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스테이트’ 덕본 현대엔지니어링, ‘휠스테이트’ 오명
국내 아파트 브랜드 평판 1위를 차지한 ‘힐스테이트’가 ‘휠스테이트’라는 별명을 얻는 등 불명예를 안고 있다.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시공사 중 한 곳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잦은 부실시공으로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남 무안군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오룡’ 아파트가 역대급 하자 논란에 휩싸였다. 힐스테이트 오룡은 830가구 아파트 단지에서 5만8000건의 하자가 접수됐다. 이는 2017년 약 7만8000건의 하자가 접수된 동탄 부영 아파트 이후 최다 하자다. 부영아파트가 1316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역대 최다 하자인 상황이다. 예비 입주자 A씨는 “타일과 벽 라인의 수직과 수평이 맞지 않고 벽 내부 타일 안에 자재 대신 타일이 채워졌다”라며 하자를 주장하고 있다. 시공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맡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잦은 부실 시공 논란은 힐스테이트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24일 공개한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된 하자 처리현황과 건설사별 하자 현황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세부 하자가 많은 건설사로 꼽혔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최근 6개월간 현대엔지니어링의 세부 하자 건수 109건으로 대송건설(246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2월 서울 중구에 준공된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9월 경기 남양주 ‘현대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 등에서도 부실시공 논란을 빚었다.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은 단열재 부족, 결로현상 등이 발견됐고, 현대 힐스테이트 지금디포레는 엘리베이터 실 내부 콘크리트 재료분리와 벽제 철근 노출돼 논란이 됐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모회사이자 힐스테이트 브랜드 주인인 현대건설은 ‘품질하자 제로’에 힘쓰는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3~8월 1차 하자판정에서 하자 33건으로 14위를 기록했으나 2차 판정(2023년 9월~2024년 2월)에서 20위권 밖으로 벗어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같은 기간 20위권 밖에서 2위로 오른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부터 현대건설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고 ‘힐스테이트’ 이름을 현대건설과 공동으로 사용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에 지난해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료 111억원을 지불했다.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료는 최근 5년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70억원이던 사용료는 2022년 108억원, 2023년 111억원으로 늘었다. 내년 예산도 111억원으로 책정됐다.
하자 논란으로 힐스테이트 브랜드에 오명을 끼치고 있는 것과 달리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효과를 누리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3년 시공능력평가순위 54위를 기록했으나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 후 10위로 올랐다. 이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는 4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플랜트 사업에 기반을 둔 현대엔지니어링이 건축과 주택사업에 탄력을 받으며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9일 “6개월간 세부 하자가 증가한 것은 안전이나 구조적인 하자는 아니었다”라며 “건수로 보면 많긴 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하자로 보기 어려운 것도 많이 포함됐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근 문제가 된 무안 힐스테이트 관련해서도 입주민들의 불만이 없도록 잘 마무리 하겠다”면서 “앞으로 세심한 관리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브랜드 아파트의 부실시공 논란은 시장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 소장은 “일부 힐스테이트 아파트의 논란으로 인해 힐스테이트 전체의 문제라고 하긴 어렵다”면서도 “브랜드 가치와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건축비 인상으로 분양가가 천정부지 오르는 상황에 품질 문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라며 “분양 아파트를 외면하고 기존 준신축 아파트를 매매하는 등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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