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골프 동반자 좀 말려주세요 [정현권의 감성골프]

2024. 5.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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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친구는 있나?”

골프 시작 전에 카트에서 클럽을 정리하는 캐디에게 동반자가 불쑥 신상 질문을 했다. 캐디는 머뭇거리면서 대충 말꼬리를 흐렸다.

“그래서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명확한 답변을 피하자 그는 실실 웃으면서 추궁하듯이 집요하게 물었다.

아침부터 딸뻘도 안 되는 어린 캐디 신상을 터는 민망한 장면이 펼쳐졌다. 지켜보는 동반자들도 좀 난감했다.

골프를 하면서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있다. 캐디와 관련한 대화가 가장 흔하다.

“어제는 뭘 했나” “고향은 어디인가” “어느 골프장에서 일했나” “주말에는 뭐 하나” 등이 대표적이다. 쿨하게 답하는 캐디도 있지만 너무 파고든다는 생각이다.

본인은 분위기를 푸는 아이스 브레이커(Ice breaker) 역할을 자처한다지만 캐디로선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침부터 골프장에 가서 캐디와 저런 대화를 아내나 딸이 알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티오프(Tee-off)를 앞두고 카트가 출발하기 직전이나 심지어 티잉 구역(Teeing area)에 동반자가 나타나지 않을 때도 아슬아슬하다. 한 치 여유 없이 골프 시간에 합류하는 사례다.

그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일단 걱정이 앞선다. 서두르는 캐디를 보면서 동반자들 뇌리가 심란하다. 골프를 하기 전부터 기운이 빠진다.

티오프 시간에 늦으면 어떻게 될까. 골프 규칙으로는 제 시간에 맞추지 못하면 2벌타를 받는다. 만약 5분 넘게 지각하면 실격이다.

티잉 구역이나 코스에서 연습 스윙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잔디를 훼손해도 보는 사람 마음을 후벼 판다. 그냥 우연으로 넘겼는데 거듭되면서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샷 기술상 찍어 치기(다운 블로우∙Down blow)를 구사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연습 스윙 때마다 잔디를 파내면 곤란하다. 동반자들이 괜히 골프장에 미안하다.

잔디 뗏장이 길게 허공으로 날아가도 원상 복구 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면 뒷팀에게 민폐다. 연습 스윙 과정에서 불꽃을 튀기면서 잔디를 파내는 기괴한 장면도 연출된다.

미스 샷을 한 후 클럽으로 잔디를 찍는 사람도 간혹 있다. 속상한 마음이야 알겠는데 죄 없는 잔디가 왜 훼손돼야 하는가.

분실 공 찾기에 진심인 동반자도 아슬아슬하기는 마찬가지다. 본인 분실구를 찾는 경우라면 이해할 만하지만 시간을 허비하며 다른 분실구를 대거 줍는 사례다.

계곡이나 연못 경사면을 따라 공을 줍는 행위는 정말 위험하다. 실제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경기 시간도 지체된다.

본인이 친 공을 3분 이내에 찾지 못하면 분실구로 처리된다. 1벌타를 받고 원래 친 자리에 돌아가서 다시 쳐야 원칙이다. 잃어버린 자리에서 공을 치면 오소플레이 2벌타를 더해 3벌타를 물게 된다.

골프 도중 습관적으로 레슨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도 위태위태하다. 그날 따라 유달리 미스 샷이 잦은 동반자에게 처음 합류한 또 다른 동반자가 레슨하는 케이스다.

안타까움 때문이겠지만 참 오지랖이 넓다는 생각이다. 언젠가 유달리 경기가 풀리지 않는 싱글 핸디캐퍼(Single handicapper)에게 백돌이 초보가 레슨하는 장면도 봤다.

연습장 교습가에게서 자기가 배운 바를 그대로 전수하는 것이었다. 상황 파악을 못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상대는 대단히 불쾌하다.

아슬아슬한 장면은 또 있다. 시간에 쫒기는 데에도 불구하고 카트를 타지 않고 어정어정 걸어가는 경우다.

필자도 샷을 하고 나면 보통 카트를 타지 않고 코스를 걸어간다. 그래도 진행 속도를 고려해서 움직인다. 다음 샷을 위해 클럽도 두 개 정도 들고 나간다.

골프계에 “샷은 신중하게, 이동은 빠르게”라는 말이 있다. 쫓기 듯이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팀 진행 리듬에 차질을 빚으면 곤란하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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