 화전놀이를 한다. 그리고 또 빼놓지 않고 하는 놀이가 아카시아 떡을 찌는 일이다. 내게는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봄은 축제를 하듯 기쁘고 행복한 날들의 기다림이다.
계절이 주는 풍요는 내 삶의 기쁨이며 내가 살아있음의 존재를 느낄 수 있어 나는 늘 봄을 기다리며 겨울 보내왔다. 꽃 피는 시기는 날씨와 연관이 있으므로 늘 촉각을 세우고 꽃피는 시기를 관찰한다. 내가 계절을 맞이하는 것 일은 늘, 오랜 벗을 기다리듯 봄은 나에게는 설렘 가득한 그리움이다.
그리움의 계절인 봄이 가고 있다.
아카시아 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최근 우리 지역 문화 답사를 다니고 있는데 서원 주변에 아카시아 꽃이 피어 있는 걸 보았다. 어라, 언제 피었을까, 나는 놀라서 내일이라도 꽃 따다가 떡을 쪄야겠다는 생각에 어제는 늘 산책을 다니는 월명공원을 갔다. 사실은 전날 문화 답사를 다녀온 후라 약간 피곤해서 망설이는 남편을 재촉하며 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공원에서 걷기는 하면서도 내 눈길은 온통 아카시아 꽃이 피어있는 나무를 찾기 위해 나무만 바라보고 걸었다. 아카시아 꽃이 핀 어떤 나무는 너무 높아 언감 생신 꽃을 딸 생각도 못해 아쉽고, 한참을 걷다가 수원지 둑길 한쪽에 손이 닿는 곳에 아카시아 꽃이 핀 걸 확인하고 꽃을 따는데 남편은 뭐라 하신다. 사람들이 야단 할거라고, 꽃 따서 넣을 주머니만 가지고 혼자 앞서서 걸어가고 있다.
아카시아 떡을 찌려면 꽃은 차가 다니지 않아 매연이 닿지 않은 꽃을 따야 한다.
▲ 다듬지 않은 아카시아 꽃 줄기 아카시아 꽃을 딸 때는 송이로 따야 꽃이 흩어지지 않는다. |
ⓒ 이 숙자 |
▲ 다듬어 놓은 아카시아 꽃 떡을 찔 때는 활짝 핀 꽃보다 아직 피지 않은 조롱 조롱한 아카시아 꽃 |
ⓒ 이숙자 |
집으로 돌아온 즉시 꽃을 다듬기 시작했다. 쌀은 물에 물려놓고 오늘 안에 떡을 찌려면 부지런을 내야 한다. 마트에서 단 호박도 하나 사 오고 팥도 삶는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나는 놀이처럼 즐겁다. 사는 것은 아파트지만 마치 자연을 벗하고 자연 속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 떡 찔 준비 재료 쌀을 빻아온 가루와 썰어 놓은 단호박, 삶아 놓은 팥 |
ⓒ 이 숙자 |
아카시아 떡 찌기
2. 꽃을 따다가 준비한다.
3. 단호박은 껍질을 벗겨 나박나박 썰어 놓는다.
4. 팥도 삶아 놓는다.
5. 재료 준비가 다 되었으면 쌀가루와 함께 섞어 찜솥에
포을 깔고 버무린 재료를 넣고 30분 정도 찌고 난 후 젓가락을 찔러
가루가 묻지 않으면 떡은 완성된다.
▲ 완성 된 아카시아 떡 완성된 떡은 지인과 나눔을 하기 위해 그릇에 담아 놓고소분 에서 냉장고에 넣은 다음 아침 밥을 대신해 먹는다. |
ⓒ 이숙자 |
우리는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 설탕을 넣지 않고 떡을 찌지만 기호에 따라 설탕을 첨가해도 된다. 떡은 소분해서 아침밥을 대신해서 먹고 지인에게 나눔도 한다. 다른 떡이야 떡집에서 사서 먹어도 되지만 내가 찐 아카시아 떡은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나만의 떡이기에 소중한 분과 나눔을 한다.
아카시아 떡을 먹으면 입안에 봄맛을 느끼며 봄을 먹는 기분이다. 나는 내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동안은 떡을 찌고 봄맞이를 할 것이다. 사람의 행복은 아주 단순하고 작은 일에 있다.
산다는 것은 늘 아쉬움을 안고 살아간다. 이제 늦은 때 지만 나는 후회 없이 내 삶을 만들어 갈 것이다. <자연 속에 사는 것만이 자연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일을 찾아 누릴 때 우리는 자연인이 된다고 했다.>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쉴 수 있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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