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푸드 ‘안전성’에 구멍… 성분 검증하고 리콜할 주체 필요”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2024. 5.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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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원인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으로 다수 고양이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사료 검사 결과에 관한 농림축산식품부 최종 발표가 아직이라 논란만 무성한 상황이다.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포럼 주관으로 10일 서울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펫푸드 제도 개선 및 선진화 모색을 위한 정책포럼’에 모인 수의계 인사들은 조심스레 의견을 밝혔다. 이번 사건이 사료와 관련됐는지는 아직 명확치 않으나, 사료와 관련한 문제가 주기적으로 발생해온 것은 사실이다. 현행 사료관리법이 미비해 전성분이 과학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펫푸드는 ‘평생 식사’이자 ‘약’… 안전성 입증 체계 도입해야
건국대 수의대학 수의내과학 박희명 교수는 반려동물 사료를 ‘사람의 음식’에 해당하는 ‘펫푸드’ 나아가 ‘약’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음식을 먹는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은 사료가 주식이다. 만성 질환을 치료 중이라면 치료에 도움이 되는 처방식 사료를 주식으로 먹어야 한다.

펫푸드가 반려동물 건강에 직결돼 있음에도 지금까지는 펫푸드의 안전성과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제조사가 많지 않았다.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시장이 먼저 성장해버린 까닭이다. 박희명 교수는 “시중에 다양한 건강 기능을 표방하는 펫푸드가 판매되고 있지만, 성분 효능을 실제로 검증한 펫푸드는 많지 않다”며 “이론적으로 ‘좋을 것이다’라는 단계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조사가 과학적 근거를 들어 펫푸드 효능을 증명하고, 이런 증명서를 펫푸드 판매사에 제시하게 하는 인증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사료관리법 미비해 ‘영양제 기준’ ‘기능성 성분’ 표기 규정 없어  
신뢰할 수 없는 저품질 펫푸드가 늘어난 것은 현행 사료관리법의 영향도 있다. 현행 사료관리법은 사료를 단미사료, 배합사료 등 성분 배합 여부를 기준으로 나눈다. 이에 영양제로 출시된 펫푸드라도 간식과 법적으로 잘 구분되지 않는다. 영양제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규정을 만족해야 하는지에 관한 규정도 당연히 없다. 박희명 교수는 “단미사료, 배합사료 형태 말고 일반사료, 기능성 사료, 처방사료로 분류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양소 표기 규정이 느슨한 것도 문제다. SKY동물메디컬센터 오이세 대표원장은 “관절에 좋은 사료라는데 관절에 좋다는 성분 함량은 정작 표시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강원대 수의학과 윤장원 교수는 “현행 사료관리법에 따르면 조지방, 조단백질, 인 등 일부 성분만 소비자가 보기 어려운 형태로 표기해도 무방하다”며 “펫푸드 영양과 효능에 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영양성분을 소비자가 알기 쉽게 자세히 표시하도록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 수의대학 수의내과학 박희명 교수​/사진=이해림 기자
◇사료 판매 후 관리가 중요… 이상 보고 시 검사·리콜 주체 마련
소비자의 안전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대한수의사회와 정부 협동으로 ‘리콜 조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박희명 교수는 “펫푸드에 관련된 소비자 이상 사례 신고가 있으면 제조사가 제품 이상을 검사한 후 배포된 제품을 빨리 회수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펫푸드를 먹이고 몇 년간 표면적인 이상이 없는지만 관찰할 게 아니라, 섭취한 동물들의 혈액과 소변을 주기적으로 분석해 이상을 확인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실제로 시행하는 방법이다.

이미 판매된 사료의 안전성을 관리할 체계가 없다면, 원인불명의 신경·근육병증 사태와 유사한 사태가 또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었다. 한국동물병원협회 오원석 정책연구위원장(오원석황금동물병원 원장)은 “이번 원인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사례와 같은 이상 사례는 간헐적으로 계속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사료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검사하고 조치를 취할 컨트롤타워가 아직 없다”며 “과거에 사료 속 멜라민으로 반려동물 다수가 사망했을 때도 원인이 공식적으로 밝혀지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원인을 규명하고 대처를 주도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 빠른 대응이 관건, 동물 건강은 사람 건강이라는 인식 있어야
그럼에도 정부 대응은 느리다. 이날 수의계 관계자들은 입 모아 “수의계가 수차례 요청해왔음에도 정부는 펫푸드 관련 법의 필요성을 이제 막 인지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국수의영양학회 양철호 회장은 “수의계에서 2년 전에 펫푸드 관련 특별법을 정부에 제안했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법을 빨리 제정해 펫푸드 관리 체계를 진작 바로잡았더라면 이번 원인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사태와 같은 혼란이 벌어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 김소현 이사장은 “정부가 빨리 나서게 하려면 펫푸드가 반려동물의 건강뿐 아니라 사람 건강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며 “실제로 동물의 항생제 내성균이 보호자에게도 전파된다는 논문이 있다. 건강한 펫푸드가 반려동물의 건강을 넘어 보호자의 건강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원 헬스’ 개념에 대한 인식이 필요할 때다”​​고 말했다.

경기도수의사회 이성식 회장은 “법을 제정하는 건 4~5년 걸린다”며 “현행법 안에 있는 ‘별표’를 고쳐 시행규칙을 바꿈으로써 반려동물을 가축과 분리하기만 해도 펫푸드를 가축용 사료와 따로 관리할 토대가 마련된다. 이것을 단기적 해결책으로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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