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30달러 돌파? 과일은 더 오른다?…올해 물가 기상도
2.6%. 올해 정부의 소비자물가 전망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종전보다 0.1%포인트 내린 2.6%로 예측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최근 작황 부진ㆍ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3%대 물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의 ‘경계와 대응이 필요한 물가 차별화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토대로 주요 품목의 올해 물가 전망을 분석해봤다.
우선 물가를 품목별로 보면 크게 상품과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상품에는 ▶농ㆍ축ㆍ수산물 ▶공업제품 ▶전기ㆍ가스ㆍ수도가, 서비스에는 ▶집세 ▶공공서비스 ▶개인서비스가 포함된다.
농축수산물ㆍ공업제품 기상도 ‘흐림’
문제는 향후에도 구름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리ㆍ집중호우 등 기상재해로 농산물 생산이 둔화하고 재배면적이 감소했는데 올해도 이상고온 등으로 평년과 다른 기후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7~8%대(전년 동월 대비)였던 농ㆍ축ㆍ수산물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11.4%로 뛰어오른 뒤 3월 11.7%, 4월 10.6%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그리고 있다.
그간 안정세를 보였던 ‘공업제품’도 향후 ‘흐림’을 예고한다. 공업제품은 가공식품과 석유류로 구성되는데 올해 기름값이 들썩이면서다. 지난해 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떨어지면서 올해 1분기 공업제품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 상승하는 데 그친 바 있다. 2023년 1분기엔 전년 대비 4.4% 상승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동지역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때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한 국제유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120~130달러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달러당 원화값이 장중 1400원 선까지 밀리는 등 고환율(원화가치 하락) 상황이 이어지는 것도 악재다. 신지영 현경연 선임연구원은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 물가가 상승해 가공식품 등으로 구성된 공업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요금ㆍ개인서비스 기상도 비교적 ‘맑음’
반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건 ‘전기ㆍ가스ㆍ수도’와 ‘개인서비스’다. 전기ㆍ가스ㆍ수도는 2023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8.1% 상승했으나 올해 1분기엔 4.9%로 상승률이 크게 둔화했다. 2022년부터 크게 인상됐던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등 에너지 요금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결된 영향이다. 신지영 연구원은 “공공요금은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는 ‘관리물가’로 분류된다. 에너지 공기업의 누적 적자 해소 등을 위해 요금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현재 물가 여건을 고려하면 2분기에도 전기요금 동결 가능성이 크다”라며 “안정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도 인건비와 임대료 등이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되면서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개인서비스물가 상승률은 3.3%로 2023년 1분기(5.7%)보다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초 7%대까지 치솟았던 월별 ‘외식’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1월 4.8%(전년 동월 대비)→지난달 3%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다만 최근 농ㆍ축ㆍ수산물 등 식재료 물가가 불안정한 점은 우려스러운 점으로 꼽힌다.
현경연은 이런 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게는 2.5%, 높게는 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경연은 “국내 물가가 부문별로 뚜렷한 차별화 현상을 보이는 만큼 상방 압력이 높은 부문에 대한 조기 안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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