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들어서는 ‘CIC’…美 보스턴처럼 ‘바이오클러스터’ 가능할까

신대현 2024. 5.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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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로우(Tim Rowe)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바이오그룹의 판교 ‘세포 유전자 바이오뱅크’(CGB) 구축 계획을 설명했다. 사진=신대현 기자

전 세계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 보스턴의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가 경기 성남시 판교에 설립된다. ‘한국판 바이오클러스터’의 영향력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팀 로우(Tim Rowe) CIC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CIC 설립 청사진을 공개했다.

CIC는 세계 최대 바이오클러스터로 꼽히는 미국 보스턴 일대에서도 가장 핵심 지역인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공유오피스 기업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탄생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CIC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10개 도시에서 사무실과 연구실, 실험 공간 등을 갖춘 스타트업 혁신센터를 운영하며 스타트업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이번에 CIC가 선택한 한국 협력 파트너는 차바이오그룹이다. 이날 CIC는 차바이오그룹과 함께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 ‘세포 유전자 바이오뱅크’(CGB) 기반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내년 12월 완공될 CGB 연구소에 국내외 연구개발(R&D) 센터를 비롯해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바이오벤처를 발굴해 입주시키고, 이들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단 계획이다. 

CGB에는 위탁개발생산(CDMO) 생산시설과 cGMP(우수의약품생산규격) 제조시설, 줄기세포 바이오뱅크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의 단일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구축될 예정이다.

팀 로우 대표는 “신생 바이오텍 기업들은 자신들의 개발 물질을 환자에게 전달할 때까지 많은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며 “연구 중심 조직은 물론 병원, 대학까지 갖춘 차바이오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센터 입주사들이 자신들의 치료제를 환자에게 전달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센터 내 건립될 바이오뱅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바이오뱅크는 과거 유전자은행으로 불렸던 설비다. 혈액, 조직, 단백질 등 생체 자원과 유전자 정보, 질병 진단⋅치료 과정에서 생산되는 임상 정보, 환자의 생활 데이터 등을 수집하는 일종의 저장소다. 

팀 로우 대표는 “CGT 개발을 위해선 특수 연구 인프라가 필요한데, 그 중 가장 고가이면서 필수적인 설비가 바로 바이오뱅크”라며 “차바이오그룹의 CGB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바이오뱅크로, CGT 연구를 위해 세포와 유전자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 기업 30여곳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케임브리지 CIC에 입주해 있다. 일본 도쿄 CIC 지사에도 15곳의 한국 벤처기업이 새로 포함됐다. 이로써 보스턴 본사를 비롯한 전 세계 CIC에 총 45개의 국내 기업이 입주하게 된다. 팀 로우 대표는 “CIC 입주사는 세계 어디에 근거지를 두던 다른 국가의 CIC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팀 로우 대표는 “전 세계 최고의 바이오클러스터라고 불리는 보스턴도 도심지에는 생명과학기업이 별로 없다”며 한국의 중심 클러스터로 판교를 지목했다. 판교는 이미 생명과학 기업이 다수 입주해 있고, 여러 연구실 등이 위치해 있어 생명과학 클러스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바이오클러스터는 바이오기술을 중점으로 특정 지역에 관련 기업과 연구소, 대학, 투자자, 기관이 한 데 모인 산업 집적지를 일컫는다. 보스턴 클러스터에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하버드대학교를 중심으로 연구소, 병원, 1000개 이상의 기업, 창업 연계 기관, 벤처캐피털(VC) 등은 물론 편의시설과 주거지들이 몰려 있다.

팀 로우 대표는 “산업 클러스터를 어떻게 하면 성공시킬 수 있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해당 지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최적의 방법’이라고 말한다”며 “차바이오그룹의 CGB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추진되는 CGT 중심 센터이기 때문에 클러스터로 발전될 잠재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팀 로우 대표는 “그동안 CIC는 혁신이 이뤄지는 주요 국가에서 대규모 센터를 만들어왔는데 한국이 빠져 있었다”라며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정말 좋은 참신한 아이디어라도 네트워킹의 부재로 인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CIC의 목적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실제 상품, 치료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공유 연구시설을 표방하는 CIC를 통해 기업들이 탄탄한 네트워크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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