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부 신설...여가부는 어찌되나[Why&Next]
정부부처 대규모 '지각변동' 촉각
인구 문제 담당한 각 부처 이동 가능성도
'여가부' 존폐 여부는 변수될 듯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생대응기획부’를 부총리가 이끄는 조직으로 신설하기로 하면서 정부 조직이 대규모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책 추진력이 약했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만들기로 한 만큼, 인구 문제를 담당해온 각 부처의 부서들을 통합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건복지부, 법무부, 기획재정부 내 유관 부서가 신설 조직으로 이동하고 저고위는 완전히 흡수되는 형태가 예상된다. 다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 폐지에는 반대하고 있어 여가부의 존폐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고령화를 대비하는 기획 부처인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며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어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위해 국회에 정부조직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를 각 부처가 나눠서 맡고, 자문적인 성격이 강한 대통령 직속 저고위는 의결하고 (정책을) 강제하는 기능이 없다”며 “과거 경제 성장을 강력히 추진했던 경제기획원같이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해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맡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저고위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해온 상황에서, 실행력 있는 정부 조직을 만들어 인구 위기의 돌파구를 만들어보겠다는 구상이다. 저고위는 독립적인 중앙행정기관이 아닌 만큼 독자적인 정책을 기획해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관가 안팎에서는 정부 조직이 대규모로 지각변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저출생 해결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데다가 지난 4·10 총선에서 ‘인구위기 대응부’ 신설을 약속한 만큼 정부조직법 개정에 협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에) 전향적으로 찬성”이라며 “야당으로서 협조할 일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에 협조하면 부처 신설 추진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의 인구정책실과 법무부의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기재부 미래전략국 등 각 부처에서 인구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부서들이 신설 조직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관련 업무를 해온 공무원들 또한 이동할 수 있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인구문제의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서 신설 조직이 만들어지는 만큼, 해당 부처의 부서들이 흡수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다만 산하기관 이동 등의 문제는 부처 이해관계 등이 첨예하게 걸려있는 만큼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주요 변수 '여가부'…민주당 "존치" vs 정부·여당 "폐지"저고위는 저출생대응기획부로 흡수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현재 조직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독립적인 중앙행정기관이 아니어서 자체적인 정책 결정권이 약했던 저고위가 저출생대응기획부로 격상되는 형태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저고위의 조직과 역할 등을 규정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23조 폐지 등을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저고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변수는 여가부다. 정부·여당은 여가부 폐지를 주장해온 반면 민주당은 여가부 존치를 요구해왔다. 총선에서 여당은 인구부를 설치해 여가부 업무를 흡수하겠다고 했다. 최근 여가부는 1급 기획조정실장에 복지부 출신 고위공무원을 임명하는 등 여가부 내에서도 폐지를 염두에 두고 부처의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여가부 장관은 지난 2월 이후 여전히 공석이다. 여가부 내 여성폭력 분야를 담당하는 권익증진국 국장석도 두 달째 비어 있다.
다만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를 반대해온 만큼 여가부의 저출생, 돌봄, 양육 등 기능을 신설 조직에 이관하거나 재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입장이 갈릴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직 개편은 정부 권한이라 정부안이 일단 나와야 한다”며 “그 안을 토대로 국회에서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조직 개편 여부와 관련해서 별도로 전달받은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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