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형 노린 기습공탁, 선처 않는 추세…재판예규 개정돼야" [디케의 눈물 224]

박상우 2024. 5. 1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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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만취 운전을 하다가 부부를 치어 아내를 숨지게 한 20대가 1억원의 형사공탁을 했지만 항소심에서 오히려 형이 가중됐다.

법조계에서는 과거엔 기습공탁이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문제 등이 야기돼 최근에는 판사들이 양형에 반영하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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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위험운전치상 혐의로 징역 10년 선고받아…1억 공탁에도 2심서 형량 가중
법조계 "일방적 기습공탁, 과거엔 유리한 정상이었지만 사법부 신뢰 훼손으로 인식"
"피해자 원치 않는 형사공탁, 무조건 감형으로 이어지면 '2차 가해'로 번질 수 있어"
"형사공탁 악용은 마땅히 지양돼야 하지만…제도 자체 부정 하면 더 큰 부작용 발생할 수도"
ⓒ게티이미지뱅크

대낮에 만취 운전을 하다가 부부를 치어 아내를 숨지게 한 20대가 1억원의 형사공탁을 했지만 항소심에서 오히려 형이 가중됐다. 법조계에서는 과거엔 기습공탁이 유리한 정상으로 작용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문제 등이 야기돼 최근에는 판사들이 양형에 반영하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피고인들의 일방적 기습공탁으로 사법부의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며 피해자의 의견을 듣는 기일을 따로 마련하는 등 재판 예규가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 된 A(2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1일 오후 4시 5분께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한 도롯가에서 길을 걷던 40대 부부를 차로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남편은 크게 다쳤고 아내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검찰과 A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총 1억원(1심 6000만원, 2심 4000만원)의 형사공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측 변호인과 합의금에 관한 협의를 하던 중 일방적으로 공탁금을 냈다"면서 "피해자 측이 이 공탁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했고, 피고인은 공탁금 성격을 '위자'(피해 변제)로 명시했으므로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줘야 할 손해의 일부를 지급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고의 내용 및 결과 등을 고려하면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상·정신적 손해배상금 합계는 1억원을 상당히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중 일부인 1억원만을 공탁한 것은 원심의 형을 감경할 만한 유리한 정상으로는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게티이미지뱅크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과거에는 피해자의 구체적 인적사항을 알아야 공탁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더라도 공탁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 없이 기습공탁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에는 기습공탁도 양형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기습공탁로 인한 2차 가해 등 문제가 제기되면서 양형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피고인들의 반성 없는 기습공탁으로 사법부의 신뢰가 근본적으로 훼손되고 있다. 이에 따른 기습공탁의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려면 재판예규의 개정을 통해 공탁의 시기 및 기간을 정하고 또 변론종결 후 기습공탁이 이루어진 경우 피해자에게 즉시 통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다시 공판기일을 지정해 피해자 의견을 청취하는 식의 절차가 진행되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판심 법무법인)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액 보다 적은 액수를 공탁하자 오로지 감형이 목적이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도 되지 않았고 재범 가능성 또한 낮지 않다고 판단해 1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피해자가 원하지 않음에도 일방적으로 공탁을 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그러나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이 피해자의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공탁이 무조건적인 감형으로 이어진다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번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최근 언론을 통해 형사공탁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면서 공탁의 효과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탁은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피해 회복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형사공탁을 악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제도 자체를 부정한다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공탁할 돈을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쓰는 등 피해자와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자체를 안 하게 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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