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소말리아 의대생

고세욱 2024. 5. 1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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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6년 한국 금융계는 '우간다 트라우마'를 앓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 중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에서 한국이 2015년 87위(우간다 81위), 이듬해 80위(우간다 77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조사의 신뢰도가 지적받긴 했지만 한동안 우간다 하면 한국 금융의 낙후성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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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욱 논설위원


2015~2016년 한국 금융계는 ‘우간다 트라우마’를 앓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 중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에서 한국이 2015년 87위(우간다 81위), 이듬해 80위(우간다 77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아시아 금융 허브를 꿈꾸던 터에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2015년 10월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금융그룹 회장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건배사로 “우간다 이기자”를 외칠 정도였다. 조사의 신뢰도가 지적받긴 했지만 한동안 우간다 하면 한국 금융의 낙후성을 떠올리게 했다.

후진국이라는 고정된 이미지 탓인지 모르나 아프리카 국가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걸 용납 못하는 이들이 많다. 2014년 WEF 회계 투명성 조사에서 우리나라(91위)가 가봉(79위)과 케냐(85위)에도 처지자 공인회계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가나에게 패한 뒤 “흑인 노예한테도 지냐”는 댓글이 쇄도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제 아프리카를 가난하고 발전 없는 곳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세계 광물 자원의 30%를 보유하고 인구 60%가 25세 이하인 젊은 대륙으로 잠재력이 풍부하다. 미국 중국 EU 등 주요국이 경제 블루오션인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위해 치열히 경쟁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대란이 장기화하자 외국 의사도 국내에서 의료 행위를 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이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SNS에 ‘소말리아 20년 만의 의대 졸업식’이란 제목의 사진을 공유하며 ‘coming soon’(곧 온다)이라고 썼다. ‘소말리아 같은 후진국의 실력없는 의사들이 국내에서 진료할 수 있다’며 그들을 폄훼하는 취지로 읽혀 비판이 일자 임 회장은 이를 급히 삭제했다. 사진은 폭력과 무정부 상황을 뚫고 졸업한 의대생들을 담았다. 조국의 아픈 현실을 딛고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길에 나선 소말리아 예비의사들과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환자를 떠난 엘리트 한국 의사들이 이 사진으로 더욱 비교되고 있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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