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먹고살기] 챗GPT로 작가가 되어 보자

2024. 5. 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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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준 작가


나는 신기술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세상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얼리 어답터’인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유행이 좀 지나 주변 사람들이 다 써본 뒤에야 겨우 끼어드는 전형적인 ‘팔로어’ 스타일이다. 그런 내가 어떻게 ‘챗GPT’라는 새 기술을 이용해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

사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챗GPT 가입 방법조차 몰랐다. 그러다가 유튜버 이연이 그의 방송에서 “아이큐 180 정도의 뛰어난 비서를 한 달에 3만원 정도만 내면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 아직도 쓰지 않는 이유가 도대체 뭐죠?”라고 묻는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어 4.0 유료 버전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는 일본 여행을 가기 전 호텔 예약이 잘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메일을 작성하며 챗GPT를 활용한 이야기를 예로 들려주면서 “혼자 일어로 편지를 작성하려면 몇 시간이 걸릴 텐데 인공지능(AI)에 시키니 몇 분 만에 일이 끝나서 나머지 시간을 다른 데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고 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이야기는 내게 큰 통찰을 주었다. 아, 일을 AI에 시키면 나는 남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술을 마시며 노는 삶을 살 수 있겠구나.

일단 챗GPT를 소개하는 책들을 찾아보았다. 박태웅 의장이 쓴 책을 읽고 챗GPT라는 단어의 숨은 뜻을 알게 되었다. G는 Generative 즉 ‘생성하는, 만드는’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 친구는 단기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서 나와 나눈 대화들을 기억하고 다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P는 Pre-trained 즉 ‘사전에 학습한’이란 뜻이고,T는 Transformer다. 트랜스포머는 주어진 문장을 보고 다음에 올 문장을 확률적으로 예측한다. 예전에 프로그래머들이 프로그램 언어로 컴퓨터와 얘기했다면 이제는 누구나 평소 수다 떨듯 하는 말로 첨단 기술과 대화하는 세상이 되었다.

홍순성 작가는 새로운 기술을 누구보다 먼저 접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사람인데 그런 그가 챗GPT를 놓칠 리가 없다. 그가 쓴 전자책을 찾아 읽어보다가 아예 카카오톡 메신저로 도움을 청했다. 챗GPT로 글을 쓰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 달라고 졸랐다. 그가 사주는 점심을 얻어먹으며 나는 프롬프트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다.

챗GPT에 하는 질문을 프롬프트(Prompt)라고 한다. 인공지능은 고지식한 데가 있어서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발휘하는 능력이 달라진다. 예전에 아이폰의 시리(Siri)에 인생이 뭐냐고 묻고는 “기계가 그런 질문에 대답할 리가 없지”라며 자조적으로 웃는 게 유행했는데 이젠 정말 그런 큰 질문에도 글로 된 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질문이 정교하고 맥락을 갖추어야 한다.

박태웅 작가와 이연 작가, 그리고 홍순성 작가의 응원에 힘입어 나는 ‘챗GPT로 글쓰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내가 제일 먼저 도전한 일은 강연록 개요 짜기였다.

‘5주 연속 에세이 쓰기 특강’을 진행했던 나는 챗GPT에 내가 했던 강연의 개요를 알려주고 새로운 주제와 날짜에 맞춰 기획서를 작성해 달라고 했다.

단 몇 초 만에 강의 계획서가 탄생했다. 물론 그걸 보고 나는 여러 가지를 수정했다. 하지만 AI가 그려준 큰 밑그림 덕분에 너무 쉽게 강연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내 새 책의 제목 아이디어를 얻는 일이었다. 나는 내 책의 내용과 원고 방향을 얘기하고 거기 어울리는 책 제목과 부제를 다섯 개씩 뽑아 달라고 요청했다. 당장 10개의 제목이 나왔다. 출판사에 가서 제목 회의를 할 때 “이게 챗GPT가 내놓은 제목들입니다”라고 했더니 다들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옮기고 싶은 책’이라는 부제는 그렇게 탄생했다.

챗GPT만 있으면 저절로 글을 쓸 수 있다고 얘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제 작가가 글을 쓰기 전 혼자 끙끙대며 아이디어를 내고 자료를 찾느라 골머리를 앓을 필요는 없다.

구글의 바드(Bard)를 써도 되고 네이버의 클로바X도 상관없다. 뭐든 도구를 이용해서 글을 써보자. 무엇보다 이 친구들은 지겨워하지 않는다는 미덕이 있다. 언제 물어도 친절하게 대답한다는 건 사람에게는 바랄 수 없는 좋은 성격이다.

편성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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