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포괄적 차별금지법 추진이 어이없는 이유

전병선 2024. 5. 11. 00: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한국교회는 야당의 총선 압승으로 22대 국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차금법)을 제정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한다. 차금법은 주로 야당 의원들이 추진했는데, 성적지향(동성애)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회의 반대가 심하니까 차금법은 종교적 이슈로 생각한다. 또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차별하지 말자고 하니 겉으로는 좋아 보인다. 그게 아니라고 논리적, 법적으로 설명하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최대한 쉽게 차금법의 문제가 뭔지 질서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세상에는 질서가 있다. 자연의 질서가 있고 인간이 만든 질서가 있다. 예를 들어 태양계는 자연의 질서다. 지구를 포함해 8개의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 지구는 지축을 중심으로 매일 한 바퀴 돌면서 태양을 1년간 회전한다. 이게 자연의 질서다. 이 질서가 흐트러지면 태양계는, 지구는 끝난다. 인간이 남녀로 태어나는 것도 자연의 질서다. 여자와 남자가 아닌 인간은 없다.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셨다.

또 하나님 이야기냐고 할 테니 종교적 시각을 빼보자. 다시, 세상에는 질서가 있다. 함께 살아가도록 인간이 만든 질서다. 흔히 접할 수 있는 게 교통질서다. 사람과 차가 안전하게 다니게 한국에서 차량은 우측으로 통행해야 한다. 그걸 안 지키면 사고가 날 테고 생명과 재산을 잃을 수 있다.

이 원칙에 근거해 운전석은 좌측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운전자는 대부분 좌측에서 운전한다. 실제 있을 법한 이런 상상을 해보자. 어떤 사람이 우측에 운전석이 있는 차를 국내로 들여왔다. 차가 예쁘고 운전석 위치가 국내 다른 차들과 달라 특이해서라고 했다. 개성이라는 둥, 자유라는 둥 이런저런 이유로 그는 우측 운전석 차량을 몰았다. 국내에서 우측 운전석 차량 운행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우측 운전석 차는 운전하기 불편했다. 한국 도로는 좌측 운전석 차량을 고려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로를 주행할 때는 그래도 괜찮았지만,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고 회전할 때는 많이 헷갈렸다.

한번은 역방향으로 들어갔다. 앞에서 마주 오던 차들이 난리가 났다. 상향 라이트를 켜고 경적을 울려댔다. 우측 운전자도 급히 방향을 바꿔 차를 길가에 세웠다. 놀란 운전자들이 창문을 내리고 한마디씩 했다. “당신 미쳤어?” “당신 때문에 죽을 뻔했잖아.” “운전 똑바로 못해.” “한국에서 우측통행인 거 몰라.”

그런 반응에 우측 운전자는 화가 났다. ‘그럴 수도 있지.’ ‘사고 안 났으면 됐지. 그걸로 욕을 하냐.’ 더 나아가 ‘나도 세금 내고 도로를 사용하는데 내가 좌로 가든 우로 가든 내 마음이지’라고 생각했다. 마침 현장을 지나던 또 다른 우측 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다가오더니 “나도 여러 번 당했다. 이건 인격 침해”라며 덩달아 흥분한다. 역방향 진입으로 사고 날뻔한 상황을 잘 모르는 운전자들은 “아무리 그래도 운전하다 욕을 하면 되냐”고 편을 들었다.

분위기가 이 정도 되자 우측 운전자가 말한다. “우리도 도로에서 운전할 권리가 있다. 우측이든 좌측이든 마음대로 운전하게 해 달라.” 이어 “그걸 비난하는 사람들은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어이없는 장면이 머릿속에 잘 그려졌으면 좋겠다. 현재 차금법을 제정하자는 상황이 딱 이 장면이다. 운전석이 우측에 있는 차를 타는 것은 자유다. 그거 가지고 뭐라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기 편해지자고 좌·우측 도로를 마음대로 운행해선 안 된다. 그걸 법으로 보장해주면 어떻게 될까. 무질서, 혼돈, 도로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종말이다. 그들이 소수니까 들어주자? 역주행하는 한 대의 차가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다 같이 살려면 다 같이 질서를 지켜야 한다. 그 질서를 허물자는 게 차금법이다. 이걸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