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오름테라퓨틱, DAC 원조 기업…오픈 이노베이션, '기초'가 중요"

이춘희 2024. 5. 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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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제-항체 접합체(DAC)와 관련해서는 오름테라퓨틱이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다들 '이걸 왜 하느냐'는 반응이었지만 오름은 꾸준히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제는 다들 관심을 갖기 시작한 만큼 활발한 파트너링을 진행하고 있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사진=이춘희 기자]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9일 바이오코리아 2024가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오름은 항암 분야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의 뒤를 이을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DAC 기술 개발 경쟁의 최선두에 서있는 회사다.

'항암 유도 미사일'로 표현되는 ADC가 암세포를 찾는 항체(레이더)와 암세포를 공격하는 세포독성물질인 페이로드(폭탄), 이 둘을 잇는 접합체인 링커(미사일 본체)가 결합한 구조라면 DAC는 이 중 폭탄 부분을 세포독성물질이 아닌 표적 단백질 분해(TPD) 물질로 대체했다. TPD는 적은 양을 투약하더라도 계속 표적 단백질을 분해해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독성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에는 먹는 약으로 개발되면서 정상 세포까지 분해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ADC 방식을 활용하면 정교하게 암세포만 분해할 수 있게 된다.

오름테라퓨틱은 세계 최초로 이처럼 ADC와 TPD를 결합한 DAC를 임상 단계에 진입시킨 회사다. 이를 통해 K-바이오의 일약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DAC 후보물질 ORM-6151 개발 프로젝트를 지난해 9월 글로벌 빅 파마인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MS)에 1억8000만달러(약 2460억원)에 넘기는 기술거래를 성사했기 때문이다.

계약금이 1억달러(약 1370억원)로 전체 계약 규모의 56%에 달해 BMS에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BMS는 ORM-6151을 인수하는 동시에 기존에 자신들이 개발해왔던 비슷한 기전의 CC-90009의 개발을 전면 중단하고, ORM-6151의 빠른 임상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특이한 건 ORM-6151이 전임상 단계에서 CC-90009와의 효능을 직접 비교했다는 점이다. BMS와의 협업을 염두에 둔 실험 설계였는지에 대해 이 대표는 "꼭 그렇지는 않았다"며 "신약을 개발할 때는 경쟁 약품의 출현 가능성을 고려한 대조군 선정이 필요한 만큼 CC-90009를 좋은 대조약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름테라퓨틱의 파이프라인 현황[이미지출처=오름테라퓨틱]

이 대표는 대형 기술수출 등 좋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이 같은 좋은 임상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어떤 약이 쓰이고, 개발되고 있는지를 파악한 후에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고민해야 한다"며 "병용요법으로 쓰이는 두 약 중 하나에 개발이 집중된다면 우리는 다른 약을 통해 개발함으로써 병용요법이 가능해지는 효과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 단계부터 임상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만큼 임상팀과 연구팀 등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물론 이에 앞서 "미충족 수요를 따라가다 보면 파트너링 수요와도 부합한다"며 환자의 미충족 수요라는 기본적인 원칙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초적이지만 구현하기는 어려운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한 꾸준한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데이터가 안 좋은데 사업개발(BD)팀이 일을 잘한다고 해서 파트너링을 할 수는 없다"며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신경 써서 정리하고, 좋은 생산파트너를 고르는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오름테라퓨틱은 현재 국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A와 BBB 등급을 받으며 기술성 평가의 문턱을 넘었다. 이 대표는 "상반기 중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라며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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