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장통 앓는 KOMSA, 해양교통안전 종합 기관 거듭나려면”
팬데믹·기후 위기에 달라진 해양 환경
해양교통안전 기능 넘어 친환경 대비
KOMSA, 역할 확장 위한 준비 박차
세계가 팬데믹 이후 극심한 물류난을 겪으면서 해양에 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입 99%가 해상을 통해 이뤄지는 우리나라는 선박의 안전 항해와 친환경 전환 등 바다와 관련한 이슈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민감한 문제다.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지원하고,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보급하기 위해 설립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은 급변하는 해양 환경에 맞춰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선박 안전을 넘어 해상 사고와 친환경 전환 등 바다 위 변화에 앞서 대응해야 한다.
김준석 KOMSA 이사장은 2022년 12월 취임했다. 3년 임기의 절반을 지났는데, 그동안 조직 내부의 변화와 개혁에 정성을 쏟았다. 취임 직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으면서 조직 사기가 바닥으로 추락했고, 2019년 KOMSA 출범 이후 조직 내부의 갈등도 봉합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6개월 정도 (기관장) 공백이 있었던 터라 제가 취임했을 때 직원들의 실패감이나 내부 분열이 느껴졌다. 이 때문에 KOMSA라는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졌는데도 국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년 반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 이사장 취임 직구 이뤄진 내부 청렴도 조사 결과 100점 만점에 37.4점이란 수치가 나왔다. 당시 공공기관 평균 점수가 60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인 숫자다. 김 이사장이 내부 조직 변화를 첫 과제로 꼽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김 이사장이 내부 조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직렬 간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교차 직무 교육 확대다.
KOMSA의 특징이자 장점은 전문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하고도 최소한 2~3년의 경력이 있어야 선박 검사직 또는 운항 관리직으로 입사할 수 있다. 선박 안전 운항과 직결되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법으로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약 540명의 정규직 가운데 400명가량이 그런 전문가들이다.
다만 각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다 보니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다소 배타적인 문화가 없지 않았다. 각자의 전문성이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는 수십 년에 걸쳐 각기 이뤄지던 업무들이 KOMSA가 생기면서 같은 조직으로 묶이다 보니 발생한 갈등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세대 간 갈등이나 직렬 간 갈등, 경영진에 대한 불신 등이 많았던 것 같다. 다행히 1년 뒤에 내부 청렴도 점수가 70점을 웃돌면서 다른 공공기관보다 나은 점수가 나오긴 했다. 지금은 일단 직원들이 회사를 믿고, 더 의욕적으로 일할 마음의 준비가 된 게 느껴진다.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았지만….”
김 이사장이 교차 직무 교육을 강조한 데는 KOMSA가 해양교통안전을 넘어 종합관리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업무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뤄져야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임무를 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룰 테이커(rule taker)’ 아닌 ‘룰 메이커(rule maker)’ 돼야
KOMSA가 해양교통 종합관리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해양의 가치와 환경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 강화다.
우리나라는 수출입 99%가 바닷길로 이뤄진다. IMO는 최근 오는 2050년까지 바닷길 탄소배출을 0%로 줄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방법은 연료를 친환경으로 바꾸거나, 기존에 운항 중인 배를 친환경 선박으로 바꿔야 한다. IMO는 이를 지키지 않는 선사에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IMO 결정을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아무래도 우린 해운국이다 보니 (친환경 전환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거다. 최근에는 정부도 이렇게 끌려가는 상황이어선 안 된다고 판단해 오히려 우리가 먼저 넷제로(net-zero)를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 학계와 함께 상당한 역할을 한 게 바로 KOMSA다.”
KOMSA는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의결 내용과 관련한 국내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인증제도에서는 ‘인증’ 기능을 담당하고, ‘선박연료유 사용량 보고제도(DCS)’ 운영도 맡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2024 국제해운 해양환경정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선박 온실가스 감축 규제 대응 문제를 다루는 최일선 기관이기도 하다.
KOMSA가 친환경 부문에서 국제사회와 대응하면서 핵심 기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공공기관이면서 연구기관이고, 동시에 집행기관이기 때문이다. 공익성과 전문성, 실천력을 모두 가진 기관인 셈이다.
KOMSA는 국제사회에서 논의하는 의제를 국내에 맞게 제도화하는 데 의견을 내고, 이를 현장에서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정부 의사 결정을 현장에 집행하면서 반대로 의견을 전하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양 관련 ‘룰 테이커(rule taker)’를 넘어 ‘룰 메이커(rule maker)’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물론 KOMSA 역할의 가장 기본은 선박 안전사고 줄이는 일이다. 김 이사장은 이를 위한 자체 기술 개발이나 시설 투자는 물론 선박 구조와 관련한 제도 변경까지 고민하고 있다.
나아가 여객선을 포함해 선박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바다 상황을 전달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육상의 ‘57분 교통정보’처럼 지역별 바다 위 날씨나 조업 여건 등을 시간대별 맞춤형 정보로 전달하는 형태다.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 체계를 이미 갖춘 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KOMSA 자체 판단이다.
“우리나라는 (남북 단절로) 사실상 섬나라다. 바다와 관련한 산업이나 이런 게 국민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우리 직원들이 자기 일에 애정을 갖는 만큼 우리의 최종 목표인 해양교통 종합관리기관의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가졌으면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안전한 바닷길을 만드는 것이란 점을 명심하고 앞으로 더욱 큰 틀에서, 멀리 내다보는 시야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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