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속 그들의 사랑법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데스크 2024. 5. 1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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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챌린저스’

숫자 3의 의미는 다양하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숫자 3속에는 시작, 중간, 끝이 들어 있어 3을 최초의 홀수로 완전한 숫자라고 했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는 최소 3명이 모이면 집단의 개념이 생겨나고 집단의 행동은 사회적 규범이 된다고 말했다. 3은 과학에서도 완벽한 숫자로 여겨져 우주의 구성을 시간, 공간, 물질로 구분했다. 스토리탤링에서 3은 역동적인 삼자 구도를 만들 수도 있고 안정적인 대립 관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삼각관계는 언제나 로맨스물의 단골 소재가 된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챌린저스’는 테니스를 소재로 한 여자와 두 남자의 긴 세월을 담아낸 역동적 사랑 이야기다.

스타급의 인기를 누리던 테니스 천재 타시(젠데이아 분)는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자 지금의 남편 아트(마이크 파이스트 분)의 코치를 맡고 있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타시는 아트를 챌린저급 대회에 참가시키고 거기에서 남편과 둘도 없는 친구이자 자신의 전 남자 친구였던 패트릭(조쉬 오코너 분)을 만난다. 그리고 이들 세 남녀의 선을 넘는 아슬아슬한 관계가 이어지면서 결승전에서 매혹적인 경기를 펼쳐 보인다.

삼각관계의 통해 극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에서 삼각관계의 역사는 유구하다. 영화 ‘쥴과 짐’(1962)도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여자 카트린과 두 남자 친구 쥴과 짐, 세 사람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2000) 또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매혹적인 여자 일로나를 사이에 두고 젊고 가난한 피아니스트와 중년의 사업가의 삼각 관계이다. 사랑을 얻기 위해 인생의 전부를 거는 젊은 남자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느니 반쪽이라도 갖겠다는 중년의 사업가와의 사랑관을 보여준다. 영화 ‘챌린저스’ 역시 테니스 코트 안팎에서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며 스릴 넘치는 삼각관계를 다룬다. 부딪치고 소리 지르며 테니스로 소통하는 주인공을 통해 13년 동안 지속해 온 그들의 삼각관계를 보여주어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비선형적 스토리텔링도 특징이다.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반전으로 관객을 긴장하게 만드는데 특히 플래시백과 플래시포워드로 강조되는 비선형 스토리텔링은 긴장감과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등장인물의 과거가 밝혀질 때마다 그들의 관계와 동기에 새로운 차원이 추가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끝까지 몰입하고 추측하게 한다. 루카 구아다이노 감독은 사랑, 경쟁, 개인적인 성장에 대한 풍부하고 다층적인 탐구를 내러티브를 통해 만들어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스토리를 앞으로 끌고 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곧 이야기의 재미적인 부분이 된다.

감각적인 연출이 관객을 집중시킨다. 영화 ‘챌린저스’는 의심할 여지 없는 사랑 이야기이지만 테니스라는 소재로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감독은 코트에서 선수들이 보여주는 액션에 관중들이 몰입해 관람하듯 영화에서도 그런 점을 부각시킨다. 테니스공의 시점, 선수들의 몸의 움직임과 땀방울 등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샷을 통해 게임의 스릴과 강렬함을 포착한다. 특히 선수들을 아름답게 담아내는 서브와 발리슛은 그 하나하나가 짜릿하다. 음악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사운드 트렉은 테니스 경기의 에너지과 흥분을 증폭시키는 것은 물론 경기 장면에서 사용된 역동하는 비트와 일렉트로 멜로디는 테니스장에서 펼쳐지는 긴장감을 그대로 전달한다.

우리 사회에서 남녀 간의 사랑은 점점 어려워지면서 나홀로족이 늘어가고 있다. 이는 남녀의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각박한 현실에서 감정보다 이성이 우선되면서 사랑의 열병을 앓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챌린저스’는 테니스 선수들의 삼각관계를 통해 점차 희미해져 가는 사랑법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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